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 문화는 원래 16세기 유럽에서 시작됐다, 귀족사회의 사교모임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이 자발적인 팁을 기대하고 눈에 띄는 곳에 "To Insure Promptitude"(신속한 서비스를 보장받기 위하여)란 푯말을 붙여놨던 데서 유래했다. 미국에서는 남북전쟁이 끝난 뒤 유럽을 여행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유럽의 귀족 풍습 따라 하기가 유행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팁 문화였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유럽의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이 뿌리내리지 않고 자본가가 노예에서 해방된 흑인노동자의 임금을 줄이고 팁에 의존하도록 만드는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종업원들이 식당 주인으로부터 별도로 월급을 받지 않거나 받아도 아주 조금 받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팁을 받는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럽은 미국과 다르다. 오스트리아를 예로 들면, 노동자들의 인권이 존중받는 국가 시스템이기 때문에 종업원들은 식당 주인으로부터 월급을 받으면 된다. 미국과 달리 굳이 팁이 없어도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받는다. 그래서 팁은 덤이다. 자기가 어떤 대접을 받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월급이 없거나 적어서 필사적으로 팁에 매달리는 미국의 종업원과는 달리 유럽 노동자의 팁은 다르다.
미국인들이라고 팁 문화를 당연히 여기는 것도 아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팁 문화에 대한 반감도 확산하는 추세다. 최근 다수의 연구에서 베이비붐 세대와 비교해 밀레니얼세대, Z세대가 팁을 덜 주는 경향이라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지난달 공개된 플레이USA의 설문조사에서도 항상 팁을 준다고 답변한 베이비붐 세대는 95%였던 반면, 밀레니얼세대는 84%, Z세대는 74%였다. 또한 전체 조사 대상의 60%는 팁 문화를 없애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팁 문화에 대한 반감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우선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직원들이 팁으로 수입을 유지해야 하는 부당한 시스템이 첫 손에 꼽힌다. 일상에서 팁이 인종차별적, 성차별적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여기에 팁이 미국 사회에 자리 잡게 된 배경에 ‘노예제’가 존재한다는 점도 최근 팁 문화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칼럼니스트 미셸 알렉산더는 "팁은 오늘도 인종차별, 성차별을 계속해서 영속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팁 문화는 참으로 미국답다. 팁을 매개로 종업원들 간의 경쟁, 서비스의 수준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테이블별로 종업원이 할당되어 다른 테이블 종업원을 부르면 뭘 추가로 주문할 수도, 계산을 할 수도 없다. "이건 서비스로 드립니다". "서비스로 하나 더 주세요.", "커피는 서비스입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서비스를 공짜이거나 덤으로 알고 있다. 모두 서비스란 말을 잘못 쓰고 있다.
서비스(service)란 노예를 뜻하는 라틴어 세르부스(servus)에서 나온 말로, 고객에 대한 시중들기, 봉사, 업무 행위의 뜻이다. 재화를 생산하지는 않으나 그것을 운반 배급 판매하거나 생산과 소비에 필요한 노무를 제공하는 일을 가리킨다. 옛날 노예가 주인의 시중을 들고 불편을 해소하고 기쁨과 만족을 준데서 '서비스의 정신'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