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마라톤은 몬주익 언덕을 질주한 황영조로서 우리의 기억에 남아있고, 일장기를 창피해 한 손기정 선수가 자랑스럽다.
일제 강점기, 지금은 보수로 전락한 조선일보가 일장기를 가리고 신문을 발했다.
역도는 장미란 선수가 생각난다.
올림픽을 대표하는 3대 경기로 흔히 100m 달리기와 마라톤, 무제한급 역도를 꼽는다. 달리고 견디고 들어올리는 인간의 원초적 한계를 재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원시 사냥의 흔적이 녹아 있다. 역도가 100m처럼 순간적으로 힘을 폭발시키는 무산소 경기이고 보면 결국 100m와 마라톤 두 종목으로 압축된다.
같은 달리기지만 단거리 선수가 중량을 속도로 전환시키려는 계산으로 우람한 근육질인 반면, 마라톤 선수는 골격이 가볍고 체지방이 몸무게의 2~5%에 지나지 않는다. 근육은 순간 강한 파워를 발휘하는 속근과 유산소운동으로 장시간 힘을 발휘하는 지근으로 나뉘는데, 단거리 선수는 속근 대 지근의 비율이 3 대 1인 반면 장거리 선수는 1 대 4로 역전된다.
주행거리에 따라 운동생리 또한 확연히 달라진다. 단시간 고강도 운동은 탄수화물을 대사시키지만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30분 이상 달리기에서는 장시간 저강도 운동모드로 바뀌어 지방을 태우게 된다.
보통 흑인들은 허벅지 뒤에서 엉덩이로 이어지는 파워존이 발달해 순간적인 강력한 힘을 분출한다. 반면 아시안이나 서구인들은 오래 달리는 데 적합한 지근 섬유질 근육이 발달해 있다.
그런데 단거리뿐 아니라 마라톤까지 흑인들이 휩쓸고 있으며 27일 개막하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예외가 아니다.
이는 첨단과학과 자본이 결합된 현대마라톤의 스피드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마라톤도 이제 100m처럼 빨리 뛰지 않으면 우승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에티오피아의 게브르셀라시에가 세운 2시간 3분 59초 세계기록은 100m를 17초 63으로 내달린 것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융합되는 아이티 생태계의 지각변동을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