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8일)는 하루 알바를 다녀왔다. TNT express라는 곳의 일이었다. 해외배송 업체로 내가 2016년도 8월말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단기 알바를 일하던 회사이기도 하다. 상암동 본부에서 알바치고는 높은 급여와 직원 못지 않은 대우를 받으면서 일했었다. 나와 같이 시작하던 다른 동기들은 계약 연장하여 1년 넘게 현재까지도 일한다고 들었는데, 나는 계약기간 만료된 그 이듬해인 2017년도 초부터 새 직장에서 일했다. 이때로부터 시간이 벌써 1년 여가 흘렀다. 그 1년이란 기간 사이에 내게는 아주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전환점이랄 수 있는 영적지점이었고 죄를 이기는 삶이 가능하기 시작한 해였으니, 기적같은 삶을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죄죽임의 원리를 깨닫고 적용에 중점을 둔 해석과 함께 나의 영적 여정에 대한 간증이 담긴 책을 펴낸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또 현재의 이 까페를 개설하여 죄와 유혹에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이들을 돕기 시작하려 한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하나님의 은혜로 십자가복음을 듣고 나는 그동안의 영적 방황에서 가뿐히 일어설 수 있었다.
다시 해가 바뀌어 2018년도 새해를 맞았다. 회사사정으로 작년 7월말에 퇴사한 나는 5개월간 책을 쓴 후, 새해를 맞아 돈을 벌기 위해 다시 알바를 구하였는데 공교롭게도 그곳이 TNT express였다. 본부 사무실쪽이 아니라 양천향교역에 있는 물류센터였다. 내 이력서를 보고 2016년 8월 TNT로 알선해준 분에게 내가 부탁하여 이번에 소개 받은 곳이었다. 업무는 공항에서 온 애플사의 물류들을 국내주소지로 배송하기 위해 라벨지를 붙이는 것이라고 했다. 일주일에 하루 알바였다. 취업은 되지 않고 아쉬운 마음에 하루 알바라도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분과 통화하다가 몇 가지 소식을 접했다.
상암동 근무환경은 더 좋아졌고, 그때 같이 일하던 젊은 친구들은 급여도 인상이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들어설 자리는 없었다. 요즘 같은 취업난에 그만한 자리를 얻기 쉽지 않기에 나온 것이 못내 아쉽기는 했지만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 결정, 물론 그것은 하나님의 섭리라고 믿는다. 그 결정으로 인해, 음행과의 싸움에서 거의 꺼져갈뻔 했던 거룩을 향한 불씨가 되살아나는 전환점을 맞게 되었고 승리의 여정에 한걸음씩 내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잠시 육신이 고된들 성화의 여정에서, 삶의 현장에서 영혼의 거룩을 유지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지 않은가.
그리고 오늘 수요일, 오후 2시에 약속된 면접 일정을 따라 나는 신도림역 테크노마트에 있는 어느 금융 고객센터를 찾았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면접 시간이 3시로 바뀐 후였다. 집에서 출발하여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에 시간이 바뀐 양해 문자를 받았는데, 지원자가 많다는 이유로 시간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지원자들이 몰리는 상황을 주최측에서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덕분에 다소 여유를 부려 내가 도착한 시간은 2시 20분쯤이었다. 마련된 대기석에는 면접을 기다리는 20대의 젊은 여자들이 주로 눈에 띄었다. 나이가 많아 보여야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가량이었다. 남자도 제법 많았다. 주로 20대 중반쯤 보였다. 이미 면접은 진행되고 있었고 내가 면접을 마친 시간은 거의 4시가 다 되어서였다.
나는 상담사일을 웬만하면 꺼려하고 싶었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는 직업 성격도 그렇지만 차라리 그럴 바에야 앉아서 하는 일보다는 활동적인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출판, 편집 일이라면 모를까, 몸과 정신 건강을 고려하면 고객센터 일은 부담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번에 지원자들이 몰린 것은 영업이나 유치가 없다고 했고 고객정보 변경이나 증명서 발급, 서류 문의 등의 비교적 간단한 업무에다 고정급이 다른 상담일에 비해 20만원 정도 높은 편이라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나도 솔직히 흔치 않는 조건에 혹해 해볼만하다고 여겨져 지원하였다. 게다가 집도 가깝다.
정말 합격이 되었으면 했다. 6시 정도에 결과를 통보해준다고 했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렸지만 아쉽게도 불합격 문자를 받았다. 질문에 대답을 조리있게 잘 했다고 생각하여 합격을 예상했기에 기대한 만큼 상실감도 컸다. 면접을 보신 분은 세 명이었다. 각각 내 이력서를 훑어보더니 성격의 장단점이 무어냐, 전공을 살려 관련된 일을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질문을 했다. 첫 질문의 의도는 아마도 짧은 경력의 이직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새삼 지난 나의 못난 시절이 후회되었다. 둘째 질문에 대해서는 학부때 전공한 인테리어 일은 자질이 맞지 않는다고 했고, 신대원 관련해서는 현재 주일에 사역한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그냥 봉사의 차원이냐 아니면 월급 개념이냐고 물어서 교통비 정도의 사례비를 받는다고 했는데, 여기에 또 결혼했냐는 질문이 나와 미혼이라고 답했다. 왜 그 질문이 나왔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소위 ‘투잡’을 뛰는 셈인데, 경제적 형편 때문에 결혼한 가정을 책임지느라고 동분서주하는 것인지를 확인하는 질문인 듯했다. 결혼을 했다면 상당 설득력을 주었겠지만 나는 미혼이었다. 젊은 청년들 일자리 얻기도 쉽지 않은데, 면접관들은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주려했던 게 아닐까. 나는 그나마 주일에서 하는 사역이라도 있으니까 말이다. 고객센터일 치고 이만한 일을 구하기가 쉽지 않고 또 지원자가 적으면 모를까 많이 몰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나의 입장이 불리하게 작용한 것만은 분명하다.
수요예배 시간이 되어 교회를 찾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마음을 새롭게 다졌다. 말씀은 언제나 내게 위로와 힘을 준다. 그리고 하나님을 의지하며 절망하지 말고 다시 일어서면 된다고 스스로 내 영혼을 타일렀다. 나는 가벼운 마음이 되어 돌아왔다.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심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해 하는가 너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라 나는 그가 나타나 도우심으로 말미암아 내 하나님을 여전히 찬송하리로다(시42:11)
취업 준비하시는 분들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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