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로 남은 점프대 식어버린 올림픽 열기
돈 먹는 하마 된 스포츠 축제 거부한 시민들
1988년 겨울 올림픽의 영광을 누렸던 캘거리가 2026년 대회 유치전에서 스스로 발을 뺐다. 한때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됐던 윈스포츠(WinSport) 스키점프 타워와 봅슬레이 트랙은 이제 녹슬고 방치된 상태다. 주민들이 찬성표를 던졌다면 지금쯤 개막 준비로 도시 전체가 들썩였겠지만 현실은 싸늘하다. 2018년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캘거리 시민 56%가 유치 자체를 거부하면서 캘거리의 재도전은 멈춰 섰다.
이러한 선택은 캘거리만의 일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올림픽 유치가 가져올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비용을 경계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실제로 2024년 여름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도 로마, 부다페스트, 함부르크가 중도에 포기했다. 경쟁 도시들이 잇따라 빠지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파리와 로스앤젤레스 두 곳에 2024년과 2028년 대회를 한꺼번에 배정하는 고육지책을 썼다.
개최 비용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옥스퍼드 대학교 연구진이 2020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림픽 평균 개최 비용은 120억 달러에 달한다. 1960년 이후 열린 모든 대회가 처음 계획한 예산을 넘겼으며 평균 초과율은 172%에 육박했다. 2010년 밴쿠버와 휘슬러 대회도 주 정부 부담액이 처음 예상한 6억 달러에서 최종 9억2,500만 달러로 불어났다. 전체 대회 비용 역시 유치 신청 당시 13억 달러에서 19억 달러 가까이 늘어났다. 경기장 외 기반 시설까지 포함하면 총비용이 70억 달러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투자가 필수인 올림픽에서 흑자를 내기는 매우 어렵다. 민간 기업이라면 결코 하지 않을 투자를 정부가 떠안는 셈이다. 주최측이 주장하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실제 데이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캘거리의 경우도 당초 제시한 52억 달러 예산과 74억 달러 경제 효과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기후 변화도 겨울 올림픽의 앞날을 어둡게 만든다. 2050년이 되면 과거 겨울 올림픽을 치렀던 도시 중 절반만이 대회를 다시 열 수 있는 기온을 유지할 전망이다. 2022년 베이징 대회는 인공 눈을 만드느라 6,000만 달러를 들여 1억8,000만 리터가 넘는 물을 쏟아부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이제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임시 경기장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2028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나 2030년 프랑스 알프스 대회 모두 기존 시설을 중심으로 계획을 짜고 있다.
올림픽 유치 포기는 아마추어 스포츠 기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캘거리 봅슬레이 트랙이 2019년 문을 닫으면서 선수들은 훈련을 위해 매번 휘슬러까지 장비를 옮겨야 하는 처지다. 국가대표팀 지원금이 줄면서 선수 한 명당 2만5,000달러의 비용을 자비로 부담하는 형편이다. 훈련 시설이 부족해지면서 올해 캐나다는 2002년 이후 처음으로 봅슬레이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결국 대형 인프라를 이미 갖춘 선진국 대도시 위주로 유치 후보가 좁아지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주민 동의 없이는 유치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캘거리의 사례는 화려한 축제보다 세금이 낭비되지 않는 합리적인 미래를 선택한 시민들의 결단이 국제 스포츠계에 던진 묵직한 메시지다.
[체크포인트 · 이것만은 꼭]
올림픽을 유치하면 곧바로 도시가 성장한다는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캘거리 시민들이 5,400페이지에 이르는 유치 보고서에도 마음을 열지 않은 이유는 대회 이후 남게 될 부담을 먼저 따졌기 때문이다. 경기장을 한 번 지어놓으면 해마다 수백만 달러의 세금이 들어가지만 활용도는 점점 떨어진다. 유치를 검토하는 도시라면 화려한 청사진보다 대회가 끝난 뒤 시민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부터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이제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방식 대신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환경 훼손을 줄이는 현실적인 모델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올림픽이라는 이름값에만 기대선 시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캘거리의 멈춰 선 스키점프대는 구호보다 치밀한 재정 계획이 먼저라는 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