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권은 형용모순의 난장판이다
형용모순이란 사전적 의미로 형용하는 말이 형용을 받는 말과 모순되는 것을 뜻한다.
즉, ‘둥근 사각형’이라든가 ‘유리제의 칠기’ 따위 들이다. 작년 연말 백분토론 400회 특집
‘2008 대한민국을 말한다’에서 한나라당의 나경원이 여배우 최진실의 자살과 관련한
‘사이버모독의 처벌’에 대한 법률의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발언 중에, 평소 거침없는
진보적 소신 발언으로 네티즌들의 인기가 많은 중앙대 교수인 진중권이 “주관적 행위를
객관적으로 판단함은 형용모순이다”라는 발언에서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경원이 발언한 사이버모독죄(네티즌에게 재갈을 물리는 일명, 최진실법)의 내용에 대한
나경원의 해석은 그 법이 입법취지의(사상과 표현의 자유침해 등) 하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맞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모든 범죄행위는 주관적 행위의 결과지만, 그 범죄행위의
판단은 법에 의한 객관적 판단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말은 주관과 객관이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지만 동시에 양립이 가능한 개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집권하고 이 형용모순을 남발하는 집단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녹색성장을 정책의 최우선으로 추진한다면서 서구에서는 이미 용도가 폐기된
경부 대운하 건설을 주구장창 떠들고, 수도권의 택지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린벨트를
조금(?) 훼손해서라도 서민들의 아파트 건설과 공공시설물을 건설하겠다는 삽질 정책과
한미 FTA의 성사를 위해서는 반드시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여야 한다고 앞뒤 대책 없이
저지른 미국산 소고기 파동과, 언론의 공정성을 결코 해치지 않겠다 하면서 YTN의 사장에
자신의 언론특보 출신의 구본홍을 임명하여 이 회사를 지금까지 파행으로 몰고 있는 상황은 바로
이 정권이 저지르고 있는 형용모순의 대표적인 행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뉴라이트 진영에서조차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가리켜 ‘진보적 보수’니 ‘개혁적 우파’라는
말도 안 되는 용어로 사칭하고 있으니 작금의 이 나라는 형용모순의 난장판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지난해 청와대와 검찰에서 봉하마을로 귀향한 노무현과 벌인 ‘청와대 기록 유출‘
건 또한 대표적 형용모순의 한 예라 할 것이다. 그 청와대 기록물이란 바로 노무현이 생산한 자료이고,
노무현만이 열람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검찰이나 청와대, 개나라당)에게도
그 열람 권한이 있다면 당연히 형용모순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실상 형용모순의 형태는 이 정권뿐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 생활에서도 두드러진다.
자신은 남의 물건을 탐하면서도 자식에게는 '도둑질을 절대 하지 마라'든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남을 해하는 따위의 일들이 다반사이며,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지키기는 커녕 '폭력국회'의 오명을
쓰고 있고, 자신들이 야당일 때에는 법사위 등 상임위의 법안심리 자체를 봉쇄했던 개나라당은
자신들이 여당이 되자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시하고, 오히려 이젠 '법대로'만을 외치고 있는 것들도
형용모순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형용모순의 난장판에 빠지게 된 이유는 역시 민주주의의 역사와 전통이
일천한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더우기 격동의 근대와 현대를 거치면서 자신의 의지와
신념대로 행동했을 때 받게되는 불이익과 신변의 위협들로 인해 의지와 신념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든 주변의 환경이 표리부동한 부조리를 부추켰고, 이로 인해 잘못된 형용모순이 오히려
당연한 상식으로 자리잡게 된 것에서도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 당연한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실제적으로는
형용모순이 아닌지 심각하게 되돌아 볼 때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형용모순이 적은 사회야말로
진정으로 건강하고 선진화된 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이런 정부를 만들어낸 자신을 반성하지않으면 역사가 존재하는한 반복될뿐
뼛속 깊이 공감합니다.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와 전통이 너무 일천하여 아직도 "공화국"이라는 말 뜻조차 모르고, "좌파"라는 말을 몹쓸 욕으로 알아들으며, 자신의 피를 빨아먹는 자들에게 권력을 줘 놓고도 "나는 성실하게 살아왔는데 왜 이렇게 힘드냐"고 말하죠. 이것이야말로 이 시대 최대의 역설입니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말씀하신대로 상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 사회에 대한 상식 말이죠.
동감입니다.
이론도 없고, 실천도 없는 그렇다고 남의 머리를 빌릴 두뇌도 없는 그야말로 쥐들의 합창이지요.
법을 어기고 권력과 부를 가진 자들이 법질서 강조하는 것을 보면 웃음이 먼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