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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시 모음
산유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비슬산의 봄 53.0 x 73.5 2007년 작
진달래 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 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이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여름 일상 33.0 * 55.0 2006년 진상용작
가는 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동해에서 53.0 * 2004년 진상용작
개여울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 이 개 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 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해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 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 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 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제주인상 84.0×60.0Cm 2003년 진상용
금잔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深深) 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님 무덤 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 산천에도 금잔디에..
고흥에서 81.0×37.0C 2003년 진상용 작
길
어제도 하루 밤
나그네 집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
차 가고 배가는 곳이라오.
여 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 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 십자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 이 갈 길은 하나 없소.
간절곶 일출 76.5 *18.5 2005년 진상용 작
먼 후일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의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7호 광장에서 65.1 * 53.0 2004년 잔상용작
못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오.
그런 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료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오
그런 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가고 오지 못한다" 하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萬壽山)을 올라서서
옛날에 갈라선 그 내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돌아서면 무심타"고 하는 말이
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으랴
제석산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님의
무덤엣 풀이라도 태웠으면..!
가을의 서정 46.0 * 38.0 2006년 진상용 작
초혼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 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선바위 가는 길 70.5 *1902 2004년 진상용 작
산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 산골
영 넘어 갈려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은
칠팔십 리
돌아서서 육십 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不歸)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 오 년 정분을 못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삼수 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고적한 날
당신 님의 편지를
받은 그 날로
서러운 풍설이 돌았습니다
물에 던져달라고 하신 그 뜻은
언제나 꿈꾸며 생각하라는
그 말씀인 줄 압니다
흘려 쓰신 글씨나마
언문 글자로
눈물이라고 적어 보내셨지요.
물에 던져달라고 하신 그 뜻은
뜨거운 눈물 방울방울 흘리며,마음 곱게 읽어달라는 말씀이지요.
길
어제도 하루밤 나그네 집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定州) 곽산(郭山)
차(車)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 십자(十字)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님에게
님의 노래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
긴 날을 문밖에서 서서 들어도
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
해지고 저물도록 귀에 들려요
밤들고 잠들도록 귀에 들려요
고이도 흔들리는 노랫가락에
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 들어요
고적한 잠자리에 홀로 누워도
내 잠은 포근히 깊이 들어요
그러나
자다깨면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잃어버려요
들으면 듣는대로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잊고 말아요
동경하는 여인
너의 붉고 부드러운
그 입술에 보다
너의 아름답고 깨끗한
그 혼에다
나는 뜨거운 키스를......
내 생명의 굳센 운율은
너의 조그마한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인다.
등불과 마주 앉았으려면
적적히
다만 밝은 등불과 마주앉았으려면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울고만 싶습니다,
왜 그런지야 알 사람이 없겠습니다마는,
어두운 밤에 홀로이 누웠으려면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울고만 싶습니다.
왜 그런지야 알 사람도 없겠습니다마는,
탓을 하자면 무엇이라 말할 수는 있겠습니까마는.
부모(父母)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엄숙
나는 혼자 뫼 위에 올랐어라.
솟아 퍼지는 아침 햇빛에
풀잎도 번쩍이며
바람은 속삭여라.
그러나...
아아 내 몸의 상처받은 맘이여.
맘은 오히려 저리고 아픔에 고요히 떨려라.
또 다시금 나는 이 한때에
사람에게 있는 엄숙을
모두 느끼면서......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
봄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밟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접동새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나라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는 오랍 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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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모셔갑니다.
예..행복한 시간되세요..
소월의 아름다운 시를 모두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