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을 보면 주인공들은 국회의원 30대 중후반들..
좀 어른들 로맨틱코미디 느낌이지 젊은 느낌의 로코는 아님
1.
“심리학에는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열 명이서 포커를 하는데요,
그중 아홉 명이 작당해 나머지 한 사람을 틀리지 않았는데도 틀렸다고 몰아붙이는 겁니다.
나아가 그 하나가 항의하면 할수록 다른 아홉은 훨씬 강하게 그를 압박합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이 어이없는 상황이 지속되면 제아무리 심지가 굳은 사람도 결국엔 굴복하고 말죠.
그런데 말이에요, 정말 신기한 사실은, 그때 만약 단 한 사람만 그의 편을 들어 주면,
그는 그 어떤 혹독한 공격이 끝없이 들어온다 한들 절대로 꺾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단 한 사람. 이것이 바로 단 한 사람의 위대함입니다.
저는 지금 제 목소리를 듣고 계신 모든 분들이 저에게 그 단 한 사람이 돼 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저도 이 국가, 우리 사회의 정의를 사랑하는 여러분 모두의 마지막 단 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진보노동당 대표, 국회의원 오소영이었습니다.”
(생략)
“……단 한 사람? 닭살이야, 처절한 닭살.”
“왜요, 듣기 좋은데요.”
“듣기 좋아? 안전 운전 하시고 날 밝는 대로 이비인후과 꼭 가 봐.”
“당은 다르지만 말은 옳은 거 같아서…….”
“홍 기사님.”
“네? 네, 의원님.”
“너 휴머니스트야?”
“네?”
“나는 너의 그 도저한 낭만주의가 고통스럽다.”
“…….”
“저 여잔 여기가 덴마크인 줄 알아요. 국민 성금 모아서 정신감정 받게 해야 돼. 이상한 여자야. 이상한 여자.”
“데, 덴마크. 복지의 천국 아닙니까?”
“……네에, 맞습니다, 천국. 저 집 앞에 내려 주시고 곧바로 이민 가세요. 천국으로.”
김수영의 BMW는 한강대교 위를 단 하나의 불빛이 되어 질주한다.
그것을 저 멀리 높이 솟은 방송국 건물의 넓은 창 안에서 이상한 사과나무 한 그루가 내려다보고 있다.
2.
“의원님.”
“읽고 있잖아요. 댐.”
“그거 말고. 더 큰 거.”
“뭐?”
“더 센 거.”
“……언론법?”
“고지전(高地戰) 말고 다른 수는 없을까요?”
“없어요. 괜한 희망 가지지 맙시다.”
“……암만 용을 써도 결국 그 꼴을 못 벗어나네요, 우리는.”
“이 세계가 그래요. 우리가 속한 이 세계가…….”
“너무 거창하다. 이 바닥이 그런 거겠죠.”
“이 바닥도 그렇고. 이 세계도 그렇고, 뭐, 나라가 그런 거지. 이 나라가.”
“남이 참 내 맘 같지 않다, 대한민국 정치의 유일한 철학이죠.”
“새한국당 종자들, 외계인 같아. 말이 안 통하는.”
“ET도 의사소통은 돼요. 손가락 끝으로.”
“아, 우울하다. 파란색 우주 괴물들.”
3.
“……이모,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어?”
“……천재였어. 그리고.”
“그리고?”
“용감한 사람이었어. 세상을 구하려던 사람이었어.”
“용감하게 세상을 구하려는 사람은 죽어?”
“……사람은 누구나 언제 죽든 죽어.
그럼 다른 많은 선량한 사람들이랑 이모랑 보리가 엄마의 뜻을 이어받아 대신 싸워 주는 거야.”
“나는 어른들 싸움에 끼기 싫네요. 삼국지처럼 재밌게 싸우지도 못하면서.”
“…….”
“이모한테 맞은 아저씨가 이모 고소할지도 모른대. 인터넷이 난리야.”
“신경 안 써도 돼.”
“안 찔려?”
“안 찔려. 악당은 물리치라고 있는 거야. 악당 편드는 것들은 더 악질이고.
정의는 항상 막판까지 외로운 거야. 막판에 가면, 다 괜찮아져. 정의는 승리하니깐.”
“이 사람아, 모든 문제를 폭력으로 풀려고 하지 마. 민주주의 하자. 민주주의.”
4.
어둠 속에서 남자 목소리가 물었다.
“왜 전화 안 받아?”
(생략)
초췌한 김수영이 가로등 불빛에 드러났다.
“살고 싶냐? 그럼 사과해.”
“어머. 김 의원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점잖은 척하지 마, 재수 없어.”
“그래. 여긴 왜 왔니?”
“내일 당장 기자회견 다시 해. 김수영 의원님께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그럼 다 끝나는 거야.”
“못해. 내가 사과하면 민주주의에 똥칠을 하는 거야. 안 해.”
5.
김수영은 땡글땡글한 보리가 극단적으로 예뻐서
오소영의 소화기에 맞아 일부 파손됐던 뇌세포가 완전히 망가져 버릴 지경이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만 장가갔으면 족히 저만한 딸이 있었을 텐데.
그러나 그 예쁜 아이가 오소영의 조카이자 법적 딸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김수영은 그 자리에서 당장 기절했을 것이다.
(생략)
“보리는 매우 똑똑하구나.”
보리가 삽겹살을 꿀꺽 삼킨 다음 말했다.
“나 영재예요. 그래서 이모가 걱정해요.”
김수영은 정 보좌관을 가리키며 말한다.
“이모가?”
“착한 이모 말고 나쁜 이모 있어요.”
“나쁜 이모? 으음, 이모가 또 있구나. 나쁜 이모가 왜 걱정하시는데?”
“평범하지 않으면 불행해진다나 뭐라나.”
“겸손한 분이시네. 보리야, 그 이모 나쁜 이모 아니다. 훌륭한 분이야.”
6.
“그 새끼들 엿 먹인 거 멋졌어! 장 청소된 것같이 시원합니다,
오 의원님. 내가 한잔 사죠. 아줌마! 여기 소주 한 박스 더!”
(생략)
김수영은 작은 플라스틱 통에서 약을 꺼낸다.
“뭐야?”
“두통약. 만성이야.”
김수영이 소주 한 모금을 볼 안에 채우고는 두통약 쥔 손을 입으로 가져간다.
“술에 약을 먹으면 어떡해!”
오소영이 김수영의 그 손을 강하게 부여잡는다. 횃불을 치켜들듯.
김수영은 너무 놀라 두통약과 소주를 푸―, 내뱉으며 신음처럼 이 말도 내뱉는다.
“이 손…….”
(생략)
손을 잡고 잡힌 채 얼음이 돼 버린 오소영과 김수영은
어느새 마치 최면에라도 걸린 것처럼 비상식적으로 진화된 인간의 손으로
서로를 쓰다듬으며 인간의 입술과 혀로 열렬히 키스를 나눈다. 인간은 어리석고 삶은 아름답다.
이것은 우연인가 운명인가? 오소영과 김수영은 진공상태에서 서로를 마주 본다.
얼이 나가 있다. 번개 맞는다는 게 이런 건가. 오소영이 비실비실 읊조린다.
“……미쳤어. 말도 안 돼…….”
(생략)
김수영은 스스로 저지른 불가사의 앞에서 어질어질 자문한다.
“……내, 내가…… 배가 고프다고…… 쥐약을 처먹은 거야?”
7.
“……어이가 없다. 잊었어? 우리는 아무 일 없었던 걸로 하기로?”
“어떤 일? 액션 버전을 말하는 거야, 에로 버전을 말하는 거야?”
“장난치지 마.”
“보고 싶어서 왔어.”
“뭐?”
“못 보면 죽을 거 같아서 왔다.”
“……우, 웃겨.”
“안 웃긴 거 알아. 사귀자.”
“미쳤어?”
“응. 사귀자.”
“정말 미쳤구나?”
“그 여자 참. 미쳤다니까. 같은 말 여러 번 하게 하네.”
“미쳤어. 정말.”
“애인 생기면 제일 하고 싶었던 게 뭐야? 그것부터 하자.”
“……미쳤어.”
스탕달은 이렇게 말했다.
연애는 열병과 같은 것이어서 의지와는 아무 상관 없이 생겨났다가 사라진다.
결국 나이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라고.
우연처럼 마주 서 있는 보수 여당 국회의원과 진보 야당 대표를 운명 같은 봄바람이 쓸고 지나간다.
8.
극장 주차장은 평일 오전이라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다.
무슨 B급 첩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멀리서 마주 걸어오다가
가까이 마주 서는 야구 모자 후드 티 김수영과 복부인 선글라스 꽃무늬 스카프 오소영. 한동안 정적.
오소영과 김수영은 부글거리다가 동시에 터진 웃음이
점점 더 심하게 폭발하는 바람에 눈물 콧물이 줄줄 배꼽을 꽉 부여잡으며 쓰러지기 직전까지 간다.
김수영이 진짜로 쓰러져 옆으로 구른다. 주저앉은 오소영은 웃음이 그치지 않아 일어나질 못한다.
그래. 오늘 고민 오늘 족하니라. 웃을 수 있을 때 실컷 웃자.
니체는 이런 말도 했다. 사랑에 관한 여러 가지 문제들로 고민한다면 단 하나 확실한 치료법이 있다.
그것은 자기 스스로 더 많이 더 넓게 더 따뜻하게 그리고 한층 더 강하게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에는 사랑이 가장 효험이 있다, 라고. 그래 뭐 어떤가.
말에게 키스하고 매독에 걸리고 제 똥을 먹고 오줌을 마시게 된다 한들 어차피 미쳐서 하는 사랑, 일단 비극은 잊자.
9.
기어를 넣는 김수영은 한숨처럼 내뱉는다.
“아. 정말 죄 아닌 죄다.”
김수영이 액셀을 세게 밟으려는 찰나에 홀연 정신이 돌아온 치매 환자처럼 오소영이 김수영에게 말한다.
“가만. 자기야.”
“왜.”
“우리 불륜이야?”
“아니. 나 총각이야. 너 유부녀야?”
“아니. 근데 왜 우리가 연애하면서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내 말이.”
“죄 아닌 죄 맞네.”
10
“무슨 말이 그래?”
“그 말이 그 말이잖아.”
“그럼 넌 내 생각만 해 줘서 숨어서 만나는 거니?”
“새한국당 탈당하고 진보노동당 입당할까? 지금 그 얘기잖아.
그래야 맘이 편해지겠다는 거잖아. 나더러 차라리 월북을 하라고 해라.”
“하여간 극우 꼴통들은 어쩔 수 없다니까.”
“뭐? 극우 꼴통? 이, 친북 좌파야!”
누가 사랑을 눈물의 씨앗이라고 했는가. 사랑은 막말의 씨앗인 것을.
“본색이 나오는구나. 왜, 너도 내 인형 만들어 놓고 화형식 하지 그러냐?”
“그만하자.”
“뭘 그만해.”
“하이고. 이제 알겠다. 보리가 너더러 왜 그러는지.”
“뭐? 보리가 뭐라고 그러는데?”
“너더러 나쁜 이모라더라. 정윤희는 착한 이모고. 아이의 순수한 영혼은 거짓이 없는 법이지.”
“너 말 다했어? 이 재수 없는 독재 꼬붕 새끼야.”
“말 다했다. 이 빨갱이 여왕벌아.”
“딱 끝이야.”
“알아. 끝이야. 영원히.”
그제야 피차 알몸이라는 사실을 화들짝 자각하고는
각자 침대 밑에 흩어져 있는 옷가지들을 서둘러 챙겨 입기 시작하는 아담과 이브.
11.
김수영이 오소영에게 말했다.
“너는 민중은 사랑한다면서 왜 나는 못 사랑하냐?”
“혼란스러운 게 싫어.”
“세상은 구한다면서 왜 너는 못 구하냐?”
“…….”
“왜 나는 못 구해 주냐?”
“그만해. 다 싫어. 지긋지긋해.”
사랑은 왜 이럴까. 왜 뻔한 거짓말을 자꾸 하게 될까. 급기야 김수영은 폭발했다.
“……그래! 백번 잘 생각했다. 넌 나 같은 날라리가 아니니까.
진보 지식인들께서 네 진정성을 의심하게 되면 큰일이지.”
“역겹거든? 이러려면 왜 보자고 한 거야?”
“다 싫다며? 혼란스러워 죽겠다며?”
“아아. 나의 실수. 미안.”
“좋아.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자고. 먼저 내려갈게.”
김수영은 뒤돌아 오소영을 떠난다. 그의 그녀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얼굴을 감싼다.
벽시계와 손목시계 모양의 뭉게구름이 흩어져 버린다.
12.
김수영은 문득 두리번거리더니 바로 옆 남자 화장실 안으로 오소영을 끌고 들어간다.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사실 그딴 건 선을 넘어 버려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였다.
김수영은 칸살 안으로 오소영을 부둥켜 안고 들어가 문을 잠그고는 키스를 해 댄다.
(생략)
“너 내가 준 반지 버렸어?”
“미쳤어?”
“버렸으면 죽여 버리려고 그랬다.”
“안 버려. 안 버려.”
그때. 칸살 밖에서 인기척이 난다. 동작을 멈추고 입을 다무는 김수영과 오소영.
화장실 안으로 새한국당 대표 노대관이 들어와 소변기 앞에서 안 나오는 오줌을 낑낑거리며 누고 있다.
김수영과 오소영은 칸살 문을 빼꼼 열고 그 꼴을 지켜보며 키득키득댄다.
그러나 둘은 마음의 지옥에서는 간신히 탈출했는지 모르겠지만
불과 한두 시간 이내에 몰아닥칠 폭풍을 전혀 예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잠시 아름다울 수는 있어도 계속해서 아름답지는 못하다. 어둠이 필요한 무늬인 것이다.
그럼 삶은 아름다운 것인가, 아름답지 않은 것인가?
첫댓글 이미지진짜 잘어울려ㅠㅠㅠ개아쉽다
헐진짜어울리네....ㅠ...ㅠ...ㅠ...
“너는 민중은 사랑한다면서 왜 나는 못 사랑하냐?”
“혼란스러운 게 싫어.”
“세상은 구한다면서 왜 너는 못 구하냐?”
“…….”
“왜 나는 못 구해 주냐?”
“그만해. 다 싫어. 지긋지긋해.”
이 부분 하균신 목소리로 들어보고싶다.... 근데 이민정이 확실히 하기로 한거야?? 흡 ㅠㅠ
으앙 아깝다.................. 왠지 모르게 지적인 느낌도 주고 그래서 좋았는데ㅠㅠㅠㅠㅠㅠ 근데 이거 원작이 소설이야? 보고싶다....
헐 이렇게보니까 진짜 잘어울리네 ㅠㅠ
흙...이민정 확정인거야?
삭제된 댓글 입니다.
대본리딩까지 했다는거 보면 이미지 문제는 아닌거 같은데...ㅠㅠ 기사에선 스케쥴 조정 & 캐릭터 이견 때문이래..어떤게 진실인지는 모르지 뭐...
이민정은 정말 아닌데...
이민정은 아니다진심. ㅜㅜ한혜진딱인ㄷㆍ기
신하균이 상대역인데도 여배우들이 하차하는거보면....에휴ㅠㅠㅠ 혜진언니 해주시면안되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민정은 진짜아니잖아여... 그럴바에야 하균오라버니도하차하세요ㅠ
허.... 한혜진진짜딱이다..
헐 진짜잘어울린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