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숙 : 그날 아침(주 : 1984년 동아마라톤 대회 당일을 의미) 컨디션은 어떠셨나요?
며칠 전부터 감기를 심하게 앓고 있었고 장이 안 좋아서 모든 컨디션이 다 안 좋았어요. 잠을 두 시간
도 채 못 잤고, 모든 것이 안 좋아서 아침에 이경환 감독님에게 경기에 불참하겠다고 했는데 그래도
뛰라는 거예요.…전반 3분의 2를 가는 동안 무리하지 말자고 몸을 사리면서 뛰었어요. 뛰다 보
니까 회복이 좀 빨라지더라고요. 전반에 힘을 좀 아꼈다고 봐야겠지요.
‣‣‣ 손숙 :
뛰다 보면 언제가 가장 어려우세요?
사람마다, 등위마다 다른데 만약 꼴찌로 뛰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힘들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
은 사람이라도 중간 이후로는 두 번 정도 스트레스를 받게 돼요. 33~37㎞ 사이에 한번 오는데 ‘견
딜까, 포기할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똑같은 속도로 가고 있지만 그런 생각이 들지요. 38~40㎞
사이에 두 번째로 오는데 대부분 그때 속도가 떨어지죠.…마지막 골인할 때는 빨라져요. 너무
힘들어 보이지만 사실 그 순간은 기쁩니다.
- CBS <손숙입니다-이홍렬과의 인터뷰(2007년)>에서 발췌
동아마라톤 대회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대회 당일까지 어떻게 하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것인가
가 대회를 신청한 달림이들의 공통적인 과제일 것이다. 며칠동안이지만 술도 줄이고, 식이요법인 카
보로딩도 해보고, 가능한 한 일찍 잠자리에 드는 등 다양한 방법을 쓰는 것 같다.
하지만 대회 당일의 컨디션이 좋다고 반드시 좋은 기록을 세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달리 말하면 컨
디션이 나쁘다고 해서 기록이 나쁠 것이라고 미리 겁먹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달림이
들이 대회 당일 “오늘은 틀렸다”고 생각했다가 뜻밖에 괜찮은 기록으로 들어온 경험이 한 두번 쯤은
있었지 않나 싶다.
엘리트 선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 마라톤 스타인 이홍렬 씨는 ‘역사적인’ 1984년 동아마라
톤 대회 당일 아침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는 감독에게 대회를 포기하겠다고까지
말할 정도로 상황이 안좋았지만, 한국 마라톤 사상 처음으로 ‘15분대의 벽’을 넘어서는 대기록을 세웠
다(2시간14분59초).
몸상태가 별로였던 그가 1등으로 들어오면서 대회 최고기록까지 세운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손숙 씨
와의 인터뷰에서 “무리하지 말자”고 결심했던 덕분이라고 밝혔다. “전반에 힘을 좀 아낀 덕분에 후반
에 다른 사람을 따돌릴 수 있었다”는 것. 사실 전반에 힘을 아끼라는 건 귀가 따갑도록 듣는 얘기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이홍렬 씨는 또한 대부분의 달림이들이 30km 이후에 ‘견딜까 포기할까’ 하는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지
적했다. 그는 2번 정도라고 했지만, 아마추어 달림이들은 아마도 이보다 훨씬 많은 갈등을 겪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할까 말까 하는 갈등이 생겨도 어떻게든 견디기로 마음먹는다면, 결국
은 마지막 골인지점에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동아마라톤 D-3일~ 모두들 건강관리 잘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