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따라 흘러가니
풍림 현태섭
가는 세월 잡을 수 없고
오는 바람 막을 수 없어 여기에 섰나보다
꿈도 사라지고 욕망도 사라져
삶이라 할까 고역이라 할까
흘러가면 갈수록 작아지고 약해져
할 수 있는 게 사라져가니 고달프고 처량하다
가슴에 핀 사랑도 사라졌고
그리움도 사라졌으니 인간미마저 사라져간다
보이는 것은 현실뿐이고 내일은 찾을 수 없으니
삶이 아니라 연명이다
기나긴 아픔은 멍들게 하고 고독케 하여
나를 잊어버리게 하고 방황케 하였으니
초라한 모습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돌아보면 아득한데 남은 것은 찾을 수 없으니
허공에 뿌려놓은 씨앗이 필 리가 있겠느냐
이룰 수 없는 꿈은 잊어버렸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삶은 현실을 직시하고 적응하여야만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