지난밤에 내린 봄비로 .... 누르스름하던 마른 대지는 촉촉한 연두빛을 띠고 희뿌연하던 창밖풍경은 말갛게 아침 세수한듯 산뜻하다. 월요일은 직장인도 아니면서 늦은 게으름으로 나른해진다. 이런 아침엔 커피한잔이 중독처럼 입맛을 돋우며 콧끝을 자극한다. 지난번에 다친 위병으로 아직은 조심스러워 오랫만에 승륭같은 커피한잔을 내리면서 거실 가득히 퍼지는 커피향에 호흡만 깊이 흠 ~~ 아 ~ 향 좋다 ~ ... 깊은 향에 뜨겁고 쌉싸롭한 커피 한모금을 마셔보고 싶지만.... 얼마전 친구랑 시내를 나갔다가 오랫만에 분위기 있는 커피집을 들어갔다. 친구는 달고 고소한 커피라데를 .... 난 망서리다 겁이 나서 결국 생토마토쥬스를 시켰다. 약 일년이 지났지만 위염은 여전히 커피한모금만 마셔도 예민한 반응을 보여 그저 가까이 하기엔 먼 당신이 되어버렸다.
가다가다 만대라고 불릴 정도로 외진 태안의 만대항.
지난해 태안 솔향기 길를 가려고 계획을 세우면서 태안군청으로 폰을 해보니 태풍으로 많은 손실을 입어 어수선하니 내년에나 오라고 해서 계획이 무산 되었다. 요즈음 다시 인터넷에 올라오는 인기좋은 태안 해안를 보며 솔향기 길를 걸어보기로 하고 산악회에서 봄날 나들이 겸 태안으로 가는데 생각보다 먼길이다. .
충남 태안군은 삼면이 바다이며 해안선 길이 자그마치 531km나 된다고 한다. 해안 절경이 빼어나 국내 유일의 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이 되었다. 솔향기 길은 태안반도 해안을 따라 42.5km (약100리)의 4코스로 만들어진 길이다. 오늘 우리는 이중 제1코스인 만대항에서~ 꾸지 해수욕장까지 10.2km를 걷기로 했다.
소박한 만대항을 벗어나 솔향기 안내도가 그려진 길목에서 가파른 언덕을 올라서면 산길에 좁은 등산로가 이어지고 오른쪽으론 해안을 바라볼 수 있다 .
지난 2007년 12월7일 원유 운반선 "허베이 스피리트( HEBEI SPIRIT)호가 삼성 중공업 크레인바지선과 충돌하여 우리나라 최악의 해양 기름오염 사건이 발생했던 폐허의 현장이 바로 이곳이다. 대한민국 온국민들이 안타까워했던 해안가 모래와 바윗돌이 검은기름 범벅이 되어 처참했던 그곳 .. 평화롭던 해안에서 물새들이 온몸에 검은 기름으로 뒤덮혀 날지도 못하고 허우적거려 우리의 눈물샘을 쉴새없이 흐르게 했던 불과 몇년전의 태안반도 ....
세계 전문가들은 몇십년이 지나야 회복이 된다고 우릴 좌절게 했었지만 착한 우리국민들은 전국에서 쉴사이없이 모여들어 밤낮의 자원봉사를 아끼지 않았고 120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은 모래한줌 돌맹이 하나하나를 닦고 또 닦아내고 .... 바윗틈새를 씻어내고 또 파내고 .... 멋진 우리나라 대한민국 국민들... 전국의 아름다운 자원봉사자들의 마음이 없었다면 .... 세계 어느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진정 아름다운 모습이 였다.
원래 이길은 기름방제 작업을 하기위해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이 가파른 언덕을 아무런 장비도 없이 오르내리는 모습이 안타깝고 고마워 이곳 주민인 차윤천씨가 10km가 넘는 길를 직접 삽과 곡괭이를 들고 길를 닦고 위험한 곳에 줄를 매달아 놓았던 것이 해안 산책로가 되었다고 한다. 이후 태안군에서 예산을 투입해 지난해 10월까지 4개코스로 나눠 길를 조성한뒤 편의시설까지 설치했으며 태안의 해안 솔향기 길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기름냄새도 전혀없는 깨끗한 이곳이 오히여 해안 명소가 되었고... 솔향기를 맡으며 산속 오솔길을 지나면 해안가 모래사장이 이어지고 또 작은 언덕을 올라서면 숲속 솔향내가 폴폴 봄바람타고 바다소리를 들려주고 ...
어지러히 널려 있는 어촌의 풍경도 내륙지방인 우리들에게 신기하기만 하다.
오르막길를 내려서면 바닷물이 빠진 모래길를 걷어가기도 하며 속빈 소라껍질에서 지난 여름을 듣는다. ...
진주조개 껍질이 모여 예쁜 길도 만들어 놓고 ... 주어다가 예쁜 우리아기 목거리 만들어 줄까 ...
삼형제바위- 홀로 세 아들을 키우던 엄마가 바다에 일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했고 어머니를 기다리던 아들들이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서려있는 곳이다.
뒤로 보이는 바다건너 산은 작년인가 갔던 해안에 코끼리 코모양의 굴이 유명했던 황금산이다
숲길 오른쪽으로 바다속에 붉은 수인등대가 보인다. 이 등대는 바다속 암초로 인해 발생하는 해난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되었다고 한다.
정자가 있는 당봉전망대에서 산책을 나오신 이곳에 사시는 할머니 두분을 만났다. 이곳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며 볼것이 많은 곳이라며 참 좋은 곳이라고 하신다 당봉은 과거 만선을 기원하며 제사를 지내던 곳이라서 당봉이라 부른다고 한다.
당봉전망대에서는 삼면이 바다가 펼쳐져서 일출뿐 아니라 아름다운 일몰도 볼 수가 있다고 한다. .
향긋한 쑥 내음에 가던 길 멈추고 눈부시게 비집고 나온 여린새싹들과 입맞춤을 하고 ....
코에는 은은한 솔향기를 귀에는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 소나무숲과 바다가 맞닿은 태안반도 솔향기 아름다운 길를 걷는다.
태안 절경1300리 솔향기 길은 아름다운 해안가와 바다를 계속 바라보며 걷를 수 있는 솔숲길로 도보중심의 길이어서 남여노소 누구나 힘들지 않게 갈 수있다. 태안의 상징인 소나무와 바다를 테마로 자연을 많이 훼손시키지 않고 잘 조성이 되었다.
멋진 해안을 바라보며 점심식사도 하고....기념사진도 찍어보고 ...
여섬 . 썰물대는 바닷길이 열려 육지와 이어지지만 일몰이면 다시 섬으로 돌아간다고 ... 모양이 여인의 머리 부분으로 베게를 베고 서해를 향해 물속에 누워있는듯 하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
이정표가 친절하게 곳곳마다 설치되어 있어 잘 안내를 해준다.
곳곳에 그림이 그려진 나무의자와 편히 쉴 수 있는 벤치도 마련되어 있어서 천천히 산책할 수 있는 길이다.
벼랑진 해안길은 줄을 매어 놓고 ....
우리는 산행을 하면서 때론 주변이야기에 열을 올리기도 하는데 요즈음 못된 이북 김정은의 행동에 주목이 되어 이야길 하다보니 여섬도 그냥 지나치게 되었다. 오히여 남자분들은 여섬근처에 석하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갯바위에서 굴을 사오기도 했는데....
여지없이 경치가 이 좀 좋은 곳은 팬션이 들어서 있는데 이곳도 또 다른 오염이 되지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된다.
머리풀고 바닷가에 누운 여자 ?? 여섬.... 아무리 봐도 아닌거 같은데 ...
솔향기 길중에 제일 가파른 길 ..이 정도쯤이야 뭐...
뒤돌아본 아름다운 해안길 ...
갯바위에서 굴을 따는 아낙네도 보이고 .... 이곳에서 직접 팔기도 한다.
우리 어르신들 오늘 산행은 아주 편하고 좋으시다고 하신다. 오늘은 힘들지 않아 거의 모두 함께 산행을 하신거 같다.
대산 석유 단지 ...
솔향기 길를 걷다보면 예쁜 이름표들이 많이 걸려있다. 바닷물이 절벽에 부딪쳐 곳곳에 굴을 만들고 그 굴에서 파도가 부디쳐 내는 소리가 와랑와랑 하며 낸다고 붙여진 이름이 와 랑창이라던가....
가파른 절벽을 의미하는 이곳의 방언인 앙뎅이....
꾸지나무골 해수욕장 태안지역 북쪽에 있는 작은 해수욕장으로 채안에 있는 20여개 해수욕장중 가장 깨끗하고 물이 맑은 곳으로 꼽힌다고 한다.,
바닷가에는 바닷바람을 막아주기 위해 옛부터 소나무海松)를 많이 심었다고 한다.
꾸지나무는 우리 전통 종이인 한지( 韓紙)를 만드는 나무인데 닥나무가 다른 말로 꾸지나무라고 한다. 허지만 이곳에선 닥나무를 볼 수 없었다.
아름다운 해안에서 봄바다와 진한 솔향기를 맡으며 여유롭게 걸어본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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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라일락 의 블로그 원문보기 글쓴이: 라일락
첫댓글 멋진사진과 자세한 설명까지 ~ 꼭 가보고 싶은곳이에요..감사합니다
바람에 실려오는 솔향기 맡으면서 보는 바다 풍경이 아기자기하게 다가오네요.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