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일보에 실린 글입니다. 그냥 가볍게 읽어볼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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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8.목요일
딴지 스포츠부
출발 직전 춘천 공설운동장 전경. 수소문 끝에 필자 지인으로부터 한 장 겨우 얻었다.
필자 먼저의 글에서 조선춘천마라톤대회 신발갯수와 브렌드 종류에만 몰두한 나머지 여타 다른 이야기들은 소홀히 한 것 같다. 이번에는 신발갯수 헤아리기 말고 전체적인 부분을 독자여러분께 들려드리고자 한다.
우선 조선일보라면 혈압부터 올라가는 분들 종종 있을수도 있겠다. 무엇이든 조선이 들어가는 브렌드에 과민 반응을 보이시는 분이라면 약간 읽기전에 숨을 고르시는게 낫겠다. 배아픈 이야기 혹은 혈압 올라가는 이야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10월들어 아침 저녁으로 뛰시는 분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조깅마냥 가볍게 뛰는 것이 아니라 유심히 보면 온몸에 땀 흠뻑젖은 런너들... 특히 많이 보이는 계절이 10월이다.
그도 그럴것이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달리기 대회만 60여개.. 하프코스 이상의 대회도 50여개에 이르니 말이다. 그리고 그 많은 대회중에서도 유달리 흥행대박이 있었으니... 참가료 4만원에 교통비네 밥값이네 포함해서 족히 10만원도 훌쩍 넘어가는 경비에도 대회 공고 몇일만에 매진되어버린 대회가 바로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되겠다. 참고로 접수기간이 6월 1일에서 6월 18일까지였으니 개최 4개월전에 이미 줄 다 세워 버린 셈이다.
뭐 대회참가를 “가을의 전설”을 만든다거나 혹은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 참가한다는 런너들도 무척 많은데 뭐 이부분은 굳이 “조선”이라는 브렌드에 민감해진다 하더라도 그 이전에 마라톤 대회로서 누구나 참가해봄직한 대회라는 데에는 이견이 별로 없어 보인다.
가끔 초면의 달리기동호인을 만나거나 혹은 마라톤에 관한 화제가 펼쳐지면 자연스레 나오는 이야기..“혹시 춘천은 갔다 오셧어요?” 뭐 별로 새삼스러운 이야기도 아니다. 게다가 안티대회 차원의 조선일보 반대 춘천마라톤도 열리는 마당이니 이래저래 춘천시야 살 맛 났다. 이참에 춘천은 춘천대로 마라톤으로 한몫 잡아보자. 이쯤에서 구체적으로 앗싸리 돈계산좀 해보고 넘어가자.
조선일보 과연 얼마나 챙길까. 그리고 개최지 춘천이 챙기는 이익은?
일단 마라톤 대회 나갈라믄 참가비 내야된다. 뭐 동네동사무소 몇키로달리기야 무료지만 어지간한 대회 뭐 교통통제하고 기록측정하고 대회준비 할 만한 거면 다 돈 받는다. 이번 대회 참가자가 2만4천명이란다. 정확히는 24202명. 고로..
참가비 4만원이니 2만4천명이면 24000명*40000원= 968,080,000원
무려 10억 가까이된다. 참고로 참가자 매진이 네달 전이니.. 거래처 결재 몇 달 어음주고 이자놀이하면 또 얼마나 불어날까..(물론 그렇게까지야 했겠냐만은 말이다.)
이쯤에서 뜬금없이 우리동네 편의점앞 노점상 구루마 박씨가 떠오르는건 왜일까.허구헌날 한푼도 안남네, 손님퍼주고 나면 밥도 겨우먹네 하며 앓는 소리 하던 과일 노점상 박씨. 노점상 2년만에 가게 얻어 나갔다.
아무튼 단순 계산으로도 10억 참가비 수입이라 치면 이벤트 업계 정설상20-30%이상 남긴다고 쳐야 된다. 뭐 대회진행과 참가자 경품으로 제공된 의류 뭐 그런거랑 경비가 아예 안들어 갔겠냐만 보통 20-30%는 남는다고 보는게 업계 정설이다. 그 미만으로 남긴다면 인건비 빼고 뭐 남겠나. 그렇다면 남는 것이대략 2-3억원? 흠... 2-3억원은 좀 약해보인다. 좀 더 디벼보자.
대회 후원으로는 춘천시와 국민체육진흥기금이 있다. 일단 춘천시. 보통 지자체 마라톤 후원이야 현금에 인프라 협조인데 인프라 협조만도 돈으로 치면 무시 못하지만 그러면 본 필자 계산 복잡해진다. 액면 그대로 현찰만 따져봐도 괜찮겠다. 현찰 후원의 경우는 뭐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통상 몇백에서 크게는 몇천만원선 되겠다. 지자체 마다 다르긴 한데 상식적으로도 춘천시가 몇 백 내놨다고는 보여지지 않는다.
그리고 국민 체육진흥기금. 지난달 국회문화관광위원회에서 논란이 일었던 조선 중앙 동아 한국일보가 주최하는 마라톤대회에 12년간 모두 36억의 국민 체육진흥 기금이 지원된 사실가지고 시끄러운적 있었다. 뭐 올해도 지원여부 알 바없으나 뉴스에 보면 내년부터 지원 안한다 했으니 올해까지는 했나본데... 매년 3억중 조선이 얼마간 받았다 치자 대강 3억 공평하게 4로 나눠도 7500만원.
그리고 조선이 대회 한다는데 협찬이야 알아서 받는것. 명실상부한 완주자 기준 세계 10위권에 들었다는데 뭐 하드웨어나 시스템으로야 가히 세계적이잖냐..
춘천 마라톤 기념품 되겠다. 에어로쿨(효성) 재질. 제작:아식스
본필자 나름대로 확인해보니 대회 기념품만해도 4만원이 족히 넘는단다. 대회 공식 스폰서 효성과 아식스 뭐 둘이서 반반씩 협의 봤겠지만서도 꽤 투자한 모양이다. 여타 대회 같음 위와 같은 기념품 어림없다. 티셔츠 한 장에 만족하는 수밖에 없다. 아무튼 이 역시 협찬이니깐 조선에서 따로 돈 나갈 확률은 제로. 그밖에 주로에서 제공하는 음료 및 다과의 경우도 뭐 협찬사에서 돈받고 팔았을리 만무하다.
게다가 인건비 말인데... 인근 학교 학생들이며 춘천시민들이며 자원봉사 할만 하겠더라. 덤으로 식사 제공에 아식스 잠바 나눠주고 학생들이야 자원봉사 시간 따먹기인데 누가 마다 하겠나.
정말이지 주먹구구식으로만 해도 남는장사. 이래서 스포츠 마케팅이 무섭다는거다.
꽃분홍 잠바 입은 사람들이 자원봉사자 되겠다.
"춘천에서 대회를 개최하면서도 그 이익금을 한 푼도 지역에 환원하지 않고 자사의 배불리기에만 사용하는 조선일보의 춘천 마라톤은 더 이상 개최될 의미가 없다."
조선일보 반대 춘천 마라톤 대회 홈피에서 살짝 발췌한 글 되겠다. 뭐 사실 추측만 무성할 뿐 조선일보에서 얼마나 이익이었는지는 며느리도 모른다는 사실이다.또한 이익금을 한푼도 지역에 환원 안하고 배를 불린다니 그저 꽤 남겨도 남긴 모양이려니... 하면 되겠다.
그렇다면 춘천시의 이익은 얼마나 될까.
일단 참가자만 2만 4천되겠다. 물론 사정상 참가 못 하거나 기념품만 받아 챙기고 "춘천 마라톤 뛰었네" 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으니 실재 참가자는 대략 2만2천명만 잡자. 아니 딱 2만명만 잡아보자. 그래야 계산하기 편하니까.
참가자 통계를 보면 하루 이동 가능한 서울 경기 강원 참가자가 17000여 명이지만 충청포함 제주까지 인원도 족히 7천여명이다. 물론 충청권이나 경북에서도 차몰고 아침에 이동한다면야 11시에 출발시간 맞추기야 하겠다만 이는 가문의 영광이자 가을의 전설이다. 하루전에 코스 확인하는 성의 정도는 보일라면 춘천에서 숙박은 불가피한 것이다.
2004 조선일보 춘천 마라톤 참가자 지역별 분류표 (참조 : 대회 프로그램 북 33p)
게다가 마라톤 말인데 혼자 참가하는 거 절대 아니다. 40대 이후 참가자만 1만5천명이면 그에 딸린 식솔들은 집에서 놀까? 거기에 더해 70대 어르신도 16분이나 참가하셨다. 이집안은 3대가 같이 뛰게 생겼다.
60대만해도 238명이 뛰시는데야 정말 육십넘어 마라톤 반환점 통과하기란 낙타가 바늘 구멍에 삽입하는 것보다 빡쎈 일이다. 가문의 영광인 결승점 지점까지 완주한다면 동네 사진관 사진사 대기 시켜 놓고 다큐멘타리를 찍어도 모자를 판이다.
당장에 40대 아저씨가 참가한다 치자. 마라톤 풀코스 뛰는 양반이면 가정 화목하게 되어 있다. 정력이야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고 인내하며 뛰는데야 대략 생활력도 짐작할 수 있는 거이고 분명한 건 이런 양반들 인생 막살지는 않는법이다. 한집안의 가장이 가을의 전설이 되보겠다는데야 안봐도 비데오다.
이렇듯 가장의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체면 함 살릴 기회에다가 가족들에게는 모처럼만의 단풍구경이 될 것이니.. 실제로 춘천 인근 여인숙까지 동났댄다.
대강 이번 계산껀도 주먹구구로 해보자.(사실 가진 게 주먹밖에 없다 ㅡㅡ;) 경춘선 당일날 수입증가건은 팁쯤으로 해두고. 과연 1인당 평균 얼마를 쓸 것인가. 조선일보 마라톤 홈피 살짝 잠입해서 투표 결과 봤다. 그 결과 총응답자수 2476명중 52%이상이 그니까 1300명정도가 5만원 이상 쓸 예정이란다. 이미 일주일전 이야기. 그중 502명 그니까 20%이상은 10만원이상 쓴단다. 10만원이 10명이면 100만원, 100명이면 천만원..
총응답자수가 2400명이면 참가인원 10%니까 100%놓고 대강 계산해도 참가자의 20%정도가 쓰는 돈만도 5억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춘천이 뭐 라스베가스도 아닌 마당에... 하룻밤 수입은 각자 상상에 맏겨도 좋겠다. 혹자는 대략 50억원 정도라고 추산을 하는데 50억원이라..
본 필자의 경우 안양 일번가 맞은편 아울렛 지하 매장 쇼핑의 경우를 들어 계산해보고자 한다. 본 필자 맨날 허구헌날 호주머니에 계산기 들고 다님서 10원짜리 하나 안쓸라고 발버둥 치지만 안가면 모를까 가서 바구니 들면 보통 3만5천원선 나온다. 두 달간 영수증 모아서 본인 소비패턴 분석해봤는데 구입 종류가 옷가지건 식료품이건 간에 절묘하게 무의식중 쓰는돈은 3만5천원 안팎. 살짝 긴장풀면 5만원돈 훌쩍 넘는다.
춘천에 막말로 마라톤 하러 갈정도의 사람들, 그것도 풀코스만 받는다는데야... 풀코스 그냥 뛰는 동네 한바퀴 아니다. 보통 시립운동장 육상트랙이 400미터니까 100바퀴 하고도 다섯바퀴를 더 돌아야 하는거리다. 그리고 그 정도의 거리를 소화할라면 적어도 반년 이상은 준비해야 하는데 일정 수입 이하의 사람들 지친몸 하나 쉬기도 바쁜 와중에 마라톤은 어쩌면 사치일 지도 모른다. 하기사 민주노동당 조승수의원 잘 뛰는 것보면 뭐 꼭 없으면 못 뛰는 것도 아니겠지만서도
하여간 풀코스 주자들의 소비 패턴. 게다가 돈내고 춘천까지 가며 참가하는 참가자의 소비성향은 상당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하겠다. 뭐 굳이 염장지를 생각은 없지만서도 참고로 돈 없으면 뛰기도 힘든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추리닝에 운동화 신고 동네 몇바퀴야 가능하겠다만 보통 800km정도 신고 나면 바꾼다 쳐도(물론 그 이상도 신기도 한다만... 본 필자의 경우는 쿠션이 다 죽어 무릎이 시리다..) 맘잡고 뛰믄 800km 몇 달 안걸린다. 뭐 원래 이글 쓰려고 한 거 아닌데 쓰다보니 없는 넘이 그럴 돈 나줬으면 하는 맴으로 현찰이 얼마나 왔다 갔다 했는지만 침 흘리며 쓴 듯하다.
아무튼 대충 조선일보가 얼마나 수입잡고 춘천시의 유무형 수입에 대해서도 참 부러운 분들 계실 것이다. 그리고 덧붙여서 춘천.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 10대 마라톤 대회를 개최한다는 인프라를 구축하고(물론 아직 속단하기 이르지만) 이미 언론들 통해 2010 세계레져총회 유치나 태권도공원 유치 같은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이쯤 되면 개나 소나 말이나 지자체에서 춘천 따라하기에 열불을 올릴법도 하다. 실제 본인 심심풀이로 조사한 2004년 지자체 마라톤 포함 달리기대회 주최현황을 보면 직접 주최만도 80여개 지자체에 직간접으로 얽히고 설킨거 보면 거의 다라고 봐도 된다.
이쯤에서 언뜻 정리해보자면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말 딱 이런 경우 되겠다.
조선일보는 조선일보대로 춘천시는 춘천시 대로 투자대비 몇배.. 아니 몇십배일런지도 모르는 따끈한 비지니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는 이미지대로 살려가면서 말이다.
볼거리도 많고 구경거리도 많았던 이번대회. 아직 본인 춘천에서 보고 느낀거 50%도 이야기하지 못했다. 없는 넘이 돈 얘기 하다보니 침도 나오고 맴도 아파서 오늘도 하고 싶은말을 다 하지 못했다. 마져 다음편에서는 최대한 춘천껀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 꾸바닥~
고독한 러너
음광석(bestinfoz@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