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희의 현장 속으로] LG 김재박 감독 “리빌딩 오래 걸릴 것”

[Coolguy]

2006년 연말 김재박 감독은 계약금 5억 원, 연봉 3억5천만 원 등 3년간 총 15억5천만원에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그는 외롭게 팀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하루 사이로 두 감독이 옷을 벗는다. 한화 김인식 감독과 LG 김재박 감독이다. 그러나 두 감독의 고별무대는 판이하다. 25일 고별경기를 치른 김인식 감독이 고문으로 추대 대며 선수들의 큰절을 받고 그라운드를 떠났다면 김재박 감독은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유가 있다.

김재박 감독은 구단으로부터 재계약 의사타진은 고사하고, 새 감독 선임에 대해 어떤 언질도 받지 못했다. 두산 박종훈 2군 감독이 새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소식도 언론을 통해 알았다. 아직 구단은 김재박 감독에게 어떤 설명도 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고별무대란 말은 어폐가 있을지 모른다. <스포츠춘추>에서 26일 잠실구장에서 3년 계약이 종료된 김재박 감독과 대화를 나눴다.

오늘이 시즌 마지막 경기다. 감회가 남다를 듯싶다.

뭐, 시즌 마지막 경기라는 생각밖에 없다. 특별히 떠오르는 건 없다.

어제 롯데와의 경기에서 말이 많았다. 박용택의 타율왕 등극을 위해 그를 선발출전 명단에서 빼고, 투수들에게 홍성흔과 정면으로 승부를 겨루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소문이 있다.

해마다 시즌이 끝날 때면 그런 일이 있다. (잠시 생각하고) 내가 “(박용택에게) 나가라”고 할 수 있나. 스스로 못 나가겠다는데. 예전엔 10경기 이상을 남겨두고 개인타이틀 경쟁에서 장난들을 많이 치고 그러지 않았나. 하지만, 어제 경기는 그런 경우가 아니었다.

박용택이 오늘은 출전하나.

오늘은 나간다.

오늘 경기를 마지막으로 3년 계약기간이 종료된다. 새 감독 내정소식이 들리는데 다소 아쉬울 것도 같다.

감독이야 늘 아쉽게 마련 아닌가.

2007년 스프링캠프에서 “밖에서 보던 LG와 안에서 직접 본 LG는 너무 다르다”고 했다.

감독으로 선임되고 팀을 ‘쭉’ 둘러봤다. 솔직하게 말해 어려운 점이 많았다. 투수면 투수, 야수면 야수 모자란 점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3년 전보다 개선됐다라, 특히 어떤 점이 그런가.

모든 게 좋아졌다. 뭐랄까. 3년 전보다 선수들의 야구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나 할까. 부족했던 점이 많이 개선됐다. (짧게 한숨을 쉰 뒤 혼잣말을 하듯) 중간 중간 사건들을 저질러서 참. 그런 건 인위적으로 어쩔 수가 없다. 자기들도 순간적으로….

LG에 있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뭔가.

역시 투수가 문제였다. 감독으로 취임하고 오니까 (투수들이) 다 그렇더라고.

거의가 부상자였나?

기존 투수들인 경헌호, 김민기, 정재복, 심수창, 우규민 등 아프지 않은 투수들이 없었다. FA(자유계약선수)로 박명환을 잡았지만, 역시 부상으로 신음했다. 그런 투수들을 조금씩 관리하면서 던지게 해야 하니까 애로가 많았다. 다행히 올 시즌엔 아픈 투수들이 많이 줄었다.

많이 줄었다지만 올 시즌도 부상자의 앓는 소리로 LG 더그아웃은 편한 날이 없었다.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올 시즌 전망이 괜찮았다. 하지만, 14명이나 1군에서 이탈해 재활군으로 갔다.

올 초 호주에 갔을 때 호주 야구관계자가 “크리스 옥스프링의 팔꿈치 부상이 심해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호주 대표팀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LG에서는 시즌이 시작하고도 계속 붙들고 있었다. 만약 발 빠르게 외국인 선수를 교체했다면 좋지 않았나 싶다. 어떻게 된 일인가.

음, 옥스프링이 그리 못 던질 줄 몰랐다. 그때는 한 달 정도 재활하면 나을 줄 알았다. 실제로 다시 공을 던졌다. 그래 한 달을 기다렸는데…. 회복되지 못했다.

그 후 수술은 했나.

(수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올 시즌 LG의 하락을 5월 20일 광주 KIA전서 포수 김정민의 부상 이후로 보는 이들이 많다.

(김)정민이가 주전이든 백업이든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그런 정민이가 다치고 난 뒤 이상하게 분위기가 말렸다. 기록을 보라. 5월 중순까지 LG가 괜찮았다. (김정민이) 다친 6월부터 확연히 팀 성적이 떨어졌다.

앞으로 LG가 강팀이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역시 투수진이다. 그 가운데 선발진이다. 올 시즌 제대로 된 선발투수가 없으니까 경기 초반 4, 5점을 주고 시작하지 않았나. LG의 가장 큰 문제는 정말 투수진이다.

아직 공식적으로 새 감독 취임 여부가 발표되지 않았다. 만약 새 감독이 선임된다면 무엇을 조언하고 싶나.

글쎄. 모르겠다. (잠시 생각하고) 야구는 투수가 중심에 서야 한다. 그 점을 가장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투수가 중심이라면?

LG는 선발과 마무리를 확실히 구축해야 한다.

마무리 이야기 나왔으니 묻겠다. 우규민은 3년 동안 참 많은 기회를 줬다는 생각이다.

음,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실망스러운 점도 있었고, 부상도 많은 선수였다.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마무리로 이재영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LG의 뒷문을 책임질 마무리로는 어딘가 부족하다는 평이 많았다.

(이)재영이가 중간과 마무리에서 잘해줬다. 하지만, 말한 데로 마무리감은 아닌 듯싶다.

중간에서 1, 2이닝 막아주는 투수로는 제격이지만.

지난 LG 3년간을 종합적으로 되돌아본다면.

선수들의 기량 자체가 많이 떨어졌다. 2007년 팀을 처음 맡았을 때 공교롭게 (이)병규가 일본으로 갔고, (김)재현이 등 팀의 베테랑 선수들이 모두 딴 팀으로 간 뒤였다. 팀의 중심이 될 만한 주장이나 베테랑이 부족했다.

그런 의미에서 올 시즌 박종호를 영입한 건 긍정적이었다.

더 일찍 데려오고 싶었지만, 삼성과의 계약관계로 그러지 못했다.

LG의 재건, 어느 정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나.

(신중한 표정으로) 생각보다 리빌딩 기간이 오래 걸리리라 본다. 롯데나 KIA를 보라. 7, 8년 이상 걸리지 않았나. 그나마 구단에서 투자도 좀 하고 그러니까 그 정도 걸린 거다. (구단에서) 투자해야 한다.

현대 시절의 김재박과 LG 시절의 김재박은 너무도 달랐다. 스몰마켓 팀과 빅마켓 팀의 차이일 수 있었는데.

LG가 수도권이라 그런지 주시하는 분들이 많았다. 언론의 경쟁도 치열했다. 본의 아니게 여론의 중심에 서다 보니 부담도 많이 됐다. (잠시 침묵했다가) 현대를 맡았던 마지막 해인 2006년 5위를 했다. 그러나 어디에도 포스트 시즌에 오르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기사는 없었다. 하지만 LG는 달랐다. 수도권 팀 감독이 짚어져야 할 몫이라고 본다.

두산 박종훈 2군 감독이 LG 새 감독으로 오는 게 확실해 보인다. 앞으로의 계획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아직 구단으로부터 어떤 통보를 받지 못했다. 아직까진 난 LG 감독이다. 현직에서 온 힘을 다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