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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와 과학자의 생명 예찬
김병종 교수와 최재천 교수의 생명을 주제로 한 대담, ‘생명 칸타타’
‘생명’을 주제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와 과학자가 만났다. 〈바보 예수〉와 〈생명의 노래〉연작을 통해 끊임없이 생명을 화두로 작품 세계를 펼쳐온 한국화가 김병종 교수와 동물과 곤충들의 행동 연구를 통해 인간의 삶, 나아가 생명의 과학적 진리를 찾아 나서고 과학의 대중화를 주창해 온 최재천 교수의 만남은 만남만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김병종 교수는 알제리, 튀니지, 쿠바, 페루, 칠레 등의 여행지에서 또 다른 ‘생명력’을 발견했다. 초록색의 나무와 꽃이 영기를 뿜어대는 마조렐의 정원, 옥빛 바닷물에 아이가 뛰어드는 카리브 해변, 쿠바 여인네들의 현란한 몸짓을 길 위에서 만나고, 감격하고, 그림으로 그렸다. “모든 생명은 서로 바라보다가 마음이 이어지게 마련”이라고 그는 전한다.
최재천 교수는 시인이 되고 싶었던 소년이 동물학과를 선택한 사연, 누구보다 아름다운 방황을 즐겼던 대학 시절, 그리고 천사 스승, 에드먼즈 교수와의 인연, 그리고 국립생태원장이라는 새로운 도전까지… 자연, 인간, 사회를 관통하는 최재천 교수만의 특별한 생각을 솔직담백하게 전한다.
이 책은 두 저자의 어린 시절과 생명을 주제로 한 학문적인 발전을 이뤄가는 과정이 인간적인 사랑을 바탕으로 진솔하게 그려지고 그 사이사이에 보는 이에게 마음을 치유하는 기운이 있는 김병종 교수의 ‘생명’ 연작 등의 그림이 더해져 감동을 잇는다. 무엇보다도 두 저자가 디지털 시대를 고되게 달리는 우리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생명이 충만한 이 세상을 만끽하라는 전언으로 가득차 있다.
👨🏫 저자 소개
김병종
1953년에 태어나 서울대 미대와 동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서울, 파리, 시카고, 브뤼셀, 도쿄, 바젤 등지에서 수십 차례 개인전을 가졌으며, 국제 아트페어와 광주 비엔날레, 베이징 비엔날레, 인디아 트리엔날레 등에 참여해왔다.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미술기자상, 선미술상, 대한민국 기독교미술상, 안견미술문화대상 등을 수상했고, 대한민국 문화훈장을 받았다. 대영박물관과 온타리오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저명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도 초기작 〈바보 예수〉부터 근작인 〈풍죽〉 〈송화분분〉까지 다수의 작품이 상설전시되고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의 국빈 방문 때는 그의 작품이 증정되기도 했다.
글 쓰는 화가 김병종은 대학 시절 동아일보,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함과 동시에 전국대학미전에서도 대통령상을 받는 등 일찍부터 글과 그림의 경계를 허무는 전방위적 예술가의 행보를 보여왔다. 동양철학 연구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중국회화연구』를 통해 한국출판문화상을 받기도 했다. 서울대 미대 학장, 서울대 미술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가천대 석좌교수로 있다. 대표작 『화첩기행』(전5권) 외에 『바보 예수』 『생명의 노래』 『오늘 밤, 나는 당신 안에 머물다』 『자스민, 어디로 가니?』 『나무 집 예찬』 『감히, 아름다움』(공저) 등을 썼다.
최재천
서울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생태학 석사 학위를, 하버드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한국생태학회장, 국립생태원 초대원장을 지냈고,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와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를 맡고 있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와 『과학자의 서재』를 비롯하여 수십여 권의 책을 쓰고 번역했다.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학자로,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을 번역하여 국내외 학계의 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1995년 이래로 시민단체, 학교, 연구소 등에서 강연을 하거나 방송출연, 언론기고를 통해 일반인에게 과학을 알리는 작업을 해왔다.
1953년 강원 강릉에서 4형제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학창 시절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냈지만 방학만 되면 어김없이 고향의 산천을 찾았다. 서울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1979년 유학을 떠나 198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생태학 석사학위, 1990년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하버드대 전임강사를 거쳐 1992년 미시간대의 조교수가 됐다. 1989년 미국곤충학회 젊은과학자상, 2000년 대한민국과학문화상을 수상했고, 1992-95년까지 Michigan Society of Fellow의 Junior Fellow로 선정되었다. 2004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생물학과 교수로 부임하였으며 환경운동연합 공동 대표, 한국생태학회장 등을 지냈고, 2006년 이화여대 자연과학대로 자리를 옮겨 에코과학부 석좌 교수, 이화여대 에코과학연구소 소장과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를 맡고 있.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고자 설립한 통섭원의 원장이며, 기후변화센터와 136환경포럼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그 밖에도 '국제환경상' '올해의 여성운동상' '대한민국 과학기술훈장' 등을 수상했고,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을 비롯하여 4개의 국제학술지의 편집위원을 역임하였다. 해외에서는 주로 열대의 정글을 헤집고 다니며 동물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국내에 머물 때면 "알면 사랑한다!"라는 좌우명을 받쳐 들고 자연사랑과 기초과학의 전도사로 전국을 누비고 다닌다.
하버드 시절 세계적 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로 있었으며, 그의 개념을 국내에 도입하였다. '통섭'이라는 학문용어를 만들어 학계 및 일반사회에 널리 알리고 있다. 1998년부터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과학기술부 과학교육발전위원회의 전문위원을 맡아 청소년의 이공계 진출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과학의 대중화를 실천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수많은 어린이책에 과학적인 내용을 감수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러한 활동 외에도 최 교수는 영장류연구소를 설립하여 침팬지들을 연구하고 있으며 일반인들이 생태계의 가치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도 이곳을 활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생물학자에서 출발하여 사회생물학, 생태학, 진화심리학 등 학문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언제나 공부하는 과학자이다. 그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통합을 꿈꾼다. 학문 간 벽을 허물고 통합적으로 사고해야만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학자이자 지식인으로서 한국 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져온 최재천은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지식의 대통합』을 번역 소개하여 학문 간 교류와 소통의 필요성을 널리 알렸으며, 저서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를 통해 생물학적인 시선으로 고령화 사회의 해법을 제시하여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21세기가 요구하는 인간상으로 ‘호모 심비우스’를 제시하여 극단적인 경쟁과 환경 파괴로 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인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는 여성의 세기는 반드시 올 수밖에 없는 생물학적 필연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그는 사회생물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진정한 여성성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렇다면 그 새 시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결국 여성과 남성이 더불어 잘사는 길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과학자의 서재』와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를 비롯하여 30여 권의 책을 저술하거나 번역했다. 그가 한국어로 쓴 최초의 저서 『개미제국의 발견』은 2012년 봄에 영문판 The Secret Lives of Ants로 존스홉킨스대학출판부에서 출간된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한 영문서적을 비롯하여 다수의 전문서적들과 『개미제국의 발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인간의 그늘에서』,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인간은 왜 늙는가』,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통섭』, 『알이 닭을 낳는다』, 『최재천의 인간과 동물』, 『알이 닭을 낳는다』, 『벌들의 화두』, 『상상 오디세이』,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 『21세기 다윈 혁명』, 『개미』, 『인문학 콘서트』, 『과학자의 서재』, 『통섭의 식탁』, 『호모심미우스』, 『다윈지능』,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등의 저 · 역서 외에도 여러 책에 감수자로 참여했다. 2019년 출간된 『동물행동학 백과사전(Encyclopedia of Animal Behavior)』의 총괄 편집장을 역임했다.
📜 목차
1부 김병종
최재천이 바라보는 김병종
생명은 움직임이다
그리고 싶구나. 너희들의 순백 생명의 색
먼 별나라로부터 진이가 왔다
설렘
운자 크레보의 사과나무
치유하는 사하라
가나자와, 눈의 나그네
쿠바? 음악이 약이다
몽환의 구름, 송화분분
어떤 농부는 비바람 속에서도 씨를 뿌린다
희말라야의 소년
나의 안코라 임파로
생명, 길을 묻다
밤중에 온 하얀 꽃
어느 날, 바보 예수
어머니, 이제는 내 나라로 가야 할 시간입니다
꼬마 김씨
연자 누나
2부 하나를 위한 이중주 김병종·최재천 대담
3부 최재천
알이 닭을 낳는다
숨겨주고 싶은 자연
사라져가는 것들
다름의 아름다움
아는 것이 사랑이다
자연 속에 겸허한 자세로
지극히 예외인 동물
멋진 신세계
거품 예찬
인간 유일?
알면 사랑한다
희망을 말하는 동물
배움과 가르침
삶과 죽음
옷의 진화
붉은색과 남자
통합, 융합, 통섭
능소화(凌霄花)
두 동굴 이야기
목련
석양
여울
으악새
자작나무
행복의 수학 공식
혼화(混和)의 시대
김병종이 바라보는 최재천
📖 책 속으로
최재천 …… 첫 만남은 그러니까 김 교수님의 《화첩기행》 을 보면서 ‘도대체 이런 사람이 있나’ 싶었어요. 그림도 잘 그려, 그걸 가지고 속된 표현으로 하면 그림을 그려놓고 ‘구라를 풀어내는데 그게 너무 맛깔스러운 거예요. 책을 읽으면서 ‘이 사람은 화가야 아니면 작가야. 뭐 이런 사람이 다있나’ 했지요. 이런 책을 만든 곳에서 나도 책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이제는 책을 제법 많이 쓴 사람이 됐지만,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는 제가 우리말로 쓴 두 번째 책이거든요. 《개미 제국의 발견》 다음으로 쓴 두 번째 책인데, 제 책 중에 제일 많이 팔린 대표 저서가 됐지요. 하여간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에 어느 날 교수님이 직접 청하신 건지 출판사의 의견인지 모르겠지만, 《화첩기행》 시리즈 중 하나의 추천사를 써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냥 합니다. 이건 무조건 씁니다” 했지요. 열심히 읽고 몇 마디 추천사를 쓰고, 그리고 실제로 만났을 거예요. 서로를 오랫동안 흠모하다가 뒤늦게 만난 거지요.
김병종 하루는 최 교수님이 한번 보자고 그래요. 공과대학 식당에서 만났더니 “저, 학교를 그만둡니다” 이러시는 거예요. 굉장히 놀랐죠. 당시에 이미 스타 교수여서 총장님도 말리고 다들 아쉬워했어요. 놀라서 무슨 일 있냐고 했더니 학교를 옮기게 됐다고 해서 속으로 서울대의 자산 한 토막이 잘려나가는구나,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글얘기를 해야 될 것 같아요.
아주 오래전에 〈뉴욕타임즈〉 에 어떤 여성 미래학자가 앞으로는 전 분야 전 영역에서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득세하게 될 거라는 의견을 피력했대요. 우리나라에 정말 쟁쟁한 과학자가 많은데, 대표 과학자 하면 많은 분이 최 교수님을 떠올리는 건 글의 힘이 아닐까요. 만약에 실험만 왕성하게 하고, 특히 그 실험이 자기 연구 업적 분야에만 머물러서 생명이나 과학의 보편적 가치에 무심했다면 전공이라고 하는 비좁은 자기 밀실에 그냥 갇혀 있었을 텐데 말이죠.
최재천 …… 제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꼭 쓰고 싶은 책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게 꽤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일찌감치 시작했지요. 제목을 그냥 ‘생명’, 영어로 ‘라이프 Life’라고 붙여놨어요. 생명에 관해 제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걸 한번 정리해보려고 해요. 할 수 있다면 종교에서 바라보는 생명의 의미, 예술가들이 그려내는 생명의 모습 등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는 생명을 죄다 다뤄보고 싶어요. 이런 생각을 왜 하게 되었는가 하면,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하긴 했는데 어느 날 생명의 가장 보편적 속성이 뭘까 하는 생각을 스치듯 하다가 아, 죽음이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적어도 이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은 언젠가 끝이 나잖아요. 모든 생명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속성이 바로 죽음이에요. 그 생각
을 하고 나니까 ‘아, 이거 한번 제대로 정리해봐야겠다’ 싶었어요.’……
태초부터 지금까지 생명은 한 번도 끊긴 적이 없어요. 태초에 RNA 혹은 DNA가 탄생한 뒤 지금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생명체를 만들어내고 있지요. 생명 사업을 제법 잘하고 있는 거예요. 개체의 생명은 끝이 있지만 유전자의 생명은 끝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생명은 지금 서로 다 연결되어 있어요. 영속성뿐 아니라 연속성도 있다는 겁니다. 그밖
에도 항상성, 창발성, 다양성 등에 관해 지금 쭉 정리하고 있어요. 죽음이라는 전제하에.
김병종 …… 이제 고인이 되셨지만 생전에 이어령 선생님이 제가 그린 생명에 관한 그림을 보고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생명이 질펀해서 한껏 꽃필 때는 굳이 생명을 예찬할 필요가 없다. 사막에서 아주 작은 풀 한 포기 꽃 하나가 간들간들 피어 있을 때 비로소 생명이 사무치는 단어가 된다”라고요. “굳이 ‘생명의 노래’라는 표제를 붙여 그림을 그리는 것은 생명의 관점에서 볼 때 그만큼 우리 사회가 지금 사막화돼 있다는 것이다 ”라고요.
사람들은 은연중에 이렇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 모든 사람은 다 죽는다. 나도 죽는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멀고 먼 훗날의 이야기다”라고요. 가끔 텔레비전을 보면 들소나 사슴 떼가 풀을 뜯고 있는데 숨어 있던 사자가 확 덮쳐서 한 마리를 물어뜯으면 혼비백산 달아나요. 그런데 조금 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풀을 뜯지요. 그 모습을 보면서 사람도 저와 같지 않은가. 죽음은 현실로 생각하기엔 꺼림칙하고 너무 먼, 피하고만 싶은 그런 주제라는 거죠. 하지만 악수한 손의 온기가 채 식지도 않아 떠나가버린 사람들을 보면서 죽음, 끝 이런 걸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죽음’의 시작은 ‘생명’일 테니까요.……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