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월대보름이다. <삼국유사> 기이(紀異)편을 보면 정월대보름의 기원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소지왕(炤知王)이 정월 보름밤, 경주 남산 천천정(天泉亭)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데 쥐가 갑자기 나타나 지금 빨리 까마귀를 좇아가보라고 하였다. 병사를 시켜 까마귀를 따라가니 한 노인이 다가와 왕에게 글을 올렸다.
소지왕이 봉투를 열어보자 "사금갑(射琴匣, 거문고 통을 쏘라는 뜻)"이라고 적혀 있었다. 소지왕이 대궐로 돌아와 거문고 통을 활로 쏘니, 그 안에 숨어 있던 왕비와 승려가 간음을 하고 반역을 꾀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소지왕은 자신에게 이를 알린 까마귀에 보답하기 위해 정월 보름날을 '오기일(烏忌日)'이라 명명하고, 해마다 약식을 지어 제사를 드리게 했다.
소지왕의 기록 이전에도 한반도에서는 정월대보름에 여러 형태의 제사를 지냈던 것으로 유추된다. 새해 첫날인 정월 명절에는 각 가정 단위로 제사를 지내고 가족간의 행사를 치렀다면, 정월대보름의 제사는 마을 단위로 이루어졌다. 지신밟기와 쥐불놀이처럼 농사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놀이는 여기에서 비롯되었으며, 지금도 약식과 오곡밥, 묵은나물, 부럼깨기와 같은 절기 음식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정월대보름에는 묵은 나물과 복쌈을 먹는 풍습이 있다. 고사리, 버섯, 호박고지, 무말랭이, 가지나물, 산나물 등을 말려두었다가 보름날이나 그 전날 나물을 무쳐 오곡밥과 같이 먹었는데, 묵은 나물을 먹으면 그 해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며. 김이나 취잎사귀로 오곡밥을 싼 복쌈을 먹으면 복이 들어온다고 믿었다.
정월대보름에는 금기도 많았다. 찬물을 마시면 여름 내내 더위를 먹고, 논둑이 터진다고 생각했으며, 비린 생선을 먹으면 여름에 파리가 준동하고 몸에는 부스럼이 생긴다고 여겼다. 또한 아침에는 마당을 쓸지 않았는데, 마당을 쓸면 한 해 복이 나간다고 여겼다. 이와 같이 정월대보름날은 금하고 삼가면서 한해의 풍요를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