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 부모들 “돌봄의 사회적 서비스 절실”
활동보조인제도·장애인연금 도입 한목소리“내 삶은 없어요. 밥 먹이고, 재우고, 대소변까지 받아내려면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에요. 생명이 위급할 때마다 일단 살려놓고 보자고 생각했지만, 위기를 넘기고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네가 하늘나라로 갔으면 너도 나도 그게 행복인데’하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어요. 지금은 잘 자라준 딸이 고마울 뿐이죠.”
생후 4개월 열성 경기로 뇌손상을 입어 뇌성마비 판정을 받은 딸 한지은(20)씨를 키우고 있는 김용애(50)씨의 말이다.
장애아 어머니들은 자녀에 대한 돌봄노동이 사회적 지원 없이 100% 개인의 몫으로 여겨지는 상황이 가장 힘들다고 꼽는다. 장애아 아버지들은 주로 자녀의 조기교육, 음악치료 비용을 비롯한 가족생계를 책임지고, 실제적인 자녀 돌봄은 어머니들이 맡게 된다. 더군다나 한부모 가정인 경우에는 생계와 자녀 돌봄을 모두 맡아야 하는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발달장애인 이주영(22)씨의 어머니 고옥자(50)씨는 “아이보다 먼저 죽었을 때 갈 곳 없는 아이가 어떻게 살아갈지 너무 걱정된다”며 “돌보는 게 힘들다 보니 주영이 동생에게도 주영이를 책임져 달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이들에게 더욱 더 큰 상처다. 다운증후군 은혜의 어머니인 만화가 장차현실씨는 “은혜가 초등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았는데 4학년 때 같은 학교 한 아이가 ‘은혜는 시험도 제대로 못 치는데 차라리 집에 있는 것이 낫지 않나요?’하고 물어와 가슴 아팠다”고 토로했다. 장애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편견을 없애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기도 수원에서 중학교를 다니다 장애아를 받아주는 수영팀이 있는 학교를 찾아 부산으로 이사를 간 수영선수 김진호씨의 어머니의 사례처럼 거주 지역 내 교육기관의 시설 부족도 문제다. 지은씨의 어머니 김씨는 딸이 다니고 있는 신사동 광림주간보호센터까지 왕복 2시간이 넘는 거리를 매일 다니고 있을 정도다.
이와 함께 복지관, 주간보호시설, 보호작업장 등에서 비교적 장애 상태가 좋은 장애인을 선별하는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씨는 20군데가 넘는 시설을 알아봤지만 걷기 힘들고 손으로 하는 기능이 잘 발달되지 않은 지은씨를 받아주는 곳은 현재 센터를 제외하고는 한 곳도 없었다고. 이와 함께 “중증 장애 자녀를 위해서 정부에서 일상생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제도화·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장애아 부모들은 국가가 장애인연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언어치료, 미술치료 등으로 경제적으로 상당한 비용이 들어 경제적으로 어렵고, 부모가 죽은 후 자녀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매달 일정 금액의 연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영 광림주간보호센터 소장은 “국가가 장애인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이들의 어머니, 형제에 대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