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4일 무역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양지실업㈜ 정석주(鄭錫周·69) 회장 등 4명에게 특별 공로패를 수여했다고 한다. 이상한 일이다. 지식경제부가 무역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지식경제부는 고상하게 지식으로 경제를 하는 부서이지 손에 기름때를 묻혀가면서 밤낮 없이 수출하는 일과는 무관한 부서 아닌가? 땀을 흘리지 않고 머리를 굴려 편하게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모인 지식인 그룹의 부서가 왜 상공부, 산업자원부가 해야 할 무역의 날 행사를 주관했단 말인가? 이날 공로패를 받은 정석주 회장은 2004년 "회사를 終業하겠다"는 결심을 한 뒤, 실제로 2006년 공장 문을 닫았다고 한다. 직원들에게 직장을 옮길 시간을 주고 그래도 직장을 못 잡은 직원에게는 길게는 1년간 임금을 줬다는 것이다. 그가 30년간 흑자를 낸 알짜 회사를 자식에게 물려주지도 않고 팔지도 않고 종업(終業)을 한 진짜 이유에 대해서 오늘 조선일보는 이렇게 보도했다. <정 회장은 "나이가 들면 비즈니스 감각이 떨어진다는 점은 어쩔 수 없었기 때문에 일단 일선에서는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1남 2녀의 아이들이 모두 이어받고 싶어하지 않았다. 특히 아들은 미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국내에 들어와 국내 회사에 다니다, 술로 대변되는 한국의 직장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설득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은 한국에 사농공상(士農工商) 서열이 없다고 말은 하죠.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속으로 그걸 생각합니다. 뭐, 겉으로 그런 얘기를 안 하는 것을 보면 많이 나아지기는 했죠. 아이들이 그 길을 안 가는 것을 가라고 할 이유는 없었어요."> 아직도 한국은 士農工商의 신분차별이 있어 商工을 접었다는 말이 가슴을 친다. 오늘의 士는 관료, 정치인, 기자, 검사, 판사, 학자, 그리고 자칭 민주투사들과 지식인층일 것이다. 科擧시험 제도가 도입된 고려 초 이후 이들이 항상 권력을 잡았다(무신란 시절과 박정희 이후 30년이 예외이다). 이들은 위선적 명분론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고, 국제경쟁력이 약하고, 폐쇄적이다. 한국의 기업인은 세계적인데, 한국의 士는 우물안 개구리이고, 후진국 수준이다. 이들은 商工종사자 및 군인들에 대해서 근거 없는 우월감을 갖고 있다. 이들이 주로 하는 일은 싸움박질이고 허황된 명분론으로 건설, 생산세력을 작살내는 일이다. 우리 역사에서 士字계급은 실패한 지도세력이다. 이들이 다시 득세하기 시작한 1993년 이후 한국에선 다시 商工이 핍박을 받고 있다. 商高, 工高가 이름을 바꾸었다. 理工系가 공직사회에서 푸대접을 받고 엔지니어 요원이 줄어든다. 선비 士들은 굴뚝 산업, 제조업을 경멸하고 정보, IT, 나노, 금융 같은 것을 좋아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李明博 정부는 드디어 부처이름에서도 商工이란 글자를 지웠다. 부처이름으로 판단하면 상업, 공업, 무역, 자원 등의 實物경제를 맡는 부서가 없다. 실물경제를 맡는 부서가 없는데 무슨 수로 實物경제를 살린단 말인가? 李明博 정부야말로 士農工商 정부이다. 제조업을 낮춰 보는 의식을 지닌 李明博 정부가 경제위기를 극복한다면 그것이 또 다른 한강의 기적이 될 것이다. 못된 생각이 들어간 나쁜 作名은 惡運을 불러 일을 망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