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만 화려한 미국 경제, 캐나다 내실은 더 탄탄
기술 공룡이 끌어올린 미국 수치, 불평등 심화 반증
캐나다의 경제 체질이 겉으로 보이는 지표보다 훨씬 단단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단순히 1인당 국내총생산(GDP)만 보면 미국에 크게 뒤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가를 반영한 구매력과 소득 분배 상태를 따져보면 평범한 캐나다인의 삶이 미국인보다 더 여유롭다는 분석이다. 워털루 대학교의 펠릭스 안트 교수와 프레이저 연구소는 1인당 GDP가 국가 번영을 가늠하는 척도로 쓰이지만 실제 생활 수준을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5년 말 기준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8만9,600달러로 캐나다의 5만4,900달러보다 약 39% 높다. 다만 인구 증가나 환율 변동을 감안하지 않은 단순 수치 비교는 한계가 있다. 물가 수준을 반영한 구매력 기준으로 보면 캐나다는 6만4,200달러, 미국은 7만9,200달러로 집계돼 격차는 약 19%로 줄어든다.
미국과 캐나다의 생산성 격차는 산업 구조 차이에서 비롯된다. 캐나다는 경제의 15%를 차지하는 석유와 가스, 광업 등 자원 산업이 성장을 이끌어왔지만, 2014년 유가 급락 이후 투자는 정점보다 25%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미국은 애플과 아마존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 기업들이 성장의 중심에 서 있다. 이들 7개 기업이 2025년에 거둔 수익은 2조5,000억 달러로 캐나다 전체 경제 규모에 맞먹는다.
이러한 초고소득층과 기술 공룡의 실적은 미국 전체의 평균치를 끌어올리는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높은 생산성이 모든 시민의 번영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미국의 상위 1% 소득 비중은 21%에 달하지만 캐나다는 12% 미만이다. 상위 10%가 차지하는 부의 비중 역시 미국이 47%로 캐나다의 36%보다 훨씬 높다. 부가 소수에게 집중된 미국의 지표는 일반 노동자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
전형적인 가구의 실질적인 삶을 보여주는 구매력 기준 중위소득을 비교하면 결과는 뒤바뀐다. 캐나다 중위소득은 약 4만5,300 달러를 기록해 미국의 4만1,200 달러보다 오히려 10% 더 높았다. 미국이 서류상으로는 더 부유해 보이지만, 소득 불평등과 물가를 따져보면 보통의 캐나다인이 미국인 동료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는 셈이다.
물론 캐나다 경제 앞에 놓인 과제는 여전하다. 2000년 이후 노동 생산성 증가율이 연평균 1%에 그쳤고 최근에는 감소세까지 나타났다. 마크 카니 총리 내각이 기술 투자와 산업 다각화를 강조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1인당 GDP라는 단편적인 수치에 매몰되어 캐나다의 경제력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분배의 정의와 실질 구매력을 사수하는 정책이 중산층의 삶을 지탱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체크포인트 · 이것만은 꼭]
1인당 국내총생산 수치만으로 현실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일부 억만장자가 가져가는 막대한 부가 개인의 실제 소득을 그대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미국의 높은 경제 지표 뒤에는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캐나다 중산층의 소득이 미국보다 약 10% 높다는 점은 사회 안전망과 분배 정책이 생활 수준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만 기술 산업 비중이 미국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는 점은 앞으로 중산층 소득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방위 산업과 기술 산업 육성 정책이 실제 가계 소득으로 이어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