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다니다가 만만한 금호강에 낚시를 드리운다.
오늘은 평소 가던 곳보다 쪼매 먼 곳이다.
노랑 어리연을 넘겨쳐서 혹시 모를 대물이 걸리면 스키를 태워야 하는데 하는 괜한 걱정도 하면서
초스피드로 대를 널었다.
해는 지고 노을이 붉그스럼할 무렵이라 마음이 조급해 퍼뜩 대편성을 완료하니
상현달이 우습다는 듯 히죽거린다.
먹거리 등을 가지고 오니 찌하나가 둥실거려서 당겨보니 뼘치가 인사한다.
오늘은 손맛을 좀 보려나?
찌불을 밝히니 어둑해 진다.
버너에 불을 지피고 물을 끓이는 중에 우측 세번째 찌불이 아리랑고개를 넘어간다.
제법 저항이 강해 어리연을 가까스로 넘겨 땡겨내니 얼핏 허리급은 넘어 보이는데
에잉~ 면도 좀 하고 오지.
몇 번 눕혀도 계속 등을 세워서 그 자세 그대로 한컷
찌불이 빛나면서 입질이 이어진다.
맨 우측 찌불이 하늘을 찌를 기세로 오른다. 9치 정도
상현달은 빛나고 찌불놀이는 21시까지 이어져 심심할 틈이 없다.
10치이상 안되면 사진도 안찍고 바로 캐취 앤 릴리즈가 이어진다.
21시가 지나니 입질이 주줌해져 커피도 한잔하고 여유를 부리는데 그후 입질이 뚝 끊긴다.
당초 22시까지 낚시하고 집에 가면 축구를 볼 수 있겠다 싶어 그리 작정했는데 1차로 23시까지 연장하고
2차로 23시 30분까지 연장했더니 강붕어 특유의 꺼칠한 갑옷을 걸친 녀석이 올라온다.
뼘을 대보니 10치는 넘어 보인다.
속절없이 흐르는 많은 날들이 아쉬워 그 언저리 어디 쯤에 낚시를 드리운다.
가을 강붕어 처럼 튼실한 추억 하나 걸리면 좋을 텐데
오늘도 무심한 세월은 강물되어 흐른다.
흐르는 강물을 내려보던 상현달도 웃음기를 거둔 채 서녁으로 가고
제행무상을 우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