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존엄’ 엿 먹이기
임 춘 훈 언론인,
전 <한국방송공사> 미주지사 사장
북
한의 세습독재자 김정은의 얼굴을 넣어 디자인한 티셔츠-. 일명 ‘최고 존엄 티셔츠’가 구글의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 대박입니다.
티셔츠, 후드, 스�셔츠, 탱크셔츠, 점프수츠등 유명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이 만들었다는 수백 가지의 셔츠들이 Beloved,
Zazzle, Red Bubble등 여러 상표로 런칭되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Evel Empire(악의 제국), Axes of
Evel(악의 축), Nukes(핵무기)등의 글귀와 함께 김의 얼굴을 다양하게 디자인해 그를 불안정하고 불가해한 괴물 독재자로
희화화 하고 있습니다. 테러리스트나 IS 자원입대를 꿈꾸는 젊은이들을 겨냥해 ‘경애하는 지도자’ 같은 글귀를 아랍어로 프린트한
제품도 있습니다.
‘김
정은 티셔츠를 입으면 총에 맞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지요. LA 소재 의류업체 ‘Beloved'가 김정은 셔츠를 처음
온라인에 런칭할 무렵 ‘믿거나 말거나’ 떠 돈 유머입니다. 북한의 테러리스트 총잡이들이 감히 김의 얼굴에 총 질은 못 할 테니,
최고 존엄 티셔츠야말로 가장 안전한 최고의 방탄복이 아니겠느냐는 조크입니다. 하루에도 수 십 명이 총격사건으로 죽는 미국에서
김정은 셔츠를 입고 총에 맞았다는 사람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한 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중 허니문, 미국은 불편한가
미
국에서 김정은은 ‘별 볼 일 없는’ 세계 최빈국 지도자 가운데 언론 노출도가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메이저 신문이나 TV뉴스의
등장 빈도나 주목도는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보다 어느 면에서 더 높지요. 지난 달 발생한 북한의 지뢰 및 포격 도발로 한반도에
전쟁 상황이 연출되고 김정은이 스폿 라이트를 받으면서 최고 존엄 티셔츠 장사들은 재미깨나 봤습니다.
미
국정부는 허지만 한반도의 이 긴박한 상황을 무덤덤하게 바라봤습니다. 지뢰도발은 일주일이 지나서야 국무부 대변인도 아닌 부대변인
명의의 공식성명이라는 게 나왔고, 이어진 북한의 대남 포격 도발에 대해서는 아예 논평이나 성명조차 없이 넘어갔습니다. ‘전략적
인내’로 수사되는 오바마 정부의 철저한 무시-외면 정책으로, 워싱턴에서 김정은의 존재감은 왜소해졌습니다. 김정은에 대한 일종의
‘전략적 엿 먹이기’입니다. 워싱턴은 북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이슈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의 외교적
허니문에 홀딱 빠져있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열병식 참석에 대해서는 “주권국가인 한국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배알이 뒤틀린 기색이 역력합니다.
엊
그제 미국의 6자회담 특사인 시드니 사일러가 사임했습니다. 후임 임명은 없을 것이라지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 직전
사일러가 갑자기 사임한 것을 두고 한-중 밀착에 심기가 불편해진 미국이 모종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김정은 티셔츠가 대박인 까닭
Red
Bubble사 제품의 최고 존엄 티(런닝)셔츠 중엔 North Korea Is Best Korea ⁄ General Kim
Braver Than Ever 같은 김정은 찬양 글귀를 디자인한 제품도 출시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최고다 ⁄ 김(정은) 장군은
용감하다 라는 뜻의 영문이 프린트된 셔츠를 입고 젊은이들은 재미있다는 듯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낄낄댑니다.
미
국인들, 특히 젊은 세대는 김정은이 누군지, 북한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거의 까막눈입니다. 수백만의 주민을 굶겨 죽이면서
수십억 달러를 들여 핵무기를 만들고 있는 나라,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나라, 31세의 애송이 3대세습
지도자가 ‘감히’ 미국에 맞서 핵으로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하룻강아지 뻘 짓’을 하는 나라…. 북한에 대해 이 정도의
상식을 갖고 있는 미국인이래야 3억 인구 중 고작 5% 미만입니다. North Korea Is Best는 일종의 반어적 메타포로,
스컬룩이라 불리는 해골그림 티셔츠 류(類)와 비슷한 컨셉입니다.
김정은 천적은 소녀시대-빅뱅
“우리는 한 발을 쐈는데 36발씩이나 쏘깁네까?
김
관진 국가안보실장에게 남북고위급회담 북측대표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죽는 시늉을 하며 이런 말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지지난주
회담에서 배석없이 둘만 독대한 자리에서 나온 얘기지요. “최고 존엄 한 번만 봐 주시라요. 이대로 맨 손으로 평양에 가면 내레
장성택 현영철 꼴 납네다….” 추측컨대 황병서가 시쳇말로 이렇게 ‘엉겨 붙었을’ 거라고, 과거 남북 당국자 간 회담에 나섰던 협상
베테랑들은 입을 모읍니다.
서울과
워싱턴을 핵으로 초토화시키겠다고 큰소리치던 언필칭 북의 최고 존엄 김정은은 ‘쪽 팔리게도’ 휴전선에 울려 퍼진 소녀시대와
빅뱅의 K-팝 노래 몇 곡에 경기(驚氣)를 일으키며 부르르 떨었습니다. 김정은의 핵 공갈에 오금을 절던 한국과 미국은 물론 온
세계가 김이 너무나 쉽게 무릎을 꿇는 이 뜻밖의 반전 드라마에 화들짝 놀랐지요. 핵무기는 물론 북한이 남한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세한 것으로 평가되던 장사정포와 방사포, 잠수함 등 재래전력 역시 K-9 자주포와 F-15K 전투기 등 한국의 최첨단 정밀무기엔
결코 필적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최고 존엄이 소녀시대의 ‘나를 바라 봐’ 한 곡에 식은땀 흘리며 혼절한 것은
거짓과 공포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세습독재 체제가 지닐 수 밖에 없는 한계적 불안이고, 대북방송 확성기에 총 한 방 쏘지
못하고 꼬리를 내린 건 군사력 열세에 대한 원초적 공포에 다름 아닙니다.
대
북 심리전의 일환인 확성기방송은 김대중 노무현 좌파정권 때는 아예 없었고, 이명박 정권 때는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이명박은 천안한 폭침 때도 북의 보복공격이 두려워 확성기를 쓰지 못했지요. 이번 지뢰 및 총격 도발은 사실 천안함이나 연평도에
비해서는 ‘저준위’의 도발입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명령하고 군은 대통령의 ‘선-조치 후-보고’
지시에 따라 신속히 북의 한 발에 36발의 보복 포격을 퍼부었습니다. 박근혜는 ‘소녀시대 포(砲)’의 이 가공할 위력을
예상했을까요? 목함지뢰 사건으로 야기된 우발적 충돌이 국지전이나 전면전으로 비화할지 모를 리스크를 각오했을까요? 북이 다시
도발해 오면 이번처럼 다시 빅뱅과 소녀시대를 동원하고 북의 포격에 36배의 응징포격을 하게 될까요?
베이징의 최고 존엄은 박근혜
오
늘 중국의 전승절 기념식과 열병식이 열렸습니다. 세계 각국 정상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러시아의 푸틴 보다
앞선 제1호 VVIP 대접을 받았습니다. 어제는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세계 정상들 중 유일하게 그와 단독 오찬도
가졌습니다. 오찬장에서는 박근혜의 애창곡이라는 거북이의 ‘빙고’가 연주됐다지요.
일
본의 극우신문인 산께이는 박 대통령을 명성황후에 비유하며 양다리 외교를 펼치는 사대주의자로 헐뜯는 등 연일 한미동맹을 이간질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왜(倭) 수상 아베는 천안문 퍼레이드를 시진핑 바로 옆에서 사열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보며 급성
복통에 급성 심부전으로 TV를 껐을지 모릅니다. 이런 왜 나라를 왜 한반도문제 6자회담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왜 나라에 왜
7000천 만 민족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지, 고민해 볼 시점입니다.
곧
시진핑이 미국으로 날아가고 이어 박 대통령도 워싱턴에서 오바마와 정상회담을 갖게 됩니다. 한국이 중국과 급격히 밀착되고 있지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믿을 수 있는 동맹은 역시 미국입니다. 이번 기회에 한국이 보다 주도적으로 북핵 및 한반도-통일 이슈에
적극 나서면서 미국과 중국의 입장 차이를 중재하고 균형추 역할을 자임해 보면 어떨까요?. 단숨에 국민지지도가 60% 대로
치솟고 국정수행에 탄력과 자신감을 얻은 박 대통령으로서는 대북문제와 주변 4강 외교에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띄워볼만 합니다.
요 며칠 박근혜 이름 석자는 베이징의 ‘최고 존엄’이었습니다. 그의 애창곡처럼 빙고(Bingo)를 외쳐볼만 합니다.
<2015년 9월 3일>
첫댓글 이번 북한 목침지뢰와 포격도발 사건은 오히려 김정은의 패배로 끝났고
중국 항일전승70주년 기념식 열병 참석은 중국과의 유대를 공고히 하고
6자 회담의 틀을 한국이 주도 할 토대를 만든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에 일본도 정신차려 돌아가는 동남아정세와 세계정세의 흐름에
동참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