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는 단순한 기교나 테크닉이 아닌 하나의 세계관이다.
유머의 힘을 엿볼 수 있는 영화 한 편이 있다.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베니니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인생은 아름다워>는 전쟁에 대한 냉소를 해학과 유머로 절묘하게 표현해 낸 작품이다. 개봉당시 주요 국제 영화제에서 40여 개의 상을 받았다. 대략 줄거리는 이렇다.
전쟁의 광풍 속에 가족과 함께 수용소로 끌려간 유대인 귀도, 언제 가스실로 끌려갈지 모르는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신이 자신에게 준 능력, 즉 유머 감각을 발휘한다.
“애야, 지금 우리는 전쟁놀이를 하는 거야. 점수를 다 따면 탱크를 선물로 준다고 했단다. 그럼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 거란다.” “아빠 정말이지?”
심지어 귀도는 총살을 앞두고 끌려가는 와중에도 아들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은 체 우스꽝스러운 병정 걸음을 걷는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아들 조슈아에게 마지막까지 웃음과 희망을 주기 위해서다. 그의 바람대로 조슈아는 힘겨운 수용소 생활을 견뎌 나간다. 영화 속 귀도 부자의 경우처럼 유머는 도저히 인생이 아름다울 리 없는 상황에서도 현실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되곤 한다. 다만 유머에도 나름의 미덕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분위기 파악을 못한 채 내뱉는 농담 한 마디는 종종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다.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