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곳으로 가게 된건 어쩌면 간단한 이유였다.]
여느날과 다를것 없는 아침,
잠에서 깨어 일어나고, 밥을 먹고.....
그러나 궂이 하나 다른점을 꼽으라면, 첫째는 내가 지금 전학을 가는 것이요.
또다른 하나는 아마.....
"래인님. 학교가실 시간입니다."
내가 조폭의 대를 이을 후계자 이자,
'두목의 딸' 이라는 명분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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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로 가는 차안 내내 나의 수행비서란 녀석은 주구장창 떠들어만 댔다.
나로서는 솔직히 학교도 처음이다.
말이 전학이지, 전학은 내 옆의 이녀석이나 하는거고
나는 생에 첫 등교니까.
초,중학교는 의무교육이라지만 그런 말이 우리 집 앞에서는 씨도 못먹힌다는것은
익히 알고 있을터,
그러나 이 녀석은 불과 3년 전 정식으로 내 옆에 들어왔기 때문에
학교는 이미 꽤나 다닌 상태였다.
학생이던 이녀석의 신분때문에 대략 7년간은 학교를 다니며 교육(;;)을 받았고,
3년전부터 정식으로 체험을 받으며 그와 동시에 정식으로 내 옆에서 3년을 같이하고
학교로 돌아가는것이다.
그래도 초,중학교도 안나온 내가 학교를 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집은 원래 그런것이다.
"아버지의 명령"
그것 앞에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등교시간이라 그런지 북적거려야 하건만 우리가 내린곳은 한가하기 그지 없었다.
그 이유라면 학교에서 꽤나 떨어진 곳에서 내렸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 그런 말씀은 하지 않으셨지만,
기왕 다니는거 알려서 좋을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알게 모르게 학교에서는 묘한 신경전이 오갈것이고
세계적인 조폭의 딸이자,
차기 후계자가 학교를 다닌다는것을 알면,
그 좋은 먹잇감을 마다할 자는 없으니까.
내 신변이 노출된다는 것은 아버지가 위험해 진다는 것과 마찬가지 이고,
그것은 곧, 내 아래이자 아버지 아래의 수많은 모든 사람들이 나의 한순간 오만으로 피를 흘리게 되는 거니까.
"2학년 7반으로 들어가세요"
그냥 멍하게 내 오른팔 '류현'에 이끌려 어느새 교무실에 와 있었고,
2학년 7반을 배정받고 교실로 올라갔다.
때마침 종이 쳤다,
자신을 2학년 7반 담임이라 소개한 여자가 우리가 오르는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보았냐고? 아니, 그저 느낌이다. 직감. 끝없는 내 삶속에서 얻은 것들 중 하나.
"어머, 아직 안올라 갔니? 흐음...그럼 같이 가자. 나도 너희를 애들한테 소개 시켜줘야 하니까. 따라와 "
'가식'. "왜 여기서 얼쩡거려? 느려 터지긴" 하는 말을 삼킨 가식,
이것또한 내가 얻은것중 하나인 능력,
표정으로 들어내진 않지만 가식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를 아는 현이는
먼저 선생을 데리고 교실로 올라갔다.
아, 물론 나와 같이.
"오늘 전학생이야, 남자하나, 여자하나"
선생의 말에 관심을 가지는 아이는 없었다.
그저 그려려니 하고만 있었다.
그래서 나도 학교는 원래 이런것이려니 라고 생각했다.
"들어오렴"
교실로 들어갔다. 아이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이런 시선은 무척이나 익숙해져 있던터라 굳이 신경쓰인다거나 하는건 없었다.
아이들은 먼저 들어가는 현이를 보고 한번,
나를 보고 한번 놀란 듯 싶었다.
난 절대 못난 얼굴은 아니다, 다만.... 다만.......
아니, 이 이야긴 나중에 하도록 하자.
별 신경을 쓰지 않던 아이들도 이목을 집중하자
저 뒷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남자 둘, 여자 하나의 아이들을 마지막으로 모두다 우릴 쳐다봤다.
"난 류.현 그리고 이 옆은 이래인,
나랑 무.척.이.나. 친.한.사.이.니까 함부로 건드리는 일 없도록,"
묘한 악센트를 주는 그녀석의 말은 날 지켜야 하는 그 아이의 또다른 임무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래, 아마 현이는 학교를 다닐때 소위 '짱' 같은걸 해 먹었을거다.
아아. 일단 이런것 쯤은 나도 안다,
왜냐하면, 나와 매일 얼굴을 맞대는 검은옷의 사람들도 이런쪽 출신이 반이니까.
무엇보다 현이가 그런 지위였다는 것을 알게 된건
'야, 류현이래, 학교 쉬었잖아? 왜 나타난거야?'
'류현... 이라면 청람중 짱이던....'
'말조심해 야!'
'근데 옆애 앤 뭐야? 각별한사이?'
'쉿! 쳐다본다.'
이런말을 내가 직접 들은 것일테지만 말이다.
자리를 배정받고 조용히 앉았다.
그래, 이녀석이 짱이였던거 정도는 상관 없겠지.
덕분에 편해 졌으니까 말야.
현이와 난 짝이였고 우리 뒤에는 제일 뒤늦게야 우리를 쳐다보던 아이들이 앉아있었다.
글쎄...
수업이 어땠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건 아버지께서 나에게 학교를 다니지 않는대신
교육에 관한 모든 과정을 내 머리에 투입시켰다는것 밖엔,
갑자기 학교가 시끌시끌해 졌다.
현이가 슬쩍 귀뜸해 줬다.
"쉬는시간이에요."
아아. 이게 쉬는시간이구나, 쉰다기 보단....뭐.
이녀석을 보기 위함인가?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안녕?"
우리 뒤에 앉아 있던 한 여자아이가 인사했다.
'권채아' 그아이의 명찰에 적힌 이름이다. 초록색인 것은 바탕이고 검은것은 글씨인듯 하니, 맞을거다 아마.
"누구야"
현이가 먼저 경계하며 그 아이를 올려다 봤다.
훗, 역시 현이다. 이녀석, 굉장하군.
근데 말야....
아무리 내 수행비서지만 경호가 너무 세구나. 쯧,
"너한테 한거 아냐. 네 옆의 아이 말야,
이렇게 까지 민감한걸 보니, 정말 굉장한 사인가 본데?
아니면..... 말을 못하나?"
말을 못하냐니... 하하. 역시 고등학생 다운 발상이다.
물론, 나도 고등학생라는 타이틀 안에 포함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냥 넘긴 나와는 달리 현이는 기분이 상했나 보다.
멀쩡하게 말할 줄 아는 자신의 주인을, 그런식으로 모욕했으니.
표정이 굳어, 일어서려는 현이를 손을 들어 제지했다.
다른 일에는 멀쩡하면서 꼭 이럴때는 못참는다니까......
넌 아직도 멀었어. 휴....
'괜찮아'
라는 눈빛, 현이는 알아 들은듯 했다.
"휴우, 그렇게까지 말리면 어떻게 할 수 없잖아,"
현이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왼쪽 검지손가락 손톱을 만지작거렸다.
그래, 그건 자신을 진정시키기위한 현이의 습관이다.
그걸 아는 나는 조용히 웃을수 밖에 없었다.
물론 한쪽입고리만 살짝 올라가는 조소같았지만.
아아, 사람들이 좀 벙해 진것 같다.
항상 웃음이 이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게 조소라던가, 설령 그게 아니더라던가 상관 없이 말이다.
"하하, 마음에 든다, 친하게 지내자."
저 아인 도데체 뭐가 그리 좋을까?
채아라는 아이의 옆에있던 '소지하'라는 아이가 날 보며 웃었다.
그러나, 그 뒤의 아이는 여전히 요지 부동이였다.
난 그아이가 내민손을 잡았다.
온기가 느껴졌다, 나와는 다른,,,,
그리고 난 그녀석들과 급속도로 친해졌다.
뒤에서 조용히 있던 '강지후' 까지도 나에게 웃어 보였다.
난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았고, 시내라는 신변의 위험이 도사리는 곳을 아슬아슬히 돌아 다니는 것도,
비록 환히 웃을 수는 없지만 마음 편히 미소지을 수 있던 그 모든것이 나는 너무 좋았다.
그리고 나는 내 신분을 잊고 있었다. 그만... 바보같게도.
웃을수 있다는 것에, 안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에....
그리고 난 돌아올 수 없는 어둠의 그림자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천천히...
그러나 너무나 빠르게..........
하지만 후에 난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었다.
그 모든것을 내가 초래한 거였으니까.
나는 이래인이다.
래인... 래인.... RAIN....r..ain
자유로울수 없고, 늘 바람에 흔들려야 하는
무거운 몸을 매일 땅에다 곤두박질 치는, 나는 비이다.
처량하고 가슴아픈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