섶섬이 보이는 방
나희덕
서귀포 언덕 위 초가 한 채
귀퉁이 고방을 얻어
아고리와 발가락군은 아이들을 키우며 살았다
두 사람이 누우면 꼭 찰,
방보다는 차라리 관에 가까운 그 방에서
게와 조개를 잡아먹으며 살았다
아이들이 해변에서 묻혀온 모래알이 버석거려도
밤이면 식구들의 살을 부드럽게 끌어안아
조개껍데기처럼 입을 다물던 방,
게를 삶아 먹은 게 미안해 게를 그리는 아고리와
소라껍데기를 그릇 삼아 상을 차리는 발가락군이
서로의 몸을 끌어안던 석회질의 방,
방이 너무 좁아서 그들은
하늘로 가는 사다리를 높이 가질 수 있었다
꿈 속에서나 그림 속에서
아이들은 새를 타고 날아다니고
복숭아는 마치 하늘의 것처럼 탐스러웠다
총소리도 거기까지는 따라오지 못했다
섶섬이 보이는 이 마당에 서서
서러운 햇빛에 눈부셔 한 날 많았더라도
은박지 속의 바다와 하늘,
게와 물고기는 아이들과 해 질 때까지 놀았다
게가 아이의 잠지를 물고
아이는 물고기의 꼬리를 잡고
물고기는 아로기의 손에서 파닥거리던 바닷가,
그 행복조차 길지 못하리란 걸
아고리와 발자락군은 알지 못한 채 살았다
빈 조개껍데기에 세 든 소라게처럼
[시인의 시 이야기]
박수근과 함께 우리나라 대표적인 화가, 이중섭. 그는 일본인 처와 아이들과 함께 제주도 서귀포에 머물며 한때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의 가족이 기거하던 방은 두 사람이 눕기에도 부족할 만큼 비좁았다고 합니다. 그는 그곳에 머물며 아이들과 수영도 하고 게와 조개를 잡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독히도 가난했지만 이때가 이중섭의 생애에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지요. 그러나 아내와 아이들을 일본으로 보내고 나서 그의 생활은 완전히 뒤바뀌고 말았습니다. 그는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고 폭음을 하고 했습니다. 제대로 먹지을 못해 영양실조에 걸리고 병이 악화되어 그리운 가족을 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더나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섶섬이 보이는 방>은 이중섭이 가족과 한때 머물던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집을 방문하고 쓴 시이지요. 이 시를 읽다 보면 마치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듯 여겨집니다.
사람들의 최대 희망 사항은 행복하게 사는 것이지요. 행복은 삶을 즐겁게 하고 기쁘게 하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소망하는 것입니다. 이중섭이 비록 가난했지만 한때나마 행복했던 것은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른 행복의 조건이 었던 사랑하는 가족과헤어져 살게 되면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고 불행 속에서 삶을 보냈으니, 행복의 조건인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
출처 : 《위로와 평안의 시》
엮은이 : 김옥림, 펴낸이 : 임종관
김옥림 :
-시, 소설, 동화, 교양, 자기개발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집필 활동을 하는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에세이스트이다. 교육 타임스 《교육과 사색》에 〈명언으로 읽는 인생철학〉을 연재하고 있다. 시집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만남이고 싶다》, 《따뜻한 별 하나 갖고 싶다》, 《꽃들의 반란》, 《시가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소설집 《달콤한 그녀》, 장편소설 《마리》, 《사랑이 우리에게 이야기 하는 것들》, 《탁동철》, 에세이 《사랑하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아침이 행복해지는 책》, 《가끔은 삶이 아프고 외롭게 할 때》, 《허기진 삶을 채우는 생각 한 잔》,《내 마음의 쉼표》, 《백년 후에 읽어도 좋을 잠안 315》, 《나는 당신이 참 좋습니다》, 《365일 마음산책》, 《법정의 마음의 온도》, 《법정 행복한 삶》, 《지금부터 내 인생을 살기로 했다》, 《멋지게 나이 들기로 마음먹었다면》, 《인생의 고난 앞에 흔들리는 당신에게》, 《마음에 새기는 명품 명언》, 《힘들 땐 잠깐 쉬었다 가도 괜찮아》, 《법정 시로 태어나다》, 《이건희 담대한 명언》 외 다수가 있다. 시세계 신인상(1993), 치악예술상(1995), 아동문예문학상(2001), 새벗문학상(2010), 순리문학상(2012)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