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부의 ‘정역’과 송대 ‘무극이태극無極而太極’ 논쟁
김일부 대성사의 <정역正易>에 ‘천지지리天地之理는 삼원三元이다’ 라고 나온다. 천지의 이치라는 것은 삼원三元,
즉 세 가지 근본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그 삼원은 무극無極과 태극太極, 그리고 황극皇極이다. 이 삼원을, 후
학들이 이것을 ‘삼극설三極說’로 규정하였다.
중국의 고전에서는 황극은 <서경> ‘홍범’에 처음 나오고, 태극은 <주역> ‘계사전’에, 무극은 <노자> 28장에 ‘복귀어
무극復歸於無極’으로 처음 나온다.
<주역> ‘계사전’에 “易有太極, 是生兩儀, 兩儀生四象, 四象生八卦” 라고 나온다. 태극으로부터 역괘가 형성되는 과
정에 대해 말하고 있다.
유교에 철학적 세계관을 부여하려 했던 주돈이周敦頣(1017~1073)는 <태극도설>에서 “無極而太極, 太極動而生陽,
動極而靜, 靜而生陰...” 라고 하여 그 유명한 ‘무극이태극無極而太極’라는 용어를 창조하였다. 주돈이는 이어 “五行
一陰陽也, 陰陽一太極也, 太極本無極也” 라고 하여 ‘태극은 본래 무극이다’라고 제창하였다. 태극과 무극을 기초로
한 새로운 유교적 철학 세계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주자朱子가 주돈이의 <태극도설>을 숭상하여 계승하자, 보수적인 유학파들 중에서 시쳇말로 배가 아팠다. 왜냐하
면 주돈이가 ‘무극으로부터 태극이 된다(自無極而爲太極)’ 라고 본 것은, 노자의 ‘무에서 유가 나온다(無中生有)’와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유학자가 불교와 노자를 배척하는 소임을 가져야 하는데, 그 학설을 모방하고 있으니 심기
가 불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육상산은 주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무극이태극無極而太極’을 ‘무극으로부터 태극이 된다(自無極而爲太極)’로 해석
한 것은 노장 사상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하였다. 그러자 주자는 육상산에게 보낸 답장에서 ‘무극이태극無極而太極’
을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다음과 같이 논변했다.
주자는 ‘무극이태극無極而太極’ 문구에서, 무극과 태극은 선후관계가 아니고, 무극은 태극의 한 형태로 보았다. 그
렇다면 무극과 태극이 동실이명同實異名이라면, 같은 글자를 반복해서 쓸 이유가 뭐가 있나요? 주자의 답은 이렇
다. ‘무극을 말하지 않으면 태극은 하나의 사물과 같아서 온갖 조화의 근원이 되기에 부족하고, 태극을 말하지않으
면 무극은 공허하고 적막함에 빠져 만물의 근원이 될 수 없다.’ 주자는 ‘무극이태극無極而太極’을 ‘무형이유리無形
而有理’ 로 파악하여 태극으로서 리理의 근저로 삼고자 했던 것이다. 어찌보면 주자가 유학자들의 내부 공격을 방
어하기 위한 방편적 해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김일부 대성사는 <정역正易>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일(一)이 무십(無十)이면 무체(無體)요 십(十)이 무일(無一)이면 무용(無用)이니
거중(居中)이 오(五)니 황극(皇極)이니라.
여기서 한동석 선생은 <우주변화의 원리>의 책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우주는 무엇으로 구성되었을까, 또
는 어떻게 움직이며, 무엇이 이것을 움직이게 하는가?” 한동석 선생의 이같은 자문自問에 자답自答하는데, 우주
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원은 바로 무극, 태극, 황극의 삼원三元이라는 것이다.
그러고선 한동석 선생은 김일부 대성사의 위의 구절 ‘일(一)과 십(十)과 오(五)’를 해석하여, ‘일(一)은 태극, 십(十)
은 무극, 오(五)는 황극’으로 논증하였다. 또한 한동석 선생은 무극, 태극, 황극의 순환 원리를 아래의 그림과 같이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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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극은 10미토未土요, 태극은 술오공戌五空이요, 황극은 체
로는 5토土요 용으로는 7오화午火이다...>
위의 그림은 김일부 대성사의 삼극설에 기반한 그림이다. 이 ‘순환도’에 준하여 볼 때, 주돈이가 ‘무극이태극無極
而太極’ 을 ‘무극으로부터 태극이 된다(自無極而爲太極)’ 로 해석한 것은 옳은 것이다. 왜냐하면 위의 그림을 살펴
보면, 태극은 무극을 본원으로 해서 창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극과 태극은 주자가 말한 것처럼 동실이명
同實異名인가? 위의 순환도로 볼 때, 무극과 태극은 동실이명이 될 수 없다.
'무극, 태극, 황극'은 중국 고전에서부터 언급돼 왔으나 주돈이에 의해 그 개념이 제창되고, 김일부 대성사에 의해
우주 운동의 본체론으로서 그 이론적 틀이 완성된다.
중국 고전에서 황극은 ‘임금의 법칙’ 정도로 해석이 되고, 무극과 태극은 이기理氣의 근원이 되는 단편적인 이법으
로 해석이 되어 왔다. 그러나 ‘우주변화의 이법’ <하도河圖>와 <낙서洛書>의 전통을 가진 한민족의 사상
맥락에서 볼 때, 이 무극, 태극, 황극 삼원은 우주 운동의 본체로서, 어떻게 변화를 주재하여 창조의 목
적으로 이끌어 가는 지 그 원리를 설명하는 매우 지고한 이론이 된다.
김일부 대성사님의 이 ‘삼극설三極說’은 ‘우주 운동의 본체론’과 ‘우주 변화의 주재 원리’ 를 밝힌 이론으로서, 후천
선경문화 건설의 토대를 이루는 매우 심대한 이론이 아닐 수 없다. 인류 종교사상사를 일이관지一以貫之하는 이
‘삼극설’의 원리는 하느님 나라만이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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