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10편)
*모네타*
해순이가 새부모집에 온지 3년째 되던 해
새어머니는 병이 낫고 기력을 회복해
예전에 하던 화랑을 다시 시작했다
미대를 졸업하고 서양화가로 활동하다
유학 간 파리에서 지금의 새아버지를 만났다
그 당시 새아버지도 파리 3대학에 유학 온
집안이 가난한 유학생이었다
돈이 드는 곳은 갈수가 없어
주말이면 세느강 주변을 배회하면서
근처 싼 카페 야외솔 아래에서 거피를 마시던 중
그림을 그리던 어머니를 알게 되었던 것이다
어머니도 집안이 어렵기는 마찬가지
파리의 유명한 화가밑에서 사사 받던 어머니는
늘 주말이면 학비며 생활비를 벌기 위하여
세느강 주변에 화가들이 밀집된 이 곳을 찾았으며
여기에는 전 세계에서 온 화가나 시인 소설가
등등 예술가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
세느강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리는
어머니앞에서 아버지는 유독 열심히 보았다
어머니는 그림에 열중하며 가려니 했지만
끝내 가지 않고 보기에
그림을 사라고 권해 보았지만
가난한 유학생인 아버지는 살 돈도 점심 먹을 돈도
겨우 커피 한 잔 먹을 돈밖에 없었다
그림도 안사고 영업에 방해가 되는 아버지를
조용히 돌려보낼려고 했지만
도대체 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끝내는 어머니가 화를 냈지만
아버지는 어머니가 내는 화도 칭찬인 양
싱글거리며 사랑스럽게 받았다
화를 내던 어머니도 어이가 없어 접고
대화를 시도해보니 같은 고단한 한국 유학생이었다
거기서부터 인연이 시작되었다
연인으로 발전한 새부모는 알게 된 1년 뒤
허름한 파리 빈민가에서 동거를 시작하였고
돈이 없는 아버지의 학비며 생활비를 벌기 위하여
수업이 끝나면 매일 그림거리에 나와
지나치는 해인들의 초상화나 풍경화를 그려
생활을 유지했었다
동거한 지 5년 후
빨간 낙엽이 파리를 물들고 찬 가을바람이
심하게 불던 날
어머니는 결혼준비를 위해
큰 아들을 임신한 상태로 귀국했고
그해 겨울 함박눈이 내리던 크리스마스에
명동 ‘암 쉐브르’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아버지는 대학교수로
어머니는 종로 2가에서 화랑을 시작하였다
해순이가 21살이 되던 해
그 집에 들어 온 지 3년이 되던 12월 크리스마스 이브
아버지와 어머니, 해순이는
트리가 설치된 거실에서 축하 케익을 짜르며
지나온 한 해의 무사함에 감사를 드린다
특히 어머니의 병나음을 감사드리고
해순이의 실어증을 치료해 준 것을 고마워했다
해순이는 부모에게 자신이 직접 짠
털목도리와 신세계 백화점에서 산 넥타이를
선물하였고
아버지는 해순이에게 예쁜 핸드백을
선물했다
그런데 어머니의 선물은 없고 웃고만 계신다
어머니는 자기 선물은 좀 있다 줄테니 우선
케익을 짤라 먹자고 하신다
앞접시에 짜른 케익 한 조각을 담아 드리고
한 조각을 다 먹은 어머니는 해순이가 깜짝 놀랄만한
큰 선물을 준다
이젠 집안의 우환도 지나가 예전처럼 화기애애하고
미국에 유학 간 아들 둘도 성공을 하였다
큰 아들은 박사학위를 받고 큰 미국계 대기업에
취직되었고 둘째 아들은 곧 박사 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불만이라면 큰 아들 며느리가 미국인이라는 것
집안도 평온해지고 만사가 형통한 것은
복덩어리인 해순이가 들어오고 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해순아, 이젠 내가 병이 다 낫고 예전처럼
건강하니 집안일도 예전처럼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난 화랑에서 종일 근무해야하니
아버지만 챙겨주렴
그리고 아버지가 출근하면 저녁까지는 할 일이
별로 없으니 새해부터는 못 끝낸 학업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어떻겠니?‘
해순이는 갑작스런 어머니의 제안에 깜짝 놀라고
미안한 마음에 아버지의 눈치를 본다
‘해순아 아버지 눈치는 왜 보니?
벌써부터 상의했어
사실 이 제안은 내가 아니라 아버지의 작품이다‘
그러면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해순이의
놀라고 어색한 표정이 우습기만하다
‘아버님 어머님!
아직 집안에는 할 일도 많아요
그리고 학원에 다니다 보면 늦는 날도 많을 텐데
아버님 어머님 식사며 집안일이며
누가 다 해요
더군다나 그런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어요‘
‘나도 다 생각해 놨다
니가 아침 식사며 집안일을 오전에 끝내면
오후에는 늦어도 괜찮다
엄마는 화랑에서 저녁 늦게까지 일하니 걱정없고
내가 문제인데
너도 알다시피 요새는 맡은 용역이 있어
매일 저녁까지 먹고 퇴근하잖니
일찍 오는 날이면 저녁은 내가 찾아먹으마
우리 걱정은 말고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된다
그리고 기회가 주어질 때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어버지는 가난했던 고학시절을 생각하며 당시
자신의 처지가 지금의 해순이와 별반 다름이
없다고 생각되어 더욱 더 적극적이다
아침 새벽에 일어나 분주히 아침을 준비한 해순이는
몸과 마음이 바쁘다
어제 밤새 공부했지만 여전히 머릿속은
별로 아는 것이 없다
아침을 정성드려 식탁에 채려 놓고
부모님이 식탁에 앉은 후
가스렌지에서 펄펄 끓고있는 된장찌개를 올려놓는다
‘엄마
오늘은 학원에서 검정고시를 대비해
모의 학력평가시험을 본다고 해서 일찍 가야해요
9시에 시작해서 4시에 끝난다고 해요
저 먼저 먹고 갈께요
그릇이나 청소는 학원 끝나고 할께요‘
‘그렇게 하렴
먹은 그릇은 내가 씻고 갈테니 넌 저녁에
청소나 하렴
어제 보니 아버지방이 조금 어지럽더라‘
엄마는 수저로 뜬 밥을 입에 넣으며 조용히 말한다
‘여보
내 방은 괜찮아
요새 연구할 것이 있어 챙겨둔 자료들이야
막 건들면 안 되는데‘
아빠는 당황스러워 손사례를 친다
‘아버지
항상 제가 청소했잖아요
걱정마세요
아버지 생각만큼 만들어 놓지 않을께요‘
해순이는 수저를 놓자말자 2층 자기방으로 올라가
가방을 챙겨들고 현관을 나서며 인사를 한다
해순이는 다음 해
신설동에 있는 대입 고입 검정고시 학원에 등록하였다
오랜만에 하는 공부라
잊어먹은 기억만 존재하고
배웠던 기억은 낙동강 오리알이다
그러니 다른 아이들보다 더 열심이다
새부모님의 배려로 얻은 기회
한 번에 통과해야 한다
밤새 공부 학원에서도 집중 또 집중이다
집안일은 어머니가 많이 도와주셔서 한결 가볍다
해순이가 너무 힘들어하면
아버지와 해순이를 종로로 불러 외식을 하며
수고스러움을 감해준다
그 해 해순이는 고입 검정고시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다
그리고 남은 기간 동안 대입을 준비했다
고입 검정고시는 쉬웠지만 대입은 생각보다 어렵다
다 어렵지만 수학과목이 특히 어렵다
해순이는 집안 일
잠자는 시간까지 아끼고
심지어 화장실이나 목욕탕까지 교재를 들고 가
공부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랄까
해순이가 23살 되던 1월
해순이는 D대학 행정학과에 합격했다
아버지는 빨간 겨울 코트를 사주었고 어머니는
멋진 가방을 선물로 주었다
미국에 사는 오빠들은 화장품과 청바지와 청티를
보내왔다
그리고 방학에 미국으로 놀러오라고 한다
큰 오빠는 미국여자와 결혼해서 미국시민권이 있었다
해순이는 고향에도 연락을 했지만
자신의 거주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옛날에 천대받던 시절을 기억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찾아가겠지만
지금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다
형제자매들이 찾아오면 자신이 어렵게 찾은
행복이 깨질까 봐서 조심스럽다
5월의 D대학은 여유롭고 한가하다
해순이는 오전 수업을 끝내고 학생회관옆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를 들고 본관앞에 서 있는 설립자
동상아래 잔디밭에 앉는다
곱게 자란 잔디가 엉덩이를 간질이고
산들산들 불어오는 봄바람 타고 나비가 근처를 맴돈다
오늘은 무얼하지
오후에는 수업이 없어 늘어진 시간인데
그러다 깜빡 졸아 손에 쥔 커피가 책위에 쏟아진다
놀라서 가방속에 손수건을 꺼낼려고 하는데
누가 먼저 책 위에 묻은 커피를 닦아낸다
‘언니는 참 왜 이렇게 분주하게 살어
꼭 무언가든 만들어
아휴 오늘은 수업도 없고 심심한데 뭘 하지?‘
같은 동아리 써클에서 만난 의경이다
의경이는 시골 만석집 세컨드 자식이다
아버지가 큰 어머니에게서 아들만 줄줄이 5명 낫자
딸을 얻고 싶어
돈 다섯 마지기를 주고 예쁜 마누라를 얻었다
나이 많은 본처보다 젊고 예쁜 마누라이기에
누구보다도 예뻐했고 특히 의경이는 금지옥엽
원하는 것은 무어든 해 주었다
그래서 늘 큰 어머니와 오빠들이 시기하고 미워했다
그러나 부녀자가 시기하는 것은 칠거지악
문 중 어르신들이 금하는 금기사항이다
큰 어머니와 오빠들은 미웠지만 겉으로는
안 그런척하니 큰 풍파는 없었다
의경이는 삼수를 하여 대학에 들어왔다
돈으로 산 과외선생님들이 만들어 놓은 작품이다
문예창작과도 꼴찌로 입학했다
예비 1번이었는데 등록을 안한 수험생이 있어
운 좋게 입학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의경이가 D대학의 입학소식을 듣던 날
의경이네 집에서 문중 어르신 동네 주민들을 불러
큰 잔치를 열었다
큰 어머니 아들 다섯이 있었지만 모두 지지리도
공부를 못해 전문대나 지방대를 다니거나 다녔고
서울소재 대학에 입학한 것은 의경이가 처음이다
같은 학번 동기이지만 해순이 나이가 2살 많아
늘 ‘언니 언니’ 하고 쫓아다녔다
‘글쎄 말이다
나도 무료하기만해서 여기서 시간 죽이고 있어
넌 건수 제조생이니 한번 말들어 봐‘
해순이가 말을 하며 보니
운동장을 가로 질러 오는 정미가 있다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드니 정미는 신이 나
신었던 뾰쪽구두를 벗어 손에 들고
가방은 허리춤에 매어달고 바람처럼 달려온다
정미도 무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미의 아버지는 태백에서 광산업을 하는
알부자이다
아들은 없고 딸부자이다
7공주 중 막내가 정미다
정미는 유아들에게 관심이 많은지 유아교육학과에
입학했다
한사코 법대를 가라는 엄마의 성화를 이겨내고
자신이 원하는 학과를 선택한 것이다
해순이 의경이 정미
셋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지만 늘
재주꾼은 정미였다
하여튼 맨 땅에서도 장미를 피워내는 솜씨가
군계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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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모네타님
하세요

워요
도 하고
서로 아끼면서
서로 감사하면서
힘들땐 도와주는 마음이 참 예쁘네요
올려주신 글 잘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긍을 쓰다보니 남은 시간이 별로 없네요
오늘도 행복하게 잘 지내시길요
좋은글에 몸 녹였다 갑니다 ^^*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벙어리 여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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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제 10편
많은 공감가는
의미 있는
아름답고 고운
글향에
머물다 갑니다.*^^*
모네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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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름답고 화사한
멋진 날 되시며
더더욱 건안하시며 건필하소서.*^^*
고맙습니다
활기찬 하루 되세요
오늘은 교정ㅢ 추억을 떠올 리며 ..미소지어 봅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예전의 대학은 낭만이 있었는데...
아하, 이런
해순이가 한의사가 되질 않고
고입,대입 검정고시를 통과해 서울 안의
대학 행정학과 학생이 되었네요.
그렇다면 행정고시를 패스하여 관청의
요직으로 성공하는 해순이의 모습이 기대 됩니다.
다음 편도 조속히 읽고 싶어 지네요.
고맙습니다
늘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