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연 친구!
건강관리 잘 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많이 살아본 사람들이 그러더라. 건강이 최고라고...
6월이다. 시간 잘 간다.
핸드폰에 있는 캘린더 앱이 아니면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며 산다.
벽에 걸린 달력을 또 한 장 떼어낸다.
시간의 낙엽이다.
책상 모퉁이에 있는 탁상형 달력은 아직 4월이다. 넘기기가 그리 힘든가?
김홍신 작가의 '겪어 보면 안다'는
글 일부를 옮겨본다.
굶어보면 안다. 밥이 하늘인 걸
......
일이 없어 놀아보면 안다. 일터가 낙원인 걸
아파보면 안다. 건강이 엄청 큰 재산인 걸
잃은 뒤에 안다. 그것이 참 소중한 걸
......
미리 알지 못하고 겪어 봐야 아는 우리 인생이 좀 서글프기도 하다.
남은 시간 겪어보고 알기보다는 미리 예측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어렵겠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 살아온 경륜으로 내공을 발휘하면 쪼매 지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김홍신 작가는
겪어보면, 고통이 추억이 되고, 아주 작은 게 행복이고, 죽음을 앞두고는 내가 세상의 주인인 걸 알게 된다고 했다.
작가의 말은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현재 이 시간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알려준다.
하긴 작가가 그런 말 하지 않아도 우린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단지 문장력이 부족해 표현하지 못할 뿐이다.
6월, 초여름!
봄꽃보다 녹음방초라 했다.
나무 그늘 아래 한 자락 바람은 시름을 날려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풀향기는 싱그럽기도 하다.
모내기를 끝낸 농촌은 한가하다. 가끔 풀 매고 물 주는 일 외에 그리 할 일이 많지 않다.
옛날에는 단오 무렵에 마을 잔치를 했던 기억이 난다. 해치인지 회치인지 모르겠다.
고향집 담 너머 마을 정자나무 아래 동네 노인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온다.
청력이 떨어져서 그러시겠지만 목소리가 크다. 서울사람들 들으면 싸운다고 하겠다.
우리가 어쩌다 취하게 되면 남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자기 이야기만 하듯이 노인들 이야기도 자기 이야기다 그래도 대화가 이어지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식사 시간 외에 종일 정자나무 아래 탁자에 앉아 오가는 사람이나 차량을 바라보는 분도 계신다. 무슨 생각을 하실까?
지난 5월에는 가정의 달이라 그런지 고향 부모를 찾아오는 아들딸들이 더러 보였다. 얼굴이 활짝 펴이고 웃음이 떠나지 않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고
저리 좋아하시는데 뭐가 바쁘다고 자주 찾아 뵙지 못했는가 하는 자책도 했다.
6월 안부 문자가 길어졌네. 사설이 길어지면 쓸말이 별 없는데 읽어주어 고맙다. 내내 좋은 시간 되시게.
2024.6.1. 삼천포서
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