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피요르드협곡을 찾아서~
오늘 일정은 산악 열차를 타고 가서 노르웨이 전설 속 요정이 나온다는
효스 폭포를 보고 쏭네 피요르드 유람선을 타고 콘네스 - 만헬라 구간의
절경도 보고 브릭스달에 가서 트롤카를 타고 푸른 빙하도 보고
100년 전통을 지닌 그로틀리 산장 호텔에 가서 하룻밤을 묵는 것이다.
우리는 아침을 먹고 버스에다 짐을 실어 놓고는 호텔에서 빤히 건너다보이는
기차역으로 가서 미르달로 가는 산악 열차를 탔다. 버스는 우리가 내릴
역에 따로 가서 기다리고 있기로 했다. 지금 한국은 한여름 복더위가 한창인데
나는 한겨울 복장으로 중무장을 하고 나섰다. 내 평생 이런 피서는 처음이다.
피요르드 협곡
피요르드 유람선을 타고...
우리가 가고 있는 이 산에는 트롤 요정이 살고 있답니다.트롤은
노르웨이의 전설에 나오는 한국 도깨비 같은 존재인데요, 외모는
아주 이상하고 무섭게 생겼지만 마음씨는 착하고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는답니다. 트롤들은 햇빛을 싫어하기 때문에 해가
쨍쨍한 날엔 동굴 속에 숨어서 살다가 비가 오고 음산한 날이면
바깥에 나와서 장난도 치고 논답니다.가이드가 계속 트롤 이야기를
했지만 귀담아 듣지 않았다.도깨비 이야기를 졸업을 한지가 언젠데.ㅋㅋ.
한참을 달려가 거대한 폭포가 나타났다.어제 버스를 타고 본 여러
폭포 처럼 물이 많고 웅장했다.잠시 내려 구경을 하라고 기차도 멈추어
주었다.플랫폼에는 폭포에 너무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게 안전망을 해
놓았는데 폭포 근처에도 채 가기도 전에 안개비 같은 물방울이 바람결을
타고 와 온 몸을 확 덮쳤다.비를 맞는 것과는 또 다른 청량한 느낌이었다.
거대한 폭포를 뒤로 하고 기차는 산을 넘었다.기차를 타고 가면서 잠시도
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높은 산과 깊은 계곡과 웅장한 폭포와 색이 고운
야생화와 예쁜 집이 모여있는 마을.어느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풍경이
끝없이 이어졌다.기차가 달리는 소리를 효과음 삼아서 그런지 바깥 경치가
더없이 평화로워 보였다.낯선 기차역에 내렸는데 버스가 먼저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어제 하루 같이 다니면서 정이 들었는지 버스를 보니 반갑다.
우리는 이제 쏭네 피요르드 한 복판을 페리호를 타고 건너서 빙하가 있는
브릭스달로 갈 것이다.현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하니 주인 아저씨가 가게 앞에다 태극기를 내 걸었다.
피요르드 칠 자매 폭포
태극기를 보니 가슴 찡하게 반갑다. 브릭스달에서 빙하가있는 계곡
까지 작은 전동차를 타고 올라갔다.마침 비가 와서 파란색 두꺼운 비닐
을 이불처럼 덮고는 뚜껑도 없는 작은 차에 6명씩 타고 갔다.빙하는
전동차에서 내려서도 한참을 걸어 올라가는 곳에 있었다.브릭스달의
거대한 바위 골짜기 사이에 빙하가 마치 얼어붙은 폭포처럼 걸려 있다.
흡사 초봄에 잔설이 채 녹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하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그리 멋있지는 않아서 조금 실망스러웠다.이게 다 해마다 지구가
더워지는 증거란다.불과 몇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빙하 위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골짜기 중앙에 가느다랗게 붙어 있는
왜소한 얼음덩이로 전락하고 말았다..가이드 말이 올 때마다 얼음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서 걱정이라고 했다.이런 속도로 녹아 버리다가는 조만간
이 곳에서 빙하 구경을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푸른 빙하
기대했던 푸른 빙하는 많이 녹아서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오르내리는 길의 경관은 마치 하늘나라에 온 것처럼 환상적이었다.
발 밑에 구름을 한자락 깔고 너럭 바위에 올라 신선이 된양 포즈를 잡고
길 양 옆에 도열하고 있는 색이 고운 야생화를 넋 놓고 바라보기도 했다.
오늘 우리는 그로틀리에 있는 100년 전통의 산장 호텔에서 묵을 것이다.
이 호텔은 해발 1100m의 고지에 있는 유서 깊은 Historical Hotel로서
노르웨이 국왕의 아버지도 묵고 간 곳이란다.여행길에 묵었던 어떤 호텔보다
좋은 곳이라는 가이드 말에 기대와 설렘을 갖고 출발했다.그로틀리 호텔은
내가 상상하던 고급 호텔이 아니었다.국왕도 머물고 간다기에 으리으리하고
뻑적지근한 빌딩을 기대했는데 막상 가서 보니 고원의 허허 벌판에 달랑 2층만
올린 거무튀튀한 목조 건물이었다.
그런데 안에 들어가 보니 그게 아니었다.거기는 호텔이라기 보다 아주 잘
가꾸어 놓은 산장이었다.내 평생 원목을 가지고 그렇게 인테리어를 잘 해놓은
집은 처음 보았다.넓은 식당의 음식도 정결한게 맛이 있고 종업원의 시중도 정중했다.
보통 호텔의 로비와는 차원이 다르게 꾸며 놓아 마치 부잣집 별장에 온 것같은 공간은
자연 친화적이고 사람이 돋보이는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내 맘에 든 것은 모든 공간이 다 나무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는 것
나무에서 나는 은은한 향기가 우리의 원기를 회복시켜 주었다.정말 이번 여행 중
최고의 숙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산장의 밤은 유난히 짧았다.백야라서 말갛게
씻긴 해가 서편으로 완전히 꼴까닥 넘어가지 못하고 앞 산 머리에 걸린 채 밤새
우리 방 창문 앞을 기웃거리고 있어서 그 밤이 더 짧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호텔에서 출발한 버스는 큰 산을 돌아, 오르고 내리며 달려갔다. 한참을 달려가다
보니 게이랑하르 산 1030m 지점에 생각지도 못하게 커다란 호수가 숨어 있었다.
이 또한 피요르드의 일부가 산에 갇혀 있는 것 일텐데 그 물빛이 예사롭지가 않다.
어제 브릭스달에서 본 빙하 녹은 물은 파스텔톤이 나는 연한 옥색인데 비해
산꼭대기에 숨어 있던 호수의 물은 진한 군청색이었다.도대체 얼마나 깊은
물이기에 그런 색이 나는 것 인지...물빛이 너무 진하니까 경외감마저 들었다.
아주 속이 깊은 사람 앞에서 이유없이 위축되는 것과 비슷한 심정이라고나 할까?
호수를 빙 둘러 싸고 있는 바위산에는 여전히 눈이 희끗희끗하다.
나는 그 새 벌써 계절을 잊어버렸는지 그 풍경을 낯설지 않게 바라보았다.
지금 한국은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란 사실을 까맣게 잊고
게이랑에르 전망대 아래 호수와 설산
천야만야한 산길을 오르는 버스의 창문 밑에 웅장한 산이 누워있고
산 아래에서 구름이 꼭 연기 처럼.피어오르고 있다. 드디어 해발 1500m
고지에 있는 게이랑하르 피요르드의 정상, 달스니바에 도착했다.
우리가 또 구름 속으로 들어간 것 인지 사방엔 안개가 자욱했다.
산 정상에는 커다란 주차장이 있어서 버스를 마음 놓고 돌릴 수도 있었다.
어차피 사진만 찍고 가야 하는 코스였는데 눈 때문에 더 서둘러 떠났다.
달스니바에서 내려오자마자 우리는서둘러 유람선을 타러 갔다.
게이랑하르 피요르드를 유람하기 위함이었다.특히 이 구간에 있는 칠자매 폭포는
경관이 빼어나게 아름답기로 유명하단다.유람선 선착장 옆에는 예쁜 마을이 있고
구색을 잘 갖춰 놓은 커다란 기념품 가게도 있었다.우리는 보너스로 받은
자유 시간을 이용하여 기념품 가게에 들어갔다. 마침 가게는 세일 중이었다.
나는 그 집에서 50% 세일 하는 스웨터 하나랑 30% 깎아주는 스웨터 하나를
우연히 건졌다.얇지만 따뜻하고 포근한 스웨터는 척 보아도 노르웨이 느낌이
물씬 풍겼다.모처럼 먼 여행을 떠나온 내게 주는 선물로 이만한 것이 없었다.
배에 타고 나서 새로 산 옷을 입고 모두 앞에 선을 보이니까
일행들이 예쁜 것을 싸게 잘 샀다며 한 턱 내라고 야단이 났다.
우리는 1시간 가량 배를 타고 게이랑하르 피요르드를 구경했다.칠자매
폭포는 폭포 줄기 7개가 나란히 마치 일곱 자매 같다고 붙인 이름이란다.
폭포 줄기는 강우량에 따라 8개가 되기도 하고 6개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버스에서 내려 폭포가 떨어지려고 콸콸 소리를 내며 흐르는 물 위에
놓인 구름다리를 건너 구름에 가려져 있는 산꼭대기로 걸어갔다.여기 구름은
마치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일부러 연막을 쳐 놓은 것 같다.
여기에는 순록이 많이 사는지 기념품 가게에 순록의 뿔과 가죽이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이 곳도 겨울이면 눈 때문에 통제가 되어 차로 올라올 수가 없단다
우리는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재촉해 다시 버스에 올랐다. 트롤 요정과 함께
피요르드를 찾아 나섰던 대자연을 향한 여정은 서서히 그 끝을 보이고
우리는 다시 사람이 만들고 가꾸어 놓은 도시를 향해 길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