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시절, 초, 중등학교 시절은 정말 정신무장의 세월이었던 거 같다.
육이오가 끝나고 나서 바로 얼마 안된 시절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체험상으로는 전전 세대이지만, 실제로는 전쟁하는 장면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전후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알기로는 이 카페에서는 어린 시절에 육이오를 체험한 분은 백합향님일 것이다.
더구나 그 분은 20대에 들어서면서 초등학교 교편을 잡고 계셨으니 지금 내가 하는 말의 의미를 잘 아실 것 같다.
그 당시 학교에 가면 교실 내외에 흰 종이에 검은 붓끌씨로 쓰여진 이러한 표어가 붙어 있곤 했다.
<오열을 잡자! >
오열이란 가짜 열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당시에 대열은 대개 2열 아니면 3열 또는 4열로 이루어져 있었고 5열이라는 것은 없었으니 말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체육시간을 기다리며 자유롭게 놀고 있다. 이윽고 학교 종이 울리면 체육선생님이 운동장으로 나와서 아이들을 집합시키게 되는 데, 먼저 어느 학생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 기준!"
그러면 지적당한 학생은 오른 손을 높이 들면서 큰 소리로 이렇게 외친다.
"기준~!
이 소리는 어찌나 큰지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모든 아이들이 들을 수 있다.
모든 아이들이 바라 보고 있는 가운데, 선생님도 큰 소리로 이렇게 외치신다.
"이 학생을 기준으로 4열 종대 집합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뛰어 와서 손을 들고 서 있는 학생 우편으로 네 학생이 서게 되고, 그 뒤에 연하여 <앞으로 나란히>를 해 가면서 줄을 선다.
이 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다 모였다 싶으면 선생님은 숫자 파악에 나서신다.
"앞 줄부터 앉으면서 번호!"
그러면 앞줄부터 네 사람씩 앉으면서 <하나!> <둘!> <셋!> <넷!> ....하다가 맨 마지막 줄 네 아이들이 이렇게 외친다!
<열 다섯! 끝!>
그리고 그 중 한 학생이 이렇게 외친다.
<총 60명, 외 1명입니다!>
그러면 선생님은 총 학생수가 61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친히 세어볼 필요도 없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신다.
<60명은 나를 따른다. 그리고 남어지 1명은 교무실에 가서 배구 공 하나와 축구 공 하나를 가지고 온다!"
그러면 그 학생은 교무실로 날쎄게 달리고, 남어지 60명은 열을 맞추어 선생님을 따라간다.
이렇게 그 때의 우리는 절도가 있었고, 움직임도 신속하였다.
아마 일제가 끝난지도 얼마 안되었고, 곧 바로 6.25라는 참변을 겪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것이 결코 아름다운 추억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도 가끔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것은 웬까닭 일까?
아마도 요즘 세태가 너무 정신 상태가 해이해지고, 사회 기강마져 무너져있기 때문이 아닐까?
<오열>이야기를 하다가 이렇게 까지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군대는 오열이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군대에 어떻게 오열이 있을 수 있겠느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겉 보기에는 없는 것 같아도, 속으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겉으로의 행동은 5열이 아닌데, 마음은 5열에 속한 자들이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다시 50년대 초등학교에 붙여 놓았던 그 표어를 다시 붙여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오열을 잡자>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