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정에 겨운 수컷 순록들이
뿔 부딪는 소리에 하르르
자작나무 가지의 설화(雪花)가 쏟아지는 곳
우리의 북방은 분주할 것
어둠 속으로 살금거리는 들짐승들 사이
어미 여우가 꼬리로 가만가만
젖먹이들 칭얼거림을 덮어 재우는 곳
당신은 아내여서 북방의 끼니를 예감하는지
눈빛 자욱하다
눈구경 하느라 창가에 서 있다가
순록에게 배운 듯 우쭐거리며 자리로 돌아온다
토끼나 쫓다가 도끼마저 잃어버린 나무꾼처럼
자발없이 웃어본다
-『내외일보/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2023.07.27. -
무더위에 지칠 때면 눈을 감고 먼 북구의 겨울을 생각합니다. 눈 덮인 언덕과 해가 나지 않는 긴 긴 밤, 그리고 타닥타닥 타오르는 난롯가에 앉아 그 긴 밤이 새도록 들려줄 전설이 있는 곳. 창밖에는 높은 뿔을 가진 순록과 눈처럼 하얀 여우들이 서성이고, 집안에는 여우 같은 아내가 오븐을 열어 따뜻한 한 끼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곳.
청어의 푸른 등이 얼어붙은 바다 밑을 헤엄쳐 꿈속으로 찾아오는 머나먼 “나의 북방”……. 불볕더위에 몸도 마음도 타들어 가는 요즘이 한 편의 시를 따라 상상 속의 “북방으로 떠나기 맞춤인” 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