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이야기-4) 경제협력하자고 '이란'에 두 번 가게된 사연 (1)

[ΕΜΙΝΕΜ]

가끔 비스게에 재미없는 직장생활 이야기를 올리고 있는 EMINEM입니다.
자주 올리고 싶은데, 진짜 글쓰기가 쉽지가 않네요. ㅎㅎ

오늘은 제 팔자에도 없던 '이란'이라는 나라를 두 번이나 갔던
썰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 요즘 이란 관련 뉴스가 많아져서 생각이 갑자기 나네요.

그리고 알럽 회원분들 중에 이란 가셨던 분들은 극소수이실 것 같아 ㅎ

(주의) 글이 너~무 너무 깁니다. 분량 조절에 재능이 없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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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2015년.
(되게 오래된 것 같은데 불과 3년 전이네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중동발 '메르스 사태'가 터져서
온 나라가 난리법석일 때였습니다.

503 각하님의 '살려야 한다' 퍼포먼스가
장렬히 펼쳐지던 그 때입지요. ㅡ_ㅡ^

당시 이란의 상황은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과거와 달리 미국/서방과의 핵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여 결국 핵협상을 타결시켰고,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가 임박한 시기였습니다. 
(당시 미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이미 MB시절
자원외교(라고 쓰고 국제사기라고 읽는다)로 
언론의 홍보효과를 독톡히 봤었던 터라 
503 정부도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순 없었지요.

716-503 시절 정부는 뭐랄까...
한마디로 무대뽀였습니다.

어떤 목표가 설정되면,
그 목표의 당위성/현실성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무조건 목표달성을 위해
산업계를 닥달하고 푸쉬하는 형식이었죠.

우리 정부는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가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EU, 일본 등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에 대해
초조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국내 주요 경제단체/기업들을 닥달하여
한-이란 경제협력을 추진합니다.
(빨리빨리 추진해서 우리가 이란 시장선점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홍보해야 되니까)

경제단체들이야 정부 입김에
기관장들의 목이 오늘내일하는 곳이라
정부가 추진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했지만,

일부 기업들은 아직 대이란 risk에 대해
파악이 안 된 상황에서 참여하는 걸
껄끄러워 했습니다만,

정부가 워낙 강하게 추진하다 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합류하기도 했죠.

아, 뭐 여기까지는 좋다 이겁니다.
문제는...

제가 일하고 있던 기관이 정부로부터
대이란 경제협력의 주축 분야로
딱~! 점찍혔다는 것이죠.

음...그래 여기까지도 괜찮습니다.
더 큰 문제가 일어납니다.

일단 정부는
일을 급하게 추진하여
이란에 '한국 경제사절단'을
파견하기로 결정합니다.

경제 사절단 파견이야
당연한 수순이었겠지만,

당시 중동에서 유행하던 '메르스'가
가장 큰 문제였죠.

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나라가 뒤집혔는데,
중동으로 대규모 경제사절단 파견은
사실 굉장히 큰 무리수였습니다.

* 당시 외교부는 국민들의 중동 여행을 자제시켰고,
  중동을 다녀온 사람들에 대해서는 엄격한
  검사/관리/통제를 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어떤 성과라도 내야 했던
정부는 기어코 추진하고야 맙니다.

그리고 경제협력 주요 분야의 기관들에게
'주요 인사 1명 이상을 꼭 참석시키고
 해당분야에 대해 프레젠테이션 할 것'을
요청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부에서 장/차관급이 연관된
이런 중요한 사절단을 보낼 때,
1명 이상 참석시키라는 것은

그 기관에서 중요 인사, 즉 기관장이나
혹은 그에 준하는 임원급을
참석시켜 달라는 뜻입니다.

우리 정부가 워낙에 '가오'를 중시하는 데다가
대외 경제사절단이니 더더욱
그럴 만하죠.

당시 우리 회사에도 그런 임원이 있었습니다.

기관장님은 영어를 못하시기에
해외출장을 별로 안 좋아하셨고,

기관장 바로 밑에
해외출장/발표를 전담하는 A임원분이 계셨죠.

그 분....정말 해외출장 많이 다니셨습니다.
출장 욕심이 엄청난 분이었죠.

미국, 유럽, 동남아 가리지 않고.

실무자가 가도 되는 출장에도
기어코 본인이 가시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정부에서 중요시하는 사절단이고
본인도 해출 좋아하시니
당연히 A임원분이 가시게 될 줄 알았고,

저는 자료 준비에만
전념하면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A임원분이 이란 경제사절단에
못 가겠다고 발을 빼시는 겁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바뻐? 그 때 그 임원분 별다른 일 없었습니다.
이유야 뻔했습니다.

그냥 오래 살고 싶은 욕구가 강하셨던 거죠.
메르스 때문이었습니다.

** 워낙에 건강관리에 민감하신 분이었습니다.
   유별날 정도로.

A임원분이 저를 부르시고는
'이제는 자네가 이런 큰 경험을 통해
 견문을 넓히고 경험을 쌓아야 될 때가 왔다.
 언제까지 우물안 개구리로 머물러 있을텐가.
 그래서 기관장님께는 자네를 참여시켜야 한다고
 보고드렸으니 이란 출장 준비해라'는
것이었습니다.

키힝.....눈물이 났습니다.

임원분의 따뜻하고 속깊은 배려에
그 임원분의 거친 두 볼을

제 곱디 고운 두 손으로 살포시 들어올려
부드러운 가래침을 뱉고 싶을 정도로
감격스러워 눈물이 나더군요.

해출이라면 다 집어치우고
아프리카도 달려가시던 분이 왜....

저는...
저같은 실무자 나부랭이가 간다고 해봤자
정부에서도 불쾌해하며 당연히 No~ 할 것이고,
이란 관계자들에게도 실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아직 실력도 부족하니
재고를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으나,

이미 그 무시무시하다는 메르스가
그 임원분의 모든 눈과 귀를
납땜질로 봉인해 놓은 상황이었죠.

갑자기
막 출산하여 육아휴직을 하고 있던
와이프와 핏덩이 아기가
머리를 스쳐 지나가더군요.

굉장히 어이없고 화가 나 있는 상태에서
기관장님이 저를 부르셨습니다.

당시 기관장님은 제가 매우, 굉장히
존경하고 따르던 분이었습니다.

기관장님께서는

"A임원이 본인은 바쁘고, 본부장/실장급에서는
 영어되는 사람이 없으니, 부득이 자네를
 참여시켜야 된다고 하더라.

 자네 와이프가 출산한지도 얼마 안 되었고,
 나도 솔직히 이 메르스 난리통에
 중동에 자네를 보내는 것이
 마음적으로 내키지 않는다.

 자네 개인에게 좋은 기회인 것은 맞지만,
 위험성도 크기 때문에 강요하지 못하겠다.

 자네가 싫다면, 내가 정부에 말해서
 우리 기관에서는 불참하는 것으로
 잘 설득하겠다"

라고 하셨습니다.

사실 정부 산하기관에서 정부의 요청에 응하지
않는 것은 굉장히 큰 타격입니다.

저는 그 의미를 잘 알기에
도저히 '못 가겠다'라고
말을 못 하겠더군요.

말씀이라도 저렇게 해주시니
그래도 고맙더군요.

어쩔 수 없이
'그러면 제가 가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답변하고 나왔습니다.

심경이 복잡하더군요.

메르스로 한창 위험하다는 그 중동에 
정부의 무모한 드라이브에 의해,
그것도 누가 가기 싫다고 해서 끌려간다
생각하니 짜증도 났고,

더욱이
건강에 유의해야 할 애기 엄마와 애기
생각하니 뚜껑이 살짝 열리더군요.

제 기억 속의 이란은
저 옛~~~날에 후세인의 이라크와 전쟁하던
그 이란이 전부였습니다.

평생 이란을 가게 되보리라곤
상상도 못했지요.
가기도 싫거니와.

그래도 뭐 어쩔 수 있겠습니까?
월급쟁이가 까라면 까야죠, 뭐.

저에게 몇 가지 희망은 있었습니다.

1. 국내 사정이 메르스 때문에 워낙
   뒤숭숭했기 때문에
   이란 사절단도 엎어지거나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

2. 그래도 국가간 경제협력 행사다.
   실무자 과장 나부랭이가 간다고 하면
   우리 정부에서 대노할 것이다.
   정부에서 다시 임원급 참석을 요청할 것이다.

결론만 먼저 말씀드리자면
다 bullshit이었습니다.

1번은....
사절단 파견하기 전에 정부 주최로
국내에서 정부-단체-기업들이 모이는
대책 미팅을 4번 정도 했는데,
마지막에 관계자분께서
못을 박으시더군요.

'사절단 파견 취소는 없다! 그렇게 아시라!'
'본 사절단에 대해서 절대 언론 접촉하지 마라!'

2번은....
당연히 정부에서 심드렁 하더군요.
제 나이도 어릴 뿐더러 직급도 너무 낮다.
임원급 중에 가실 분 없냐...고
몇 번 컴플레인했습니다.

하지만 A임원분이 잘 대응을 하셔서
결국 정부에서도 오케이하더군요. (ㅋㅋㅋ 된장)

정부에서도 그럴 만한 것이...
메르스 때문에 주저주저하는 기업/기관들이 많다 보니
모든 걸 자기들 입맛대로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던 겁니다.

일단은 참여시키는게 중요하다는 거죠.

그래도 한국 경제사절단 중에서
일반 '수행 실무자'들 빼고
직접 발표까지 해야 되는 기관 대표자 중에서는
제가 제일 어렸습니다.

아예 비슷한 나이대 조차도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만큼 정부 파워가 쎄던 시기였습니다)

두 번 연속 좌절한 저는....
사실 이런 이야기하면
되게 치졸해보일 수 있을 것 같아
쓰기 망설였는데

익명으로...
모 일간지에
'메르스 와중에 중동쪽 사절단 파견은
 위험성과 무리수가 너무 크다'는 취지의
제보를 했는데...(ㅋㅋㅋ 네...치졸한 거 압니다.ㅋㅋ)

덥썩 물지 않더군요.
어떤 언론이 503 정부에
밉보이고 싶었겠습니까?
뭐, 이해합니다. 킁~

이왕지사 이렇게 된 거
그래도 회사/나라 망신은 시키면 안되겠다 싶어서
영어 PPT는 엄청 공을 들여 준비했습니다.

이란 출장 준비하는데
준비과정도 참~ X랄 맞더군요.

비자받기 위해 초청장 받는 것 부터
비자 신청서 작성하는 것도 엄청 까다롭고.
대책 미팅도 엄청 많고.

이것도 우여곡절이 엄청 많았지만
이런 것까지 다 쓰면 감당이 안 되기에 패스합니다~

결국 드디어

일주일짜리 이란 출장을 가게 됩니다.

비행기 스케쥴 상,
일요일 저녁 때 집을 나섰는데....

일요일 저녁에 출장가는 기분...
캬~~아~~~ 상콤합니다.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_-^
(여러분께도 추천합니닷!!!!!)

해출 많이 가봤지만 이번엔 기분이
참 묘하더군요.

와이프는 걱정스러워 하고.
암것도 모르는, 갓 태어난 딸내미는 해맑게 웃는데.
기분이 오묘했습니다.
(뭐 파병가는 것도 아닌데 기분이 참 ㅋㅋㅋㅋ)

아기만 계속 보다가 집을 나선 것 같습니다.

메르스 잠복기가 2주라고 해서...
와이프와 아기는
저 입국하고 나면 2주 동안은
처가에 가 있으라고 했습니다.

출장까지 합하면 총 3주나 생이별해야 했죠.
아이고....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경제사절단은
에미레이트 항공기를 타고 두바이를 경유하여
이란의 테헤란으로 향했습니다.

(에미레이트 항공의 A380, 끝내주더군요. !!!)

테헤란 공항은 우리나라의 국내선 공항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내리자마자 수화물 찾고,
가장 먼저 해야될 일은

코트라에서 나온 직원을 찾아서 줄 잘서고 ㅋㅋㅋ
돈을 환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란은 장기간의 경제제재로 인하여
신용카드 사용가능한 곳이 거의 없고,
미 달러도 받는 곳이 없었기에
현지 화폐인 리얄로 환전해야 했습니다.
(환율은 기억이 안 나네요)

아래 사진은

당시 코트라에서 나눠줬던 참고자료 중

이란의 개요를 캡쳐한 것입니다.

현지 코트라 직원들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사절단 인솔하랴 이것저것 하느라고.

코트라에서 준비한 버스를 타고
공항에서 테헤란 시내로 진입하는데

시내로 진입하기 전까지는
진짜 거의 황무지더군요.

시내로 진입해서도
휘황찬란한 고층빌딩은 없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낮은 회갈색 건물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이름이 정확히 생각나지 않는데
테헤란에서 가장 높다는 타워에 올라가서
찍은 사진입니다.

대부분이 저런 건물들입니다.

장기간의 경제제재로 인한 영향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으며,
투자여건만 안전하게 확보된다면
이란이 정말 노다지가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습니다.

찍은 사진들이 엄청 많은데,
휴대폰이 한 번 맛이 가면서 대부분의 사진들이
손실된게 아쉽네용.

시내로 들어서서 체크인한 호텔은
생각보단 꽤 괜찮았습니다.

테헤란에서 좋은 축에 속하는 호텔이라더군요.
Azadi Hotel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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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힘들어....
글을 잘라야겠습니다.

너무 글이 늘어지네요. ㅠ

뒷 이야기는 내일 올리겠습니다.

[jAson gArnett]

뒷 이야기 기다리겠습니다~~

[둠키]

우와 재미있다.. 잘 읽었습니다.

[린 & 챈들러]

글을 읽다 보니 작년에 테헤란에서 만났던 인상 좋으신 Kotra 관계자 분이 떠오르네요. ㄹㅎ 경제 사절단이 다녀가고 난 다음이라 정부에서 성과 보고하라고 계속 쪼아댄다고 힘들어 하시던...

[Timmy the Best]

그 상황에서 언론에 찌르신건 치졸이 아니라 현명하신 거죠. 2편 기대하겠습니다

[플라잉로즈]

진짜 재밌어요 ㅋㅋㅋ 구독신청해야겠네 ㅋㅋ 다음 집필은 언제인가요?

[아이즈원]

우왕 안 쉬고 타다다다다다 읽었어옄ㅋㅋ케

[웨버는 이제 없어요]

오늘의 월급 루팡은 이거다 하고 정신없이 읽다가 끝났네요. 다음 편 기대됩니다!!

[converge]

이야 글 재밌어요~ 정말 고생하셨네요 ㅠㅜ 저도 해외출장 자주 가는 편인데... 업무 내용에 따라서 해외출장이 절대로 반갑지 않을때도 있죠 ;; 게다가 가서 아프기라도 하면 최악 ㅠ

[jaejae]

재미있습니다...다음편이 무지 기대 되네요^^

[Lakers&Eagles]

역시 글솜씨가 좋으시네요..재미있습니다^^

[solution]

^_^b 현기증 나요~ 어서 이어주세요~

[Unsung heroes]

저도 비슷한 시기에 테헤란 갔었어요 ㅎ 이란은 참 다른게 많은 나라입니다 ㅋㅋ 여성들이 진짜 예뻐서 놀랐네요

[모닝]

흥미진진합니다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SenesQ]

사진 더 보고싶군요!

[폴[烈]]

현재 KOTRA 현지 직원인데 많은 생각이 드네요 ㅎㅎㅎ 고생 하셨습니다~

[TD21]

지금이야 웃으며 글 쓰고 계시지만 당시에는 진짜 빡치셨을듯 ㅋㅋㅋ

재밌게 잘 읽고 2편 보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