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며
김용례
초록 햇살이 얼마나 생생한지 시들었던 촉감들이 물먹은 장미처럼 살아나는 오월 아
침이다 싱싱하게 빨간, 담장에 앉은 장미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겨본다 사색은 사람의
삶을 융숭하게 한다. 창조주는 언제나 열정적인 사람의 편이다 애쓰며 오르는 사람의
손을 잡아준다 멀리 바라보면 아득하기만 한 도저히 오를 수 없는 큰 산으로 보이지만
한발 한발 더디게 오르다보면 목줄기를 타고 흥건히 땀이 떨어진다. 땀 한 번 훔치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또 다리에 힘을 주어 오르다보면 내가 정해 놓은 정상에 오르리라.
헐떡이며 오르지 않는 산이 어디 있을까 희망이 없어 보이는 벽처럼 아득함으로 느껴
져 주저앉아 그만 가고 싶을 때가 어디 한두 번의 유혹이었으랴!
한때는 아침 해가 뜨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는 기도를 하면서 잠들었던 밤들이 있었
다.
국제구제금융. 들어 보지 못했던 단어가 난데없이 튀어 나와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던
지난날, 벼랑 끝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두 발에 온 힘을 주어 버티었다 김치 한 번 살
림살이 한 번 시원스럽게 해내지 못하던 울안의 여자가 수입품 가게도 해보고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식당도 하면서 내 앞에 놓여있는 바위산을 죽을 힘을 다해 넘고 있다 아직
다 넘어 가진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바람이 불면 바람도 받아들이고 땀이 흐르면 쉬어
도 가면서 넘고 있는 중이다.
그 절벽 같던 산을 오르며 아들아이에게 "아들아! 너는 욕심 내지 말고 재미있게 살
아라." 했더니 아들 하는 말이 "엄마, 재미있게 사는 일이 수억 버는 일 보다 어려운 거
래요." 한다. 이 아이는 언제 이렇게 철이 들었나 푸른 오월 같은 스물한 살에 마흔이
훨씬 넘은 가을 같은 엄마 보다 먼저 철이 들어 삶의 진리를 가슴으로 느끼고 있었다.
산을 오르며 젖어 드는 마음을 보이지 않으려 했는데 발바닥에 굳은살을 도려내면서
걸었다. 엄마의 비릿한 땀 냄새를 아이는 알고 있었다.
아들이 가는 길 험한 산을 만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보지만 살다가 질곡의 산을 만나
면 지혜롭게 우직하게 오를 것을 믿는다.
오월의 눈부시게 빛나는 청년 같은 우암산 자락에 촉촉한 비가 내린다.
높이 자란 나무는 녹색파도를 일으키며 향기를 내뿜는다.
상큼한 기분으로 다시 한발 한발 오르리라 더 높은 산을 향하여……
첫댓글 사색은 사람의
삶을 융숭하게 한다. 창조주는 언제나 열정적인 사람의 편이다 애쓰며 오르는 사람의
손을 잡아준다 멀리 바라보면 아득하기만 한 도저히 오를 수 없는 큰 산으로 보이지만
한발 한발 더디게 오르다보면 목줄기를 타고 흥건히 땀이 떨어진다. 땀 한 번 훔치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또 다리에 힘을 주어 오르다보면 내가 정해 놓은 정상에 오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