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2032년 조기 인도와 일자리 2만5천 개 제안
독일, 나토 동맹 강점 내세우며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
캐나다 정부가 추진하는 200억 달러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이 2일 입찰 마감과 함께 최종 심사 단계에 진입했다. 한국의 '한화오션'과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가 최종 제안서를 제출했으며, 캐나다 정부는 최대 12척의 디젤 전기 잠수함을 도입해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교체할 계획이다. 최종 사업자 선정 결과는 연방의회 여름 휴회 전인 6월 중에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투자청 더그 구즈먼 최고경영자가 제안요청서 평가를 지휘하고 있으며, 이후 내각이 수주 업체를 최종 결정한다. 정부는 첫 잠수함을 2035년까지 인도받기를 원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수백억 달러의 경제적 이득이 걸린 초대형 계약이다. 멜라니 졸리 산업부 장관은 잠수함 계약과 자동차 공장 설립을 연계하려 했으나, 한국과 독일 모두 제안서에 자동차 조립공장 건설은 포함하지 않았다.
기술 부문에서는 한국의 최신예 3,000톤급 잠수함인 KSS-III(장보고-III)와 독일의 212CD 모두 캐나다 해군의 요구 조건을 만족했다. 두 기종 모두 어뢰와 지상 목표 타격용 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췄다. 양측은 잠수함을 해외 현지에서 조립하되 캐나다산 부품을 일부 사용하고, 전체 수명 주기에 걸친 장기 유지 보수 계획을 제안서에 담았다. 정부는 잠수함 플랫폼 20%, 유지 정비 50%, 재무 15%, 전략 경제 파트너십 15% 비중으로 점수를 매긴다. 유지 정비 배점이 절반에 달해 장기 운영 능력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납기와 예산 준수 능력도 치열한 경쟁 요소다. 한화오션은 경쟁사가 따라오기 힘든 압도적인 생산 속도를 강조한다. 2032년 첫 잠수함 인도를 시작으로 2035년까지 4척, 2044년까지 12척 전량을 인도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잠수함 1척 건조에는 약 6년이 걸린다. 마크 카니 총리는 지난해 한국에서 완성된 KSS-III 잠수함을 살폈고, 독일 킬 조선소의 조립 현장도 방문해 실사를 마쳤다.
가격 측면에서 한화오션은 과거 1척당 약 20억 달러 수준을 제시했으나, 캐나다 부품 비중이 늘어날 경우 4척 이후부터는 단가가 오를 가능성을 열어뒀다. TKMS는 아직 구체적인 가격을 밝히지 않았다. 독일 측은 한국과의 인도 일정 차이가 크지 않다며 추후 세부 일정을 공개할 뜻을 내비쳤다.
경제적 파급 효과에서도 두 나라는 각기 다른 카드를 꺼냈다. 한국은 수소 연료 인프라 허브 조성을 제안했으며, 매니토바와 노바스코샤 등지에서 KSS-III용 어뢰를 생산하는 공장 설립 방안을 포함했다. 이를 통해 연간 2만5,000명에서 최대 4만 명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핼리팩스와 BC주 에스퀴몰트에 유지 보수 시설을 짓고 부품 제조 인력을 양성하는 계획도 담았다. 한화오션은 이미 캐나다 기업들과 17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이번 주 안에 25건까지 늘릴 예정이다.
독일 TKMS는 시스팬 조선소와 건설사 엘리스돈 등과 손을 잡았다. 212CD는 특수 자성 강철을 사용해야 하기에 캐나다산 철강을 직접 쓰지는 않지만, 다른 방식으로 국내 철강 산업에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화오션은 알고마 스틸에서 강철을 구매하고 공장 건설 자금을 지원하는 실질적인 협력안을 내놨다.
외교적 측면은 복합적인 변수다. 나토 창립국인 캐나다는 동맹국 제품을 도입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독일 TKMS는 현재 나토 잠수함의 70%를 공급하고 있으며, 노르웨이와 공동 건조 중인 212CD의 운영 모델을 캐나다에 그대로 이식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한국은 나토 회원은 아니나 이미 폴란드와 노르웨이 등 6개 나토 회원국에 무기를 공급하며 신뢰를 쌓았다. 지난해 캐나다와 안보 국방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군사 기밀 정보 공유 협정도 맺으며 격차를 좁혔다. 한화오션은 수주 시 진해 해군기지에 전용 시설을 마련해 캐나다 승조원 200명의 훈련을 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도 덧붙였다. 단순한 무기 도입을 넘어 장기적인 산업 협력과 외교 전략이 얽힌 이번 수주전은 6월 최종 발표까지 긴박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체크포인트 · 이것만은 꼭]
이번 잠수함 도입 사업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유지 보수 배점이 50%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잠수함을 사는 비용보다 향후 수십 년간 고치고 관리하는 비용이 훨씬 크며, 그 과정에서 캐나다 현지 산업에 미치는 실질적인 이득을 최우선으로 보겠다는 의지다.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 캐나다의 조선 및 정비 인프라를 통째로 재건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또한 자동차 공장 유치 대신 수소 인프라나 어뢰 공장 같은 실무적 제안이 담긴 것은 캐나다 정부가 단순한 경제 보상을 넘어 안보와 연계된 장기적인 산업 생태계 구축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