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는 길
도종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 뿐이다
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두려워 마라 두려워했지만
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
죽음에 이르는 길조차도
자기 전 생애를 끌고 넘은 이들이 있다
순탄하기만 한 길은 길 아니다
낯설고 절박한 세계에 닿아서 길인 것이다.
[시인의 시 이야기]
첫사랑, 첫눈, 첫 출근, 첫 등교 등 ‘처음’이라는 말에는 풋풋하고 상큼한 풀잎 냄새가 납니다. ‘처음’이라는 낱말엔 신선함, 새로움, 기대감의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지요. 이 세상에 처음이란 관문없이 이루어진 것은 없습니다. 그 어떤 것도 처음이란 관문을 열고 시작되었지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처음의 과정을 무시하고 충만한 결과만을 기다립니다. 노력 없이 성과만을 얻고자 하는 어리석음으로 가득찼다는 말이지요. 자신이 진정 만족한 결과를 얻고자 한다면 그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저 얻어지는 삶은 뿌리 없는 나무와 같아 행복의 진정성을 느끼 수 없답니다. 아니, 느낀다고 해도 곧 식상해질 테니까요.
처음 시작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낯설음에서 오는 강박관념 때문인데, 가만히 생각해보십시오. 우리가 처음 가는 길도 이미 누군가가 지나간 길이지요. 다만 내가 이제 가는 것뿐입니다. 처음 가는 길은 누구나 두려움을 가지면서도 그 길을 갔다는 것을,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길을 완성했지요. 그렇습니다. 처음 가는 길을 당당하게 가야 합니다. 죽음에 이르는 길도 전생을 끌고 간 이들이 있음을 기억한다면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결국, 길은 걸어가는 자를 위해 있는 것이니까요.
출처 : 《위로와 평안의 시》
엮은이 : 김옥림, 펴낸이 : 임종관
김옥림 :
-시, 소설, 동화, 교양, 자기개발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집필 활동을 하는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에세이스트이다. 교육 타임스 《교육과 사색》에 〈명언으로 읽는 인생철학〉을 연재하고 있다. 시집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만남이고 싶다》, 《따뜻한 별 하나 갖고 싶다》, 《꽃들의 반란》, 《시가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소설집 《달콤한 그녀》, 장편소설 《마리》, 《사랑이 우리에게 이야기 하는 것들》, 《탁동철》, 에세이 《사랑하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아침이 행복해지는 책》, 《가끔은 삶이 아프고 외롭게 할 때》, 《허기진 삶을 채우는 생각 한 잔》,《내 마음의 쉼표》, 《백년 후에 읽어도 좋을 잠안 315》, 《나는 당신이 참 좋습니다》, 《365일 마음산책》, 《법정의 마음의 온도》, 《법정 행복한 삶》, 《지금부터 내 인생을 살기로 했다》, 《멋지게 나이 들기로 마음먹었다면》, 《인생의 고난 앞에 흔들리는 당신에게》, 《마음에 새기는 명품 명언》, 《힘들 땐 잠깐 쉬었다 가도 괜찮아》, 《법정 시로 태어나다》, 《이건희 담대한 명언》 외 다수가 있다. 시세계 신인상(1993), 치악예술상(1995), 아동문예문학상(2001), 새벗문학상(2010), 순리문학상(2012)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