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에서는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이 올해 볼로냐에 가게 되었다. 씨앤씨 여행사에서 개발하는 볼로냐 도서전 패키지는 상품도 무척 다양하고 마감도 일찍 끝나 버리는 편이다. 그러나 올해는 전쟁에다 사스에다.. 예년같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가장 인기 있고 일반적인 패키지는 런던 서점가에 들렀다 오거나 파리 서점가에 들렀다 오는 것인데 우리 회사는 로마에 꼭 가 보고 싶어하는 분이 계셔 로마에 들렀다 돌아오는 패키지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래서 도서전 나흘, 로마 하루의 닷새 동안 머무는 패키지로 떠나게 되었다.
가는 길도 쉽지 않았다. 루프트한자로 프랑크푸르트에 가서 거기서 피렌체 공항까지 가서 또 다시 볼로냐에 버스 타고 들어가야 했다. 볼로냐에도 공항이 있건만...
전시회 첫날. 전시장 매표소는 티켓 사려고 줄선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된다. 그곳에서는 서울에서는 자주 보지 못하던 많은 분들과 반가운 재회를 하게 된다. 기편모에서는 짜루님과 작은나무님을 보았는데 다른 분들은 또 누가 계셨을지? 우리 일행 중에도 누군가 어만사 사람은 아닐까? 생각도 해 보면서...
예년과 바뀐 것은 예전에는 전체 티켓을 하나 끊으면 들락날락 하는 것이 자유로웠는데 이번에는 하루 한 번 입장하면 나갈 수 없다는 것이 달랐다. 나흘 동안 열리는데 전체 티켓은 네 번 들어갈 수 있는 티켓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예전처럼 잠깐 나가서 밥 먹고 들어가거나 할 수가 없고 그 안에서 해결해야 했다.
전시장은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그 안에 또 여러 관이 있는데 어떤 관은 이태리 출판사들의 관, 어떤 관은 영미출판사의 관, 또 어떤 관은 프랑스 등 유럽 출판사의 관 이런 식으로 나뉘어지고, 길벗어린이, 교원, 재미마주, 초방 등 한국출판사들의 부스들도 여러 개 있다. 전시회가 열리는 나흘 내내 죽어라 보면 모든 걸 다 볼 수 있겠지만 그건 쉽지 않고 서너 개 관을 비교적 꼼꼼히 본다면 많이 보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볼로냐 도서전도 꽤나 대규모라고 생각했는데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다녀와 본 사람들 얘기로는 그곳에서는 전시장 안에서도 버스로 이동해야 할 정도로 넓다고 한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성인물까지 망라하는 초대형 도서전인 것이다.
돌아다니다 보면 책 보는 재미와 함께 부스 보는 재미, 그리고 각지에서 몰려온 사람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각지라고는 해도 백인과 동양인의 잔치라 할 수 있다. 동양인 중 가장 많이 띄는 건 한국사람인데 신문 보도도 많이 되었지만 한국 출판사들끼리의 계약경쟁이 아주 치열하다. 우리 출판사만 해도 자체 기획물이 많은 회사여서 미팅 일정을 많이 잡지 않고 책 구경에 더 큰 의의를 두고 오는 반면 미팅만 40개에 달하는 출판사도 있는 등 계약 열기는 정말 대단해서 첫날 오후에 미팅을 하면 오전에 이미 계약을 뺏기는 사태가 오는 것이다. 나는 첨엔 전시장에 흑인이 없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둘째날 오후에 화장실에서 청소하는 분이 흑인인 것을 보며 앗 그러고 보니... 하며 깨닫게 된 것이었다. 이런 곳 아니면 아프리카 국가의 부스에서만 흑인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소매치기 많다고 소문난 이태리답게 첫날부터 가방과 지갑을 잃어버린 사람들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며 모두를 긴장시켰다.
나는 이태리 관에서 일정을 시작했는데 밤비니, 디아고스티니, 몬다도리 등 이태리에도 유명한 출판사들이 많이 있고 예쁘고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온다. 라루스, 갈리마르, 나싼, 호체트 등의 책들을 보느라 시간이 모자랐다. 몰래몰래 사진도 많이 찍었고. 어떤 출판사들은 미리 미팅을 잡고 오지 않은 경우 부스의 책들도 구경시켜 주지 않았고, 또 어떤 곳은 카탈로그가 모자라다면서 주지 않기도 했다. 2000년에 와 보았을 때보다 인색해진 느낌이랄까.
그림책도 여전히 많았지만 형태가 새로운 책들이 많이 늘어난 느낌이었고 만들기책도 많았고 또 부록으로 이것저것 끼워 주는 책들이 꽤 많았는데 제일 충격 먹은 건 접시, 컵, 컵받침 등을 끼워 주는 요리책이었다...
나흘째 되는 날 전시장에 없었던 것이 조금은 아쉽다. 그 때 있었으면 책도 꽤 살 수 있었을 텐데... 또 하나 아쉬운 것은 호텔이 시내에 있으면 볼로냐의 밤을 즐겼겠지만 전시장 일정이 끝나면 가이드가 데려가는 식당에서 저녁 먹고 호텔에 들어가는 것으로 하루가 끝났다. 매년 가면 좀더 세계 아동도서의 경향이 한눈에 보일 텐데, 하는 부질 없는 바람을 가져 보면서...
첫댓글 언제 이런걸 쓰셨나용 저는 아직도 몽롱한 상태...
기편모 자료실에 사진도 몇 개 올렸어용~~
밤톨아기님,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자료실에 올린 사진들도 잘 보았고요. 여러 분이 올리는 글을 종합적으로 읽고 분석해 보면 더 좋겠네요. 다른 분들도 곧 올려 주시겠죠?
재밌게 잘 읽었어욤~
오~....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