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사회와 그 적들를 우연히 읽었다. 저자의 5주기를 기념하여 만든 전집중 한 권이다. 그는 영문과를 졸업하고 기자생활을 하다 전업작가가 되었지만 오래 살지못하고 생을 6년만에 마감했다고 한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원없이 물론 기간은 길지않았지만, 하고 위암판정을 받았다니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12 앞의 네 작품을 읽어보니 저자의 아버지는 반공포로로 고향인 함경도에 가까운 강원도 고성에 정착했고 대학시절에는 운동을 열심히 했던 모양이다. 아울러 기자로서 경험도 여기저기 보인다. 102
대표적인 달동네인 삼양동에서 빚을 피해 세간을 그대로 두고 병든 남편을 데리고 야반도주했던 춘하와 50줄에 드는 그녀와 같이 살기위해 10년전에 자취를 감췄던 40대의 곰보가 다시 돌아와 살기 시작했다. 이제 노인축에 드는 그녀는 빚대신 몸을 주지않고 몸을 연탄배달로 일부의 개평을 추가함으로서 과거에 진 빚을 일부나마 갚으려 노력했다. 참 여려웠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런데 다른 것과는 다른 이 단편의 경험은 저자가 어디서 구했는지 궁금하다. 152
이번에는 해운회사가 배경이다. 연료를 아끼기 위해 해안에 가깝게 운항하다가 양식장에 피해를 입혔고 이를 항의하기위해 전마선을 타고 항의하던 어부가 충돌사고로 사망하자 쌍방과실이므로 호프만식 계산으로 보상하겠다고 해서 본사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사망에 따른 손해배상액은 피해자의 장래소득을 일할 수있는 연수에 순소득(연평균근로소득-생활비와 세금 등)을 곱해서 결정하는데 향후소득임을 감안하여 주로 법원판결에서 인용하여 이자를 단리로 공제하는 호프만식과 자동차보험에서 복리로 공제하는 라이프니츠식으로 구분된다. 197
용두각은 정조 18년에 착공한 수원성 축성때 세워진 정교하고 아름다운 팔각 정자인 방화수류정의 통칭이다. 화홍문, 용지와 어울려 하나의 절경을 보이고 있으며 건축미와 예술적가치가 조선후기 건축을 대표한다. 바깥에 용연지가 있고 용머리바위와 주변 버드나무가 어울려 군사시설이라기보다 호화로운 운치를 풍기는 정자로 더 알려지게되었다. 이 단편을 읽으면서 무상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고려말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네라는 시조도 떠오른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그리고 인류도 언젠가는 멸종할 것이다. 그래도 우주는 영원한데 제한적인 인류, 그리고 더 제한적인 왕조나 국가, 그 안에서 죽고 태어나는 사람들에게 영원을 추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오래 지속되는 것은 그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일 것이다. 그 사회의 가치가 바뀌지않는 이상 그 가치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풍류라는 것은 배부르고 등따스운 상태에서 자연히 추구하는 가치일진데, 그런 측면에서 용두각은 살아 남지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는 무상한 인생에서 어떤 가치를 남기기위해 노력해야 할까? 216
신라말기의 골품제에 의한 신분상승 제한이 되어 당나라에서 과거를 통해 급제한 최치원과 향가를 통해 백성을 위안하려 했던 처용의 이야기를 처용단장을 통해 그렸다. 가마우지처럼 물고기를 잡아 삼키려하지만 목걸이로 인해 토해내야하는 상황을 취하면 안되기에 입가심만 하고 밷어야 하는 브랜딩과 씨줄날줄로 하여 기막히게 말그대로 브랜딩했다. 당장 자신만 잘먹고 잘살고자 백성이 도탄에 빠지고 국민총생산이 유민의 증가로 감소해도 잔치로 세월을 보내던 말기사회를 보여준다. 그런 나라가 망하지않는 것은 오히려 불가사의하다. 276
임존성도 백제부활운동의 주역인 흑지상지가 수호지의 주인공인 송강처럼 정부군에 투항하고 결국 역모로 몰려 처형되는 것을 518과 관련하여 잘 엮었다. 송강이나 518은 나도 익히 알던 내용이었지만 흑지상지와 그가 당에 투항하고 공격했던 백제유민들이 지키던 임존성은 새롭다. 왕건은 훈요십조를 통해 견휜편에 섰던 예산 출신을 중용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으니 호남이 아닌 충남이 그에게는 반골의 상이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런 줄은 현대의 기업에서도 그대로 이어져서 능력보다 줄이 정년퇴직을 보장하곤 하니 우습다.303
고아떤 뺑덕어멈은 단신 월남했던 저자 아버지의 이야기인 듯하다. 중풍으로 십년이상 밤일을 못하던 아버지가 춘향전에 뺑덕어멈으로 분한 40대의 몸도 파는 여인에게 빠졌고 이를 동향 출신의 친구가 알려줬다. 회춘을 시키자는 의견에 그는 교과서를 헌책방에 가져갔지만, 10%만 처준다는 말에 생전해보지 않았던 과외를 하고 5만원을 화대로 내준다. 그녀는 반신불수의 노인을 받기전에 아들을 봐야 겠다고 우겼고 어두운 천변에서 분내풍기는 그녀를 만난다. 그녀는 그렇게 심성이 고운 아들을 만난적이 없다고 이야기했고, 그녀는 아버지가 두고 왔던 만삭의 부인과 비슷하게 생겼다. 356/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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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잡기; 키작은 쑥부쟁이; 수습 일기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적리(赤痢)
춘하 돌아오다
그리운 동방; 사랑니 앓기
용두각을 찾아서
처용단장(處容斷章); 임존성(任存城) 가는 길
가을옷을 위한 랩소디; 고아떤 뺑덕어멈
지하생활자들; 혁명기념일; 파애
개흘레꾼
쌍가매
해설|류보선(문학평론가)
변두리의 귀환
작가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