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로 가까운 이에게 화를 내고 나면 공든탑이 무너진 것처럼 허무하다.
필요없는 것을 뭐에 현혹된 듯 반해 비싸게 샀다가 한두번 쓰고 방치해두면
그 물건이 빤히 나를 쳐다보며 멍청이라고 비웃는다.
별로 맞지도 않는 성향의 사람과 친한 척하며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관심도 없는 얘기를
가식적으로 하기도 하고 진지하게 듣는척 하고 나면 삶을 허비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잘 쓰지도 못하는 글을 성의 없이 써서 카페에 올리고 그걸 자랑스럽게 여기며 댓글이 달렸는지 수시로 확인하는 나를 보면 속물 냄새가 난다.
여자를 만나 문학이나 철학 종교와 같은 고상한 얘기로 환심을 끌고 은밀한 유혹을 하려는
욕망이 꿈틀거리는 자신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작은 일에는 돈을 아끼면서 주식이나 도박을 해서 큰 돈을 날리고 나면 그 자책감은 사람을 병들게 할 정도로 오래 간다. 죽을 정도로 아프게 후회하고도 또 그 짓을 되풀이 할 때
인간에게 절망하게 된다. 중독은 결국 사람을 망하게 한다.
과음하고 다음 날 머리도 아프고 속도 불편할 때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자신이 미워진다.
잘난 척하고 남을 무시하고 나면 금방 후회가 된다.
들을 생각도 없는 사람에게 조언이나 충고를 하고나면 시간 낭비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남을 욕하거나 비난하고 나면, 그것도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그러고 나면 죄의식으로 괴롭다. 그 사람을 다시 볼 때 민망하다.
하지도 못할 일을 한다고 자기도 피곤하고 남도 피곤하게 하고나면 참 쓸데없는 일을 했다는 자책감이 든다.
조금만 주의해도 예방할 수 있는 일을 게으름과 부주의로 인해 재앙 수준으로 만들고 나면
후회가 된다.
있는 그대로 편하게 살면 될 것을 체면 차린다고 가식과 위선으로 가장하는
자신을 보면 슬프다.
욕심을 좀 줄이면 좋을텐데 과도한 욕심 때문에 자신이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어리석음의 왕이다.
해봤자 소용없는 걱정 근심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다.
그러나 때때로 어리석은 짓을 할 자유도 없이 자신을 엄격하게 가두고 살면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다.
지혜롭게만 살려고 하면 인간이 할 수 있는 경험의 폭이 제한되어 헛되이 산 것처럼 인생이 피상적이고 표피적이 된다. 어리석어도 할 것은 해보고 가볼 것은 가봐야 한다.
말할수없이 어리석은 짓을 한 후 참혹한 죄의식을 느껴보지 못하고 어찌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가?
그러나 반성문을 오래 길게 쓰는 습관은 좋지 않다.
어리석음에 대한 반성은 잠들기 전에 끝내야 한다.
내일은 또다른 새로운 어리석은 짓을 할 수 있는 새날이기 때문이다.
어리석음이 우리의 일상이라도 나와 너의 어리석음을 품고 사는 것이 인생이다.
어리석은 짓이 나와 남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는데도 그 짓을 계속하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약한 인간에게는 자기를 이길 수 있는 은총이 필요하다.
자기와 남을 용서하고 내면으로부터 자기와 남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이 솟아나야 한다.
나는 어리석다. 용서받고 싶다.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자신의 일기를 자유자재로 표현하면서 쓸수있다는게 너무도 부럽기만 하네요.
홍선생님 ! 화이팅
반성이 지나치십니다.
홍성환님의 글엔 늘 적당한(?) 허무와 그리움이 배어 있습니다.
외로움, 그리움, 기다림은 우울이 되고... 우울도 꽃피우면 詩가 됩디다.
그치요? 글을 쓰실떄의 모습 생각하면 짠 하기도?지도 그러하니까....
오늘도 좋은 하루 되셔요...
솔직한 심정과 고뇌에서 세상의 희망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