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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소쁘님들 안녕하세요. 까미노 마지막 여행기에요.
역시나, 궁금한 것 있으시면 질문 해주시고 성심성의껏 답글 달아드릴게요미 ;)
(여행기를 쓰다보니, 정보 제공 목적으로 처음 시작했는데
내용은 너무 개인적인 여행기가 되는 것 같아 좀 죄송하네긔.ㅠ)
Cruz De Ferro.
해가 뜨는 시간의 크루즈.
일부러 순례자들은 해 뜨는 시간에 맞추어 이 곳에 옵니다.
해가 뜨는 것을 함께 보며 지난날 돌아다보고 반성하고 새로운 결심을 해요.
항상 결심하고 반성하는 것 잘해요 저는.
앞으로는 반성하고 결심하는 것 보단 순간에 만족하고 칭찬하는 뚀드가 되고 싶어요.
크루즈 밑에는 많은 돌들이 쌓여 있어요.
크루즈 밑에 자신의 죄만큼의 돌을 내려두고 가면 그 죄가 씻겨 진다고 하네요.
그래서 저도 작은 돌 하나를 두고 갑니다.
물론 3n년 동안 지은 죄가 저렇게 작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 간 쌓아온 죄를 이야기하고 앞으로 더 착하게(?) 살겠노라 다짐하고 다음 길을 떠났어요.
Manjarin 이라는 동네에요.
이 곳은 큰 동네가 아니고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하나의 알베르게에요.
대부분 사람들은 잠깐 들어갔다가 나가기도 하고 하루밤 묵기도 한다고 했어요.
이 만하린이라는 곳의 알베르게가 특이한 점은,
순례길 알베르게 중 가장 예전 모습을 간직한 곳이래요.
100퍼센트 기부형식으로 운영되고, 호스피탈로 한분이 계시면서,
하루에 몇번씩 예배(?)를 드리는데 그 예배는 중세시대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어요.
왜 저 고등학교 때 본 영화중에 '장미의 이름' 그 영화에 나온 신부님의 옷을 그대로 입고 있어요.
근데, 그 호스피탈레로? 신부님? 암튼 남자분이 계속 10분에 한번 정도로 종을 치더라구요.
왜냐고 했더니, 예전에는 순례자들을 격려하는 방법으로 사람이 지나가면 종을 쳐줬다고 해요.
그래서 지금도 시간이 되거나 사람이 지나가면 종을 쳐준다고 해요.
만하린 알베르게에서 준비해주는 아침식사에요.
딱딱한 바게뜨와 쿠키, 그리고 버터와 살구잼, 커피와 우유, 약간의 차 종류.
몇 개 되지 않지만 정말 너무 맛있었어요.
한국에서는 절대로 딱딱해진 바게뜨 먹지 않았지만,
저기서는 바게뜨 한개 사면 며칠을 들고다니며 먹으니까 딱딱해져도 잘 먹었어요.
근데 또 그 맛이 그리워요. 딱딱해진 바게뜨에 잼이랑 버터 바르고, 따뜻한 커피와 우유에 적셔먹는 맛.
까미노 가실 분들은 만하린 알베르게에 절대 묵지는 마시고 아침시간 6-7시정도에 맞춰서
아침 식사만이라도 간단하게 하시고 내려가세요.
(물론 적은 돈이라도 기부를 해주셔야 다음 순례자를 위한 아침식사를 만들 수 있겠죠?)
여기가 바로 잠을 자는 곳이에요. 이곳은 하루밤 자는데 돈을 받지 않아요.
제가 걷는 30일 정도 많은 알베르게를 거쳤지만, 여기만큼 시설이 노후된 곳은 없었어요.
정말 옛날 집에 매트리스만 달랑 놓여있고 그 위에 본인의 침낭 깔고 자는 거에요.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 없네요. 얼마나 노후되었는지.
다양한 알베르게와 숙소들이 있지만 이런 곳도 있네요. 신기했어요.
El acebo 라는 마을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여, 내려갑니다.
거기까지는 산을 타고 내려가는데 산이 험했어요.
내리막만 있었는데 너무 가파랐던 기억이 있네요.
La Casa Del Peregrino. 라는 알베르게에요.
여기는 El Acebo 라는 마을에 있는 알베르게에요.
굉장히 좋죠? 까미노에서 아마 가장 좋은 알베르게 일 거에요.
순례자들의 말로는 여기가 '알베르게 계의 힐튼' 이라고 해요 ㅋㅋ.
여기는 사실 호텔인데 순례자들만을 위해서 호텔의 몇개 방은 알베르게로 운영한다고 해요.
수영장도 있구요. 메누델디아도 10유로에 맛있게 먹을 수 있고, 가끔 저녁타임에는 공연도 해요.
순례길 걸으면서 제일 아쉬웠던 것이 바다나 수영장이 없다는 거였는데,
여기서 원없이 수영하고 놀았어요. 수영하고 맥주도 사먹고 참 좋았어요.
파란 하늘과 지지 않은 달.
걷는 동안 하늘 참 많이도 봤네요.
여기는 Molinaseca 라는 마을이에요.
굉장히 평화롭고 예뻤던 마을이에요. 스페인에서도 관광 도시인지 사람도 많았어요.
마을을 가로질러 큰 호수가 있어서 여기 공원에서 잠시 쉬었다가 갔어요.
이때 같이 걸었던 사람들과 저 물에 다이빙하고 수영했어요.
물이 차가워서 추운 몸 햇볕에 말리고 따뜻한 스프 사먹고 그랬네요.
지금 생각하면 약간 중 2병 걸린 애처럼, 막 호수에 다이빙하고 놀고 그랬던 제 모습이
약간 부끄럽고 하이킥하고 싶고 그래요. 근데 저때는 참 즐거웠어요.
여기는 Molinaseca 마을에 있는 공립 알베르게에요.
처음 사진은 실제 살아있는 마을에 누군가가 불상을 조각해 놓은거에요.
그러니까 살아있는 불상이에요. 나무도 자라고 불상도 자라고.
이 마을은 일본의 한 도시랑 자매결연 같은 걸 맺어서 일본사람이 와서 조각해줬다고 해요.
그리고 밑에 사진은 공립알베르게의 침대에요.
이 알베르게는 신기하게도 야외에 침대가 있더라구요.
한 여름에 잘 때는 시원하긴 하겠네요.
길에서 따먹었던 과실들이에요.
체리, 산딸기, 무화과, 사과, 살구, 복숭아 정도 먹었던 것 같아요.
물론 당연히 주인이 있는 과일나무, 담장 안의 과일은 손대지 않구요.
야생의 숲에 있는 과일나무에서만 허기 달랠 정도로 따먹었어요.
(혹시나 숲속 과실나무도 주인이 있었다면 죄송하긔...)
제가 걸었던 시기는 7-8월인데 8-9월 즈음에 까미노에 가시면 과일들이 아주 풍부하대요.
체리가 정말 맛있었고 특히나 무화과는 꿀이었어요.
숲속에서 나무조각을 하는 한 청년을 만났어요.
나무에 가리비 문양을 조각해서 팔더라구요.
나무 종류도 여러개이고, 여기에 레몬향을 입혀서 향도 좋았구요.
하나에 15-20유로인데 또 이때는 이게 왜 이렇게 비쌌을까요.
하나 사고 싶었는데, 너무 아쉬워요.
걷다가 힘들어 작은 바에서 친구들과 점심을 먹었어요.
사과랑 무화과랑 치즈, 빵 이렇게 해서 다같이 나눠먹고.
여자 사장님이셨는데 굉장히 매력적인 스페인 분이었어요.
저희한테 선물을 주시겠다고 본인이 직접 구한 크리스탈을 주셨어요.
스페인 말로 이 원석의 이름을 알려주셨는데, 해석해보니 '까미노 위 한줄기의 꽃' 이란 뜻이었어요.
한국 돌아오면 꼭 이걸로 원석 목걸이 만들어야지 했는데, 어딘가에서 잃어버렸네요.
제가 써둔 기록에 보면, 사장님께서 헤어질 때 저를 안아주시면서,
'Life is short. so enjoy your life.'
'Good Luck. Enjoy Enjoy Enjoy your life'
이렇게 이야기 해주셨어요. Enjoy라는 말을 엄청 강조하시면서요.
인생을 즐겨야하는데, 나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참 어렵네요 아직도.
같이 걷던 친구 한명한테 고형카레가 있어서 이날은 카레파스타 만들어 먹었어요.
이때 먹었던 저 냄비 한가득 파스타 맛은 평생 못잊을 거에요.
정말 따뜻하고 맛있었어요.
여행하며 만난 인연 중 일본인 한 분을 알게되었어요.
이분과는 까미노의 3/2시점부터 함께 걸었어요.
저희를 위해 항상 아침에 일찍 일어나셔서 죽을 끓여주셨고, 저녁에는 갖가지 음식도 해주셨어요.
의사소통이 원할하진 않았지만 한국어, 일본어, 영어 써가면서 재밌게 이야기도 많이 나눴어요.
실제로 까미노 후에 포르투갈, 모로코 여행을 함께 했고, 저를 일본에 초대해주셨어요.
이 일본분은 남자인데 나이가 저희 아빠보다도 많으세요. 한국나이로 치면 올해 68세니까요.
전혀 불편함 없었고, 일본 남자 어른이 이렇게 가정적이고 유머러스 한가 싶었어요.
여행이 끝난 지금도 저를 한국의 딸이라고 써주시는 분이세요.
그냥, 저의 까미노에서 만난 인연에 대해 이야기 해드리고 싶어요.
저는 이 분께 진심으로 감사해요. 제가 까미노를 걷는 동안 자만하고 경계심 없는 행동으로
조금 곤란하고 위험한 일이 있었는데 이 분께서 항상 함께 해주시고
저를 대신하여 위험한 상황에서 대처해 주셨거든요.
까미노를 그리고 이분을 떠오르면 뭔가 나이와 국경을 넘어
힘든 시절을 함께 한 깊은 우정을 나눈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아무튼, 까미노를 걷는 동안 꼭! 당부드리고 싶은게 있어요.
까미노에 실제로 오면 생각보다 안전해서 경계심이 풀어지고 굉장히 자유로워 질 수 있어요.
그래도 제발 꼭. 부디. 자유롭되 경계는 절대 늦추지 마세요.
사람으로 아니면 어떠한 상황으로 위험한 순간이 찾아올 수 있어요.
스페인의 갈라시아 지방을 넘어갑니다.
갈리시아 지방은 날이 흐리고 뿌옇고 비가 자주 오기로 유명하대요.
제가 걸었을 때는 비라기 보다는 안개비 정도가 한 번 왔었어요.
갈라시아 지방 넘어갈 때 처음 보는 비석이에요.
길에는 동물들도 많아요.
소가 걸어가는 건 기본이고, 말이며 돼지며 많아요.
그냥 의식하지 않는 척 무섭지 않은척 걸어가면 되요.
Sarria 마을을 넘어갈 때 만난 오랫만의 태극기.
안개가 자욱하네요.
이른 아침인데다가 갈리시아 지방이라 안개가 깔렸네요.
꺄. 앞으로 100km 만 걸으면 산티아고에 도착이에요.
790km를 시작으로 언제 이렇게 걸어 100 킬로미터를 앞두었을까요.
기분이 조금 이상했어요. 아쉽기도 하구요.
까미노를 걸으면, 이런말이 있다고 해요.
까미노의 1/3은 힘들어하면서 걷고, 1/3은 행복해하면서 걷고,
남은 1/3은 줄어드는 거리를 아쉬워하면서 걷는다구요.
저도 조금은 그랬어요.
참, 또 까미노를 걸으면서 순례자는 꼭 한 번은 눈물을 흘린다는 말도 있어요.
저는 까미노 초반에 물집과 다리 통증 때문에 걸으면서 울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웃긴데, 그때 god 노래 들으면서 울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구 팬god이기 때문입니다.)
god 보통날 노래 들으면서 걸었는데, 가사가 너무 와닿았거든요.
Portomarine 이라는 마을이에요.
아주 큰 호수의 다리를 가로질러 건너면 만나는 마을이에요.
여기에서 묵었던 알베르게 기억은 안나는데 한 방에 이층침대가 한 150개 정도 있었어요.
이 날은 오랫만에 정육점에서 고기사고 샐러드사서 스테이크 해먹었어요.
이것 역시 함께 걸었던 일본분이 만들어 주신거에요. 너무 맛났어요.
그리고 예전에는 샐러드에 갖가지 드레싱 넣어 먹어야 먹는 것 같았는데,
이때는 좋은 올리브오일에 소금만 쳐서 먹었어요. 근데 이게 제일 맛이 좋았어요.
이날, 저 포함 4명이서 와인 7병인가 마셨었어요.
다음날 좀 힘들었었어요. 까미노 걸으실 때 술 너무 많이 드시면 안됩니다.
까미노 거의 끝무렵에는 수국이 꽤 많이 피어있었네요.
제 머리크기 만한 수국이 한가득이었어요.
뽈보에요.
잘 기억은 안 나는데 O cebreiro 마을에 뽈보가 굉장히 유명하다고 해서 사먹었어요.
저렇게 한 접시랑 바게뜨를 내어주는데 10유로 정도였던 것 같아요.
맛은 문어 숙회에 올리브오일이랑 특유의 매운 고춧가루가 뿌려져 있어서,
그냥 저냥 한 번 정도 맛보면 좋을 것 같고 굳이 두번은 안 먹을 맛이에요.(제 기준!)
이 날은 산티아고 도착 하루 전 날이에요.
전날 함께 걷던 사람들과 마지막 저녁식사를 했어요.
Ribadiso de Baixo 라는 마을이에요.
이 마을은 아주 작은 마을인데 작은 냇가가 있어서 알베르게 묵는 모든 사람들이
발 담그고 웃고 그랬어요. 냇물 소리랑 웃음소리랑 참 좋았어요.
그리운 갈리시아 에스트레야 맥주네요.
42km 남짓 남은 거리였는데, 저는 다음날 하루에 42킬로미터를 걷기로 했어요.
까미노의 마지막 날이었네요.
42km 가량의 긴 거리라 4시 반쯤 출발했어요.
저 말고도 함께 걷기로 한 친구들이 몇 있어서 무섭지 않게
서로를 의지하면서 출발했어요. 아주 어두웠지만 괜찮았어요.
앞으로는 못 볼 순례길 표식이라 사진도 담아두었구요.
42km 를 걷는 도중 딱 한번 가진 간식타임이었네요.
과일이랑, 아주 달달한 빵이랑.
하루에 40km를 걷는다는 것은 정말 생각보다 쉬운일이 아니에요.
걸어도 걸어도 끝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네. (마른세수;;)
와! 드디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보였어요.
드디어 나의 목적지 산티아고 입구에 들어왔어요.
새벽 4시에 출발해서 오후 3-4시경에 도시 입구에 들어왔어요.
마을 초입에 들어온거라 여기에서 산티아고 대 성당까지는 1시간 정도는 더 걸어야 했어요.
드디어 도착했어요.
32일의 긴 여정이 드디어 끝났네요.
제가 갔을 때는 대 성당이 공사중이었어요. 아쉽지만요.
도착해서 대성당 광장에 앉아서 도착하는 순례자들을 보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그렇게 꽤 오래 시간을 보내고 미리 예약해 둔 알베르게에 들어가서 쉬었어요.
도착하면, 정말 눈물이 콸콸 쏟아질 줄 알았어요.
생각보다 그렇지 않았어요. 마지막날 너무 에너지를 많이 써서 그런건지,
크게 감흥은 없었어요. 끝난것이 후련하고 속시원하고 그런 느낌도 크게 없었구요.
그냥 얼른 알베르게 들어가서 씻고 다리 올리고 누워있고 싶다. 생각했어요.
의외로 덤덤했네요.
산티아고 대성당에는 야곱의 무덤이 있어요.
그래서 그쪽으로 들어가시면 야곱의 조각상에 올라가 한번씩 기도할 수 있는 곳이 있어요.
다들 거기서 기도를 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저도 줄서서 기도하고 내려왔어요.
다음날 대성당에서 마지막 미사를 드렸어요.
천주교 신자가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서 미사는 꼭 참여해야될 것 같았어요.
시간이 맞는다면 산티아고 대성당에는 큰 향로가 있는데 그게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향로가 왔다갔다 하는걸 뭐라고 명칭하는지 모르겠네요.)
미사 시작과 동시에 정말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퍼졌고,
그 소리와 함께 전날 아무 감흥없던 저였는데, 눈물이 엄청나게 쏟아졌어요.
그 동안의 고생과 느꼈던 수많았던 감정들이 밀려와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싶어요.
혹시나 아는사람이 우는거 봤다면, 평생 놀림 당했을 거에요. 히익.
산티아고에 도착했고, 까미노의 진정한 끝은 피네스테레 라는 곳이라고 해요.
보통 3-4일이면 도착하는 거리인데 저는 절대 못 걸을 것 같아서
숙소에서 하는 투어 신청해서 차 타고 갔다 왔어요.
지금도 차타고 다녀온 것에 나녀석 선택 잘했다고 생각해요 크으.
여기는 Muxia 라는 곳이에요. 막 성경? 성모마리아 발현? 뭐 이런데라고 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그냥 멋졌어요. 멋지고 대서양을 내 눈앞에! 좋았네요.
여기가 바로 세상의 끝 Finesterra 라는 곳이에요.
여기에 노란 화살표의 끝이 있어요. 남은 거리가 0km 에요.
인증샷 찍고 왔네요. 생각보다 피네스테레는 별 감흥이 없었어요.
오히려 묵시아가 더 멋지고 좋았네요.
왼쪽에 보이는 것에 순례자 여권이구요.
오른쪽에 보이는 게 순례자 여권을 가지고 순례자 사무실에 가면 주는 증서에요.
받으니 참 뿌듯하고, 제 인생의 보물과 같은 것이 되었어요.
이건 제가 정말 뿌듯해하는 사진이에요.
저의 구글맵. 헤헤.
생장피드포트에서 시작하여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까지.
매일 머무른 곳을 체크했는데, 저렇게 걸어서 스페인을 완주했어요.
가끔 핸드폰의 구글맵을 켜서 보고 있으면 참 기분좋고 뿌듯해요.
'16.7.8~'16.8.8
Saint Jean Pied de Port - Santiago de Compostela 790km.
까미노 걷는 동안 누군가와 함께 걸을거란 생각 못하고 시작했어요.
걷다보니 제 옆에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해주었고,
그 안에서 외롭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고 많은 감정을 느꼈어요.
새벽에 함께 눈 떠 서로를 의지하며 컴컴한 길을 걷고, 뜨는 해를 보고,
작은 빵 한조각을 나눠먹고, 함께 요리하고, 이야기하고 귀 기울였어요.
그렇게 땀 흘리고 눈물 흘렸더니 32일의 까미노가 훌쩍 끝났네요.
까미노 위에서 미칠듯이 더웠고 끝이 없는 길이 지치고 괴로웠고,
물집과 발바닥 통증, 아무리 버려도 무거운 배낭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요.
오죽하면, 한국 와서도 몇 주 동안 허리, 발바닥 통증이 계속 됬고
어깨쪽 신경은 눌려서 어깨 앞쪽 살 감각이 둔해졌어요. (지금은 괜찮아요.)
그래도 저는 까미노 위에서 너무 행복했어요.
힘들다고 했으면서 왜, 뭐가 그렇게 행복했냐 의아하시겠지만,
그럼에도 저는 진짜 정말 행복했어요.
피레네 산맥 넘으면서 절대로 까미노 다신 안온다고, 두세번씩 오는사람 이해 못했는데,
지금은. 언젠가 꼭 한 번 더 까미노에 갈거에요. 꼭!
마지막으로.
까미노를 걸었다고 변한건 없어요. 대단한 사람 된것도 아니고 뭘 얻은 것도 없어요.
지금은 소드하고 복세편살 외치고, 매일 돈 많은 백수를 꿈꾸네요.
그치만, 아주 조금은 제 스스로 변한게 있을거라고 믿어요.
길 위에서의 저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고,
언제나 그 길 위에서 지녔던 용기와 노력을 생각하고 잊지 않을거에요.
언제나 저는, 저의 길을 응원할거에요.
그리고, 소드님들의 길 역시 응원할거에요.
Buen Cam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