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별은 깨물린 달이 흘린 부스러기가 아닐까.
다만 혼자라는 사실을 자각하면 지독히도 외로우니까
내 연약한 마음이 산산조각난 걸,그 파편이 마치 너라고 하면서
멋대로 그리워하고 마는 이 새벽.
우리는 함께 아픈거지.그리워하는 거지.
그렇지?
01
나의 이름은 _.
문장이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마침표를 찍는 기이함
그래.나는 온통 기이한 _.
뒤틀린 구조에서 명명되지 못하는 미완의 _.
_.11월은 1과 1 사이에 공백이 참 매력적이야.
1과 1 사이에는 포근한 바람이 깃들어 있기도 하고
때로는 날카롭게 등을 세운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기도 해.
네가 상상하는 만큼 공백은 더해지고 덜해지는 구조를 가지게 돼.
너의 계절은 그래서인지 더 특별해.
공백은 공허할때가 있어.
절대 1과 1은 하나로 합쳐지지 않아.가령 1과 1의 간격을 좁힌다고 해도 그건 1이 되는거야.
11은 맞닿을 수가 없다고.너는 간극에 특별함을 느끼지만 하나가 되지 못하는 주제에 같은 모습을 한 1과 1은 지극히도 외로워.
움츠린 등에서 날개뼈가 서로 입을 딱딱 벌리며 추위에 떨었어.
1과 1을 닮은 매끄러운 날개뼈들은 피부 밑에 온기를 나누고 싶어서
마디가 돋아난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아프게 날개짓을 했었어.
02
이어폰을 끼고 걸으면 귀와 이어폰 이음새가 끼익대는 소리
마른 침구와 낡은 침대의 이음새가 맞닿아 삐걱이는 소리
마음과 마음의 이음새에서는 어떤 소리가 나던가 힘겨루기하듯 서로 등을 진채
힘껏 서로를 밀어내던 때
우리는 어떤 소음에 울음을 터트렸던가
03
왼손잡이는 남다를거라는 은근한 기대심과 별나다는 편견
나의 왼손이 품고 있던 미래는 어디 숟가락을 꺾어집냐는 핀잔에 꺾였다.
가끔 꿈을 꾼다.
나는 늘 꿈이 꾸는 꿈에 끼어든 침입자가 된다.
수많은 행인들의 시선을 받거나 홀로 고립되어 그 꿈에서 벗어나면 현실에서도 한동안 감각이 얼얼하다.
잊혀진 왼손의 꿈일까.
오른손으로 쓰는 글이 낯선 건 왼손의 훼방 때문일까.
04
사랑은 삶에서 오탈된 단어 같다.
우린 삶을 쓰려다가
수정할 생각도 않은 채 사랑에 머무는 게 아닐까
삶에 도달하지 않은 채로
05
달구어진 별이 떨어지면 그만이라
여기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별은 다시 돌아올 거라 확신하는
너는 분명 밤하늘의 대역이다
06
내 고개가 꺾일지언정
그대의 빛은 꺾이지 않았으면 좋겠어
07
마음을 주었고,
각자 가진 삶을 나누었다.
우리는 반드시 맺어져야 하는 동화 속 주인공이 아니었으므로.
서로를 만난 것 만으로도 이미 해피엔딩 그 자체였다.
사람들은 결말에 집착해.
나는 현재의 너와 함께
이후의 이야기를 이어갈게.
08
늘,고마움.
답은 늘 그렇듯,
저녁에 손목 맥박처럼 잔잔하게 뛰는 마음을 덜어서
09
너의 사랑을 바라면서 애타는 것보다 나를 더 빛나게 해서
자연스럽게 나를 포함해 너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기로
그래서 나를 좀 더 사랑하기로 했어
설레는 감정을 잠시 네게 품고 더 큰 사랑을 품을 수 있게 나를 키워나갈거야
나를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너를 많이 좋아해.
10
나의 생은 선물이다 나에게도,타인에게도
예쁘게 생을 가꾸어서 한 권의 책이 되어야지
W.우주연합
00:달 주변에 듬성듬성 모인 별을 보며.문득 별무더기가 깨진 달의 파편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01:주로 보이는 것들,일상적인 것들을 보며 생각을 덜어내는데.11월은 1과 1의 간극 그 경계 사이에 대해 떠오르더군요
02:퇴근하는 가파른 골목길을 걸을때 귀에 낀 이어폰에서 삐걱이는 소리가 들렸어요.소리,소음에 대한 마음입니다
03:왼손이 편하지만 낯선.늘 꾸는 꿈이지만 낯선.두 가지의 공통점에 대해 떠올렸습니다
04:단어를 두고 장난치는 걸 좋아해요.사랑이 감정의 최대는 아닌게.
사랑은 그저 '마음'이라는 넓고 깊은 그릇에 담긴 감정의 일부일 뿐인걸요
05:좋아하는 사람의 속성을 제멋대로 별이라고 일컫는데,유성우를 보러 옥상으로 나갔을때 떠오른 마음 일부입니다
06:마찬가지로 유성우 내리던 그날의 마음 일부
07:엔딩에 대한 생각을 했습니다.동화 속 주인공들도 결말 이후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겠죠.다만 쓰이지 않을 뿐
08:모두가 잠든 밤.돌아 누워 폰을 만질때 가장 가까이 들리는 소리는 손목 맥박소리라는 걸 깨달은 날의 마음입니다
09:좋아하는 사람이 전부는 아니잖아요.다만 그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을 뿐.
나부터 채워진 마음이 넘쳐 흘러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0:바라는 삶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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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물론이에요:)
글 너무너무 좋아요ㅠㅠㅠ
혹시 저도 조심스레 ㅌㅇㅌ에 글 한 소절 올려도 될까요? 출처는 꼭 쓸께요!!
네 저야 너무 감사드리죠 :)
ㄷㅈㄱ 에서부터 우주연합님 글 너무 젛아요 ㅠ 감쟈함다 ♥
감성 충전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
워후.. 4번이 머리를 띵하고 쳤네요ㅎㅎ 계속맴돌아요
왜 작가 안하세요?? ㅠㅠㅠㅠ 솔직히 우주연합님 글은 항상 직접 쓰신 글이 제일 와닿고 좋아요....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ㅠㅠ 7번 너무너무 좋네요ㅠㅜㅠㅠㅠㅠ 만난것만으로도 이미 해피엔딩이다....
우와. ....넘나좋은것 ㅠㅠㅜㅠㅠㅠㅠㅠ
잘보고갑니당❤️
10번 문장 읽는데 문장이 너무 예뻐서 읽는 저까지도 맑아지는 느낌이였어요 . 친한친구 생일카드에 우주연합님의 문장 몇구절 옮겨도 될까요?
꺼내보인 제 마음을 예뻐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이 마음이 또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기쁜일은 없답니다
@우주연합 감사합니다! :) 제 친구도 너무 좋아할것같아요!좋은 선물이 될것같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앞으로도 잘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