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베트남 수교 20주년 바둑대회, 2012년 12월 5일 베트남 하노이 |
이강욱 8단의 '베트남棋행'입니다. 이강욱 8단은 지난해 12월 베트남의 하노이에서 열린 한-베트남 수교 20주년 친선교류전을 참관하고, 한국교포 사회와 베트남의 어린 학생들이 바둑으로 교류하는 현장을 전해왔습니다. 이강욱 8단은 현재 바둑 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베트남에서 바둑을 보급하고 있습니다. [오로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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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은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를 맺은 지 20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다.
수교 20주년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문화 행사들이 열렸다. 베트남은 특히 K-pop 열풍이 뜨겁다. 그래서 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방문은 베트남 젊은이들의 마음을 잔뜩 설레게 한다.
베트남 신문에는 한국의 걸그룹을 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공항에 운집해 있는 남학생들과 실제걸 그룹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남학생들의 모습이 보도된다. (소녀시대가 온다는 소식에 나 역시 설레고 보고 싶기도 했지만... 못 봤다...ㅜ.ㅜ)
여러 문화 행사가 줄을 잇는 가운데 내게도 먼 하노이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하노이 한인회(회장: 구 본수)와 하노이 한인 기우회(회장: 박 균철)가 힘을 모아 “하노이 한인회배 한-베트남 친선 바둑대회” (이하 한-베 친선 바둑대회) 를 만들어 주신 것이다.
2012년 12월15일. '하노이 한인회'배 한-베트남 친선대회가 하노이의 참빛 그랜드 호텔에서 성대하게 막이 올랐다. 대회를 준비하신 분들의 도움으로 많은 기업들의 참여, 후원이 이뤄졌다. CJ, 송월타올 등에서 간식과 상품을 후원했고 참빛그룹의 이대봉 회장님께서 대회장소를 무료 제공해주셨다.
▲ 베트남 현지 방송국에서도 한국-베트남 바둑대회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취재모습
과분하게도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은 나 역시 열일 제쳐두고 하노이 행 비행기에 오른다. 총 32명의 참가자를 최강부(한국 8명, 베트남 8명, 총호선)와 일반부(한=8명 베=8명 치수제)로 나눠 조별리그 후 결선 토너먼트로 자웅을 겨루었다.
이번 대회는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장이 늘 부족했던 베트남 학생들에겐 퍽 좋은 기회이자 축제의 장이었다. 그래서인지 참가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넘쳐나 약 2주에 걸쳐 별도의 선발전을 치렀고, 그렇게 선발된 선수들은 특별훈련까지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열기는 탈락자에게도 이어졌다. 아쉽게 참가하지 못한 학생들은 대회 당일 대회장에 찾아와 대국을 관전 하며 각자 친분이 있는 선수들을 응원하여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진다. 나도 대국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대회장 한 켠에서 묘수풀이와 지도다면기로 그들을 응대해, 부족하지만 뜨거운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당초 베트남 측의 열세를 예상해, 싱거운 결말을 걱정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양 부문 모두 결승전이 한국-베트남 대결이 펼쳐졌고 최강부는 베트남이, 일반부는 한국이 우승을 차지했다. 마치 사전 모의라도 한 듯 대회 마지막까지 우의 깊은(?) 모습을 연출하여 큰 박수를 받는다. 여기는 베트남, '사전모의, 연출' 그런 거 다들 모른다.
▲ 대회가 시작됐다. 처음부터 뜨거우리니 이후로 더욱 성대하리라.
▲회장님도 함께 뛴다. 한인 기우회 박균철 회장(우) 대국 모습
▲ 대회모습, 한국 선수들이 베트남 선수들의 부모 뻘이다.
대회 폐막식에는 참빛그룹의 이대봉 회장님과 하노이 한인회 구본수 회장님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고 박균철 회장님이 좀 더 수준 높은 차기대회를 약속해 참가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으며 대회가 마무리 된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특히나 이럴 때 더욱 간절해진다. 더욱 노력하여 이분들께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기를 말이다.
이쯤에서 잠시 하노이 한인 기우회를 소개하겠다. 경제수도 '호치민'시에 현재 우리 교민 수는 약 8만 명 - 한 때 10만 명에 육박 했다고 한다.- 이다. 행정수도인 하노이시의 우리 교민 수는 약 1만 명 정도이니 대략적인 추산이긴 하지만 경제 활동이 활발한 호치민의 교민 수가 하노이보다 8배 정도 더 많다. 현지 베트남인 인구 또한 역시 호치민 시가 더 많다.
베트남의 정부 정책에 따른 영향으로 근래 들어서 수도 하노이시의 교민도 조금씩 늘어나고는 있다지만 그 차이는 별반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쯤 되면 교민들의 바둑 활동도 당연히 호치민시가 훨씬 더 활발할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묘하다. 사실이다.
▲ 대회장 한켠에 마련된 간식(CJ 후원)
▲ 한국-베트남 수교 20주년을 기념하는 바둑행사다. 대회 현수막
바둑보급을 위해 온 베트남, 호치민시 파견초기, 수소문 끝에 어렵사리 찾은 베트남의 유일한 기원은 XX기원이다. 호치민 공항 근처에 위치한 (구) 한인 타운에서 우리 교민이 운영하는 기원으로 개원 초창기에는 베트남 학생들도 자주 찾아와 활발한(?) 교류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냥 반가운 마음이었다. 내가 가르치는 베트남 학생들과 한국교민 분들과의 교류 시합을 계획하고 찾게 된 그곳이다. 그러나 약간의 불미(?)스러운 일들로 인해 나조차 그곳을 찾는 일이 줄어들었고 얼마 후 그 기원이 아예 문을 닫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다행히 최근 새로운 장소에 새로 기원이 생겼지만, 모두 바쁘신 탓인지 정기적인 모임은 없어 안타깝다.
나의 주 활동 장소는 호치민이지만 한 달에 한 번씩 하노이를 왕래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인연을 맺게 된 박균철 회장님. 바둑을 좋아하시는 박 회장님은 KT 베트남 지사장으로 재직하시던 1997년부터 4년동안 하노이 한인회장도 겸임하셨단다.
바둑을 좋아하는 우리 교민들을 한 곳으로 모이게 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작은 바둑 사랑방을 마련하여 한인들의 바둑활동을 장려헸다. 그곳에서 삼삼오오 모이며 시작된 모임이 바로 하노이 한인 기우회의 시초라 할 수 있겠다.
활발한 활동으로 당시 하노이 일본 대사관에서까지 초청 받아 일본 기우회와 교류하고 일본 프로 초청 기념 대국을 갖는 등 꽤나 활발한 활동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2001년 구심점 역할을 하시던 박 회장님의 귀국으로 차츰 그 열기는 식어만 갔다. 역시 구심점은 필요한 법.
그러던 중 2006년 박 회장님이 베트남으로 재입국한다. 왕의 귀환, 아니 회장님의 귀환으로 교포 바둑계는 다시 활기를 찾는다. 시들해진 바둑 열기를 안타깝게 여긴 박 회장님은 2010년 초 바둑을 아끼는 몇몇 교민들과 새로이 의기투합! 한다. 그렇게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하노이 한인 기우회! 두둥! 베트남 한국교민 바둑계의 새로운 출범이다.
회장: 박 균철, 고문: 박 성주, 총무: 박 종현, 한 치옥
아직은 그리 많지 않은 회원 수(약 15명) 지만 오히려 적은 수의 회원으로 단결력 높은 모습을 보여주고 계시다. 최근 한인 잡지에 회원모집 광고가 나가며 회원 수도 차츰 늘고 있는 상황이다.
매주 토,일요일에 하노이 바둑 클럽에서 베트남 학생들과 함께하며 교류의 끈도 놓지 않고 있는 하노이 한인 기우회. 베트남 학생들과는 부모, 자식과 같은 나이차다. 베트남의 어린 학생들은 마치 친 부모님을 대하듯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정말 보기 좋다.건전하고 유쾌하고 스스럼없는 어울림, 내가 생각하고 원했던 바로 그 모습이다.
박 회장님은 “아직은 마땅한 장소를 마련하지 못해 모임이 활성화 되지 못하는 것이 많이 아쉽긴 하다. 작게는 회원들의 실력 향상을 위한 자체 리그전을 통해 꾸준히 베트남 학생들과도 교류할 것이고 크게는 장기적으로 베트남 바둑 발전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씀하신다.
▲ 상품이 걸린 묘수풀이
▲ 최강부 우승을 차지한 베트남 팜안(Pham Anh)
▲ 대회장 후원을 해주신 참빛그룹 이대봉 회장님 폐회사
회원들 간의 친목도모를 위함도 그렇고 베트남 바둑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내게는 너무 뜻 깊고 보람 있는 일로 비춰져 같은 한국인으로써 뿌듯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환경이 열악한(바둑판 부족) 하노이 문화센터(하노이클럽과는 별도의 장소) 에 바둑판도 기증하셨고 가능하다면 베트남 인들을 위한 바둑대회도 구상 중 이란 말씀을 늘 하셨는데 이번행사로 그 결실을 맺게 되었다.
한국은 지금 추운가? 몹시 추운가? 여기는 덥다. 후덥지근하다. 가끔 땀도 줄줄 흐른다. 베트남의 뜨끈뜨끈한(?) 연말은 여전히, 늘 생소한 탓에 다가오는 새해가 실감나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덧 베트남 파견 4년차!다.
아직 이룬 것도 없고 앞날은 지금까지보다 더욱 불투명한 것이 현실이다. 앞날을 걱정하기보단 오늘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싶고 또 그렇게 살고 있는 요즘이다.
PS 끝으로 이번 대회를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하노이 한인회, 기우회 관계자 분들, 실질적으로 이번 대회를 준비해주신 한 치옥 선생님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또한 대회를 위해 도움 주신 여러 기업의 관계자 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글 | 베트남, 이강욱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