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선후배들의 모임이 있다.
각 기수에서 서너 명씩만 참여하는 동문들의 모임인데 친형제 이상으로 끈끈하고 다정하다.
내 위로 4년 선배님들부터 아래도 10년 후배들까지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이 사회의 각 분야에서 중심축으로서 뜨겁게 살아가는 형제들이다.
하나같이 건실하고 열정적이며 헌신의 개념을 잘 아는 사람들이다.
오늘 아침에 모임 게시판에 글을 하나 올렸다.
그 원문을 그대로 소개해 본다.
2022년 12월 6일에 본 게시판에
제가 썼던 글을 다시 한번 '리마인드' 해보려 합니다.
메모리얼 하이킹
사랑하는 '영태 형님'과 처음으로 '공룡능선'을 탔던 건 2017년 6월 3일이었습니다.
벌써 5년 반이 지났네요.
그때 '중청산장'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이른 아침에 일출을 보면서 중청, 소청, 희운각, 무너미, 공룡, 마등령을 순차적으로 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형님은 그때 감동이 너무 크고 깊어 만날 때마다 '공룡의 추억'을 말씀하곤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후로도 몇 차례 설악의 각 루트를 하나씩 하나씩 탐방했었지요.
수년 간 함께 했던 분들껜 여전히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2022년 7월 말에 형님이 떠나셨고, 우리는 형님을 가슴에 모셨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지요.
'영태 형님'께서 좋아하셨던 공룡능선의 어느 한 곳에 형님을 향한 '사랑과 감사의 증표'를 남겨놓겠다고 말입니다.
제 군대 동기가 '인두화' 전문가입니다.
일명 '우드버닝'이라고 하지요.
송판에 인두로 작품을 그리거나 글을 새기는 건데 형님과의 추억을 생각하며 '인두화 한 점'을 부탁하려 합니다.
그걸 가슴에 품고 다시 공룡에 갈 생각입니다.
형님은 하늘나라로 떠나셨지만 영원한 동행과 사랑 그리고 감사를, 형님이 무척 좋아하셨던 그곳에 꼭 설치해 두고 싶습니다.
그 마음 하나 뿐입니다.
그제 오후에 인사동에서 16명이 모여 종로회 '임시모임'을 가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메모리얼 하이킹'에 대한 제 생각을 간단하게 말씀드렸고, 형님들과 형수님들께서 모두 찬성의 박수를 보내주셨습니다.
그래서 날자도 미리 잡았습니다.
2023년 5월 20-21일입니다.
내년 5월 하순으로 잡은 이유는, 5월 중순까지는 산불예방 차원에서 설악의 각 탐방로를 모두 폐쇄하기 때문입니다.
설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립공원은 대동소이합니다.
우리 종로회 형제들 중에서 어느 분이 '메모리얼 하이킹'에 동행할지, 인원수는 몇 명이나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내년 봄이 되면 구체적으로 계획을 수립하여 다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동행하실 분은 '코팅된 사진'이나 형님과의 '추억물' 같은 것들을 한두 점씩 준비해 주신다면 금상첨화일 듯합니다.
바람이 잘 통하고 전망이 좋은 호젓한 곳에서 돗자리 펴놓고 형님께 공룡의 산행주로 '막걸리 한 잔'을 권해 드리고자 합니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시인 '도종환 님'은 '단풍'과 '생의 절정'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어디 나무 뿐이겠습니까.
가히 대가의 절창답습니다.
인생 2막.
'소유'와 '욕심'보다는 '나눔'과 '비움'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내 삶의 '전부였던 것'을 조금은 '내려 놓아야' 비로소 '사람'이 보이고 나눌 수 있는 '사랑'이 깃들 테니까 말입니다.
2023년 5월.
종로회 '메모리얼 하이킹'을 제안하며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해병대에 'ONCE MARINE, FOREVER MARINE'이란 말이 있습니다.
우리 '종로회 형제들'에겐 더욱 그럴 테지요.
'한번 형제면 영원한 형제'입니다.
그런 마음 하나만 붙들고 예까지 왔고, 앞으로도 그 마음 하나만 갖고 가겠습니다.
형제들 모두에게 감사와 사랑이 가득한 세모가 되길 소망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종로회, 파이팅 !!!
약 3개월 1주 전인 2022년 12월 초순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다시 급류처럼 시간이 흘렀습니다.
금년 5월, 신록의 푸르름에 우리네 눈이 부시고 가슴이 콩당콩당 설렐 때,
작년 겨울 인사동에서 약속한 대로 5월 20-21일 날, 사랑하는 '영태 형님'을 위한 '메모리얼 하이킹'을 추진하겠습니다.
오늘 싯점이 메모리얼 하이킹 '두 달 일 주' 전입니다.
이제는 행사를 조금씩 조금씩 구체화 할 때가 되었습니다.
제일 중요한 관건은 무엇보도 '인원파악'입니다.
그래야만 교통편, 식사, 숙소, 동선, 준비물 등 행사의 전반을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습니다.
형님들, 아우님들,
각자의 일정을 체크해 보세요.
또한 '메모리얼 하이킹'의 취지를 깊이 있게 생각해 보시고, 참가를 희망하시는 분들은 아래에 댓글로 의사를 표현해 주시기 바랍니다.
설악의 '공룡'을 탐방해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그리 만만한 코스는 아닙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한국에서 공룡과 견줄만한 장엄한 풍광과 위대한 자연이 선사하는 '스펙타클한 감동'은 더 이상 존재할 수도, 현실적으로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믿습니다.
유럽대륙의 빼어난 산하, '알프스' 자락에서 유학도 하셨고 그곳에서 꽤 오랫동안 생활하셨던 '영태 형님'도 공룡을 처음 탐방하시면서, 어느 면에선 '알프스' 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놀랍다며 '공룡의 감동'을 수차례 찬미하곤 하셨습니다.
그 루트를 따라 우리 형제들과 함께 '메모리얼 하이킹'을 떠나보려 합니다.
3월 20일(월)까지 형제들의 의견을 취합하겠습니다.
그 이후의 협의는 별도의 단톡방을 만들어 따로 긴밀하게 소통하겠습니다.
어제 철원의 '명성산'에 다녀왔는데 어느새 '산정호수'의 가장자리에도, 아직도 얼음이 녹지 않은 깊은 계곡 옆 깎아지른 산비탈에도 여지없이 여리고 고운 꽃망울들이 뜨겁게 새생명을 예찬하고 있었습니다.
가슴 뛰는 봄입니다.
오늘도 행복한 일요일이 되길 소망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종로회,
브라보.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