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모 기자 김민정 기자 입력 2021.07.14 03:00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 참석해 기모란 방역기획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또 고개를 숙였다. 정 청장은 13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50대 백신 예약이 예고도 없이 중단되고, 시스템 오류까지 발생한 데 대해 “(예약자) 연령을 세분화하고 (예약) 시간도 조정하겠다”며 사과했다. 최근 정부의 잇따른 방역 완화 메시지가 ‘4차 대유행’을 불렀다는 지적엔 “거리 두기 개편안과 예방접종 인센티브를 발표하면서 완화된 메시지가 전달된 것 같다”고 했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막아내야 할 방역 수장이, 문제가 생긴 뒤 연신 사과하는 패턴이 이번에도 반복됐다. 백신이 부족한 상황에서 델타(인도발) 변이 확산에 방역 오판까지 겹치며 ‘4차 대유행’ 파고가 높아지자 ‘무기력한 방역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파우치는 ‘저격수’였는데, 우리는? 정 청장이 경제 부처 등의 입김에 밀려 주요 방역 고비마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말이 나온다. 새 거리 두기 체계 적용 직전 정 청장은 방역 강화를 외쳤지만 결국 본인 생각을 관철하지 못했다. 정 청장은 지난달 24일 “변이 바이러스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한 완화 등으로 위험 요인이 상존해 있다”고 했고, 지난 1일엔 “유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방역 수장의 이런 목소리가 최종 의사 결정에 반영되지 못한 것은 이유가 있다. 앞서 지난달 28일 청와대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방역과 접종 상황을 살피면서 소비 쿠폰, 코리아세일페스타와 같은 이미 계획된 방안들과 함께 추경을 통한 전방위적인 내수 보강 대책을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정 청장이 반기(反旗)를 들기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이다. 게다가 청와대 방역기획관 자리가 지난 4월 신설됐다. “왜 만드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왔지만 그 자리에 친정권 행보를 보여온 기모란 전 국립암센터 교수가 임명됐다. 정 청장 리더십에 균열을 줄 수 있는 ‘방역 옥상옥' ‘정치 방역’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에선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이 대통령에게 맞서기까지 하며 방역 원칙을 지켰다. 그러나 지난 1년 6개월 동안 정 청장에게서 그런 모습을 찾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방역 전문가들은 “‘소비 쿠폰’ 뿌리자던 정부 부처는 어디였는지, 청와대도 정 청장을 방패 삼아 숨는 게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다른 부처에서 (방역 당국을) 자꾸 훈수 두는 일이 많은 것으로 읽혀진다”면서 “질병청이 소신껏 방역 업무를 수행했다면 지금처럼 속수무책 감염이 번지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문 열고 방역’, 델타 변이 사태에서도 되풀이 정 청장의 리더십은 최근 잇따른 백신 접종 예약 중단 사태로 또 타격을 입었다. 확보한 백신 물량(185만회분)이 얼마인지 예고도 않은 채 55~59세 352만4000여명에 대한 예약을 받았다. 불과 15시간여 만에 물량이 동나 예약 중단 사태가 빚어지면서 “물량도 확보 안 하고 밤샘 예약을 받다니, 국민 골탕 먹이기냐”는 불만이 나왔다. ‘아마추어 행정’ 사례는 이뿐 아니다. 정부는 5~6월 60~74세 연령층 예약자 중 건강 상태 등으로 예약 취소·접종 연기 처리된 미접종자(10만명)에 대해서도 12일부터 예약받겠다고 했으나, 일선 지자체에선 “그런 일 없다”고 말하는 일이 벌어졌다. 방역 당국은 “미접종자 명단이 (의료 현장에) 제대로 옮겨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정부는 작년 초 중국 입국 차단을 하지 않아 ‘문 열고 방역’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그 비슷한 일이 또 벌어졌다. 델타 변이 유행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 차단을 뒤늦게 한 것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빠르고 단호한 결정 대신 (방역 당국 바깥의) 눈치를 보는 정책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