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를 대표하는 지역 음식 교재(p.25 참고)
[삭힌 홍어 요리]
*지역마다 개성적인 음식문화가 전한다. 홍어요리는 전라도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꼽힌다. 그런데 어떤 국면에서는 색깔을 씌우고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경우가 있다. ‘전라도 홍어’라는 말을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부적절하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홍어요리의 여러 측면을 살피기로 한다.
1. 홍어는 삭혀 먹어야 제 맛
홍어를 발효시켜 먹는 요리 방법이 있다. 남도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삭힌 홍어의 독특한 맛을 이용해 홍어회, 홍어무침, 삼합, 홍어애탕 등을 조리해서 먹어왔다. 남도지방에서는 홍어요리가 잔치음식으로 널리 이용돼 왔다. 근래 들어 건강식과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전국화 되었으며 타지역 대도시에서도 많이 소비되고 있다.
2. 홍어요리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삭힌 홍어 요리는 홍어회, 홍어회무침, 홍탁삼합, 홍어찜, 홍어애탕 등이 있다. 일반 물고기와 달리 홍어회는 상온에서 숙성을 시켜 먹는다. 숙성도에 따라 육질과 향이 다르다.
홍어회무침은 싱싱한 야채와 초장 등 가진 양념과 홍어회를 버무려 만든 음식이다. 홍어의 발효 정도에 따라 양념의 양이나 재료 등이 달라진다.
홍탁삼합은 잘 익은 김치와 삶은 돼지고기, 그리고 홍어회를 섞은 세 가지 음식을 한입에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음식이다. 여기에 탁주(막걸리)를 곁들여 먹는다. 김치는 반드시 묵은 김치로 발효된 것이어야 하며 삶은 돼지고기도 뜨거울 때보다 촉촉하게 식혀 먹어야 세 가지 음식이 어우러진 삼합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홍어찜은 전라도 지방에서 가장 으뜸으로 치며 숙성도를 극대화시킨 요리이다. 그 맛이 강하여 눈물이 핑 돌 정도이며, 삼키고 난 다음에도 숨쉴 때마다 목구멍에서 느껴지는 자극과 함께 특유한 맛이 콧바람에 배어나온다. 먹기 좋게 결 따라 찢어서 먹으며 쫄깃쫄깃한 맛을 즐긴다.
홍어애탕은 홍어내장과 홍어를 넣고 초봄 어린 보리와 된장을 넣고 끓인 국이다. '홍어앳국'이라고도 한다.
3. 홍어를 삭히는 방법과 효능
홍어를 삭히는 방법은 지역과 개인마다 조금씩 다르다. 일반적으로 항아리에 볏짚을 깔고 물에 씻지 않은 홍어를 통째로 넣은 후 상온의 음지에서 여름에는 1~2일, 겨울에는 6~7일 놔둔다. 볏짚은 홍어의 수분을 흡수하며 볏짚 속 고초균은 홍어의 육질을 연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삭힌 홍어의 고약한 냄새와 톡 쏘는 맛은 요소 때문이다. 깊은 바다에 사는 홍어는 체내의 삼투압을 외부 압력보다 높게 유지하기 위해 삼투압 조절 물질인 요소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홍어를 삭히는 과정에서 이 다량의 요소가 암모니아로 변하면서 독특한 냄새와 맛을 만든다.
홍어는 원래 풍부한 영양과 효능을 지닌 물고기로 알려졌다. 조선후기 실학자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는 “홍어를 먹으면 장이 깨끗해지고 술독이 풀린다.”고 적고 있다. 홍어의 살과 애에는 EPA와 DHA가 다량 함유돼 있어 관상동맥질환을 예방하고 혈전의 생성을 억제한다. 관절염과 골다공증 예방에도 홍어가 좋다. 홍어물렁뼈의 주성분인 콘드로이틴황산 덕분이다. 콘드로이틴은 노화 방지·뼈 형성 등의 기능을 지닌 단백질의 일종으로 화장품의 원료로도 사용된다. 삭힌 홍어는 강알칼리성을 띠어 몸을 알칼리 체질로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홍어를 삭히면 항암성이 높아진다. 특히 내장과 살에서 이러한 효능이 높게 나타난다.
4. 역사적 유래
삭힌 홍어를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 기록에서 확인하기는 힘들다. 홍어에 대해《본초강목》에서는 태양어(邰陽魚)라 하였고, 모양이 연잎을 닮았다 하여 하어(荷魚), 생식이 괴이하다 하여 해음어(海淫魚)라고도 하였다. 《자산어보》에서는 분어(擥魚)라 하였고 속명을 홍어(洪魚)라 하고 형태와 생태 및 음식으로서 ‘나주(羅州)지방’의 홍어에 대한 기호(嗜好)를 소개하고 있다. 《식감》에서는 소양어라 하였다.
삭힌 홍어를 먹게 된 유래는, 홍어 조업지로 유명한 흑산도에서 육지(목포, 줄포, 법성포, 영산포 등)에 도달하기까지 거리가 먼 까닭에 운송 중에 저절로 삭혀진 홍어를 먹게 되면서부터라고 전한다. 생산지와 소비지 거리가 멀어 운반 도중에 자연스럽게 삭혀진 홍어를 뭍에서 먹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흑산도에서 유배 생활을 한 정약전은 홍어의 특성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나주’ 사람들이 홍어를 즐겨 먹는다고 언급하고 있다.
남도지방에서는 전통적으로 잔칫집에서는 홍어요리를 빼놓지 않았다. 잔치를 앞둔 집에서는 홍어를 사다가 숙성을 시켜 잔치음식으로 내놓을 정도로 귀하게 여겼다. 일상적으로도 수시로 홍어 요리를 먹었으며 특히 겨울과 봄철에는 별미로 즐겼다.
남획과 어족 고갈로 인해 국내 해역에서 홍어가 많이 잡히지 않게 되면서 외국산 홍어를 수입하고 있다. 나주 영산포와 목포 등지에는 홍어를 가공해서 전국적으로 유통시키는 전문 업체들이 있다. 최근 들어 택배가 보편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업체에 직접 주문해서 먹는 형태가 보편화 되고 있다.
5. 사회적 기능
홍어요리는 잔치음식으로 중요시 된다. 특히 호남지역에서는 크고 작은 대소사에서 삭힌 홍어요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런 까닭에 홍어 요리 유무와 그 맛에 따라 잔칫집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도 한다. 요즘에는 건강식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도시에서 널리 소비되는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흑산도와 영산포 등지에서는 매년 홍어축제를 열고 있다. 홍어축제를 통해 홍어 요리를 홍보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산 홍어 수익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국내산과 외국 수입산 홍어의 품질과 맛이 달라 가격차가 많이 나므로, 국내산 홍어라는 것을 보증하기 위해 품질 인증제도를 도입해서 운영하고 있다. 특히 흑산도 홍어의 경우 바코드를 붙여서 판매함으로써 값싼 수입산과 차별화하고 있다. 국산 홍어 생산 어민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학술적인 연구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저작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윤형숙 외, 『홍어』, 민속원, 2009.
이재창․김준, 『홍어 산업의 전망과 발전』, 나주신문사, 2008.
황은주, “홍어 숙성 중 영양성분 변화”, 전남대학교대학원 석사논문, 2009.
박정석, “홍어와 지역정체성”, 『도서문화』32, 도서문화연구원, 2008.
윤형숙, “지구화, 지역토속음식의 생산과 소비:홍어를 중심으로”, 『도서문화』32, 도서문화연구원,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