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판사 탄핵] 林판사 탄핵안 ’179대102′로 가결 국회는 4일 ‘세월호 7시간 재판'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국회가 현직 판사를 탄핵소추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1985년 당시 유태흥 대법원장과 2009년 신영철 대법관 탄핵안은 국회에서 부결되거나 자동 폐기됐었다.
임 부장판사 탄핵안은 민주당이 지난달 28일 탄핵 추진 방침을 결정한 지 일주일 만에 전격적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오전 김명수 대법원장이 작년 5월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하자고 설치고 있는데 사표 수리하면 내가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고 말하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한때 여권 일각에선 ‘탄핵 역풍(逆風)’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지지층 결집은 되겠지만, 국민은 ‘코로나로 힘든데 집권 여당이 법관 탄핵으로 또 야당과 싸운다’ ‘사법부까지 길들이려 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법사위 관계자는 “앞으로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 요구가 거세질 텐데 민주당이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어 탄핵 표결 이후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도 “이제 와서 탄핵을 되돌리기엔 늦었다”는 의견으로 정리됐고, 표결을 밀어붙였다. 이낙연 대표는 본회의 전 의원총회에서 “탄핵소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국회가 책무를 다하도록 해달라”며 사실상 찬성표를 독려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표결 전 페이스북에서 “헌법을 위반했다면 당연히 국민의 이름으로 국회가 탄핵해야 한다”며 힘을 실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대법원장의 거짓말 논란과 임 부장판사 탄핵은 별개의 문제”라고 했고,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대법원장과의 대화를 녹음해 공개하는 수준의 부장판사라면 역시 탄핵하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야권은 강하게 반발하며 김명수 대법원장을 정면 비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김 대법원장은 정권의 ‘판사 길들이기’에 비겁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사표 수리를 거부하면서 후배를 탄핵의 골로 떠미는 모습까지 보인다”며 “비굴한 모습으로 연명하지 말고 스스로 되돌아보며 올바른 선택을 하길 촉구한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김 대법원장을 향해 “여당의 탄핵 추진을 염두에 두고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후배의 목을 권력에 뇌물로 바친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장에서 ‘졸속 탄핵 사법 붕괴’ ‘엉터리 탄핵 사법 장악’이라고 적힌 손 피켓을 든 채 항의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표결 전 의사 진행 발언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된 사건으로 법관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굳이 탄핵해야 한다면 첫 번째 대상은 김명수 대법원장”이라고 했다.
하지만 표결 결과는 압도적 찬성이었다. 의결 정족수인 151명을 훌쩍 뛰어넘는 179명이 찬성했다. 지난 1일 탄핵안 발의(161명) 때보다도 18명 늘었고, 민주당 의원 숫자(174명)보다도 많았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탄핵안 가결을 선포하자 야당은 일제히 기립해 “거짓말쟁이 김명수를 탄핵하라”는 구호를 외쳤고, 여당 의원들이 “조용히 하라”고 맞서면서 고성이 오갔다. 국민의힘은 의원 102명 중 99명이 표결에 참여했고, 윤상현 의원 등 야당 성향 무소속 의원까지 가세했지만 역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