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한해를 정리해 보고자 마음먹고 책상 앞에 앉았다. 그런데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멍하다. 9월부터 꼬박 두 달은 인공관절 수술로 병원에, 그리고 또 두 달은 퇴원하여 재활치료 한다고 지났는데 그전 일들은 까마득하다. 재활이 필요한 나를 위해 도와주러 와서 함께 했던 이들과의 기억도 흐릿하다. 무릎 수술을 했음에도 남아 있는 통증은 인식이 되는데, 왜 아무 생각도 없이 머리가 멍한지 모르겠다. 2023년 말은 그렇게 지나갔다.
새해가 시작되고, 영국에서 나를 돌보러 왔던 둘째딸이 제집으로 돌아갔다. 오롯이 혼자 남았다.
‘나 혼자 산다’로 돌아왔다. 갑자기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한다. 의지할 곳이 없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나 혼자 살면서 가졌던 일상생활의 패턴을 되찾아야 제정신이 날 것 같았다. 한 주일쯤 지나니 내 할 일이 보인다. 움직여서 먹을 것을 만들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책상 앞에도 앉아 있어 보고, 생활로 돌아오는 길이 조금씩 보인다. 이제 생각을 모아야 한다. 시작된 새해를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런데,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못 다한 이야기들을 마감해야 새해의 일과 삶에 대해 발자국을 뗄 수 있을 것 같았다.
먼저 “우리교회이야기” 2023년 한해의 살림을 정리하고 살펴보니, 우리교회이야기 식구들에게 보내는 “감사합니다”는 말이 첫 번째로 입에서 흘러나왔다. 모두들 살기 힘들다고 하는 속에서도 끊임없이 한결같이 후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식구들이 계셔서 한해를 잘 넘겼음에 두 손 모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여러분들이 계셨기에 우리가 선교 후원하겠다고 마음먹었던 곳을 모두 도울 수 있었다.
네팔에서 선교하시는 최양임 목사님은 불이 나서 마을 집들이 다 타 버렸던 줌라고티가웅 마을에 집들을 새로 짓는데 힘을 보태셨다고 했다. 입주한 후 학교 다니는 아동들의 방과 후 교실을 여전히 돕고 계시면서 그곳에서 함께 하는 아동들 속에서 성장해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이들이 나오기를 끊임없이 기도하며 일하고 있다고 했다. 정성껏 후원해 주는 우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다.
이집트에서 선교하시는 김경희 전도사님은 년 초에 건강상의 이유로 귀국하셨다가 치료를 마치고 이집트 선교지로 다시 가셨다. 건강이 그리 좋지 않음에도 자신이 있을 곳은 이집트라고 말씀하시는 그 분께 더 큰 힘이 되어드리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다.
용동농민교회에서 목회하시는 김목사님께도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마음을 전했다.
특히 년 초에 일어났던 튀르키에 지진에 급하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전년도 이월금 모두를 월드네이버스를 통해 보냈었다. 이 일을 가능케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두 번째는 “미안합니다” 이다. 지난해 나의 형편상 “우리교회이야기”를 제 때에 펴내지 못하여 8번 밖에 보내지 못했다. 우리교회이야기가 계속되기를 기다리는 식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또 한가지는 해마다 후원회원들에게 보내던 작은 선물의 기회를 놓친 것도 마음에 걸린다. 미안합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하답니다.
2024년을 마무리 할 때는 “미안합니다” 없이 “감사합니다. 행복했습니다” 하는 인사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내 개인적으로, 올해는 건강을 되찾는 일에 전력을 쏟아야 할 것 같다. 수술만 하면 금방 훨훨 날아다닐 줄 알았는데 치유하는데 꼬박 1년이 필요하단다. 혼자의 건강한 일상생활을 되찾아 가기 위해 운동과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 하나님이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하나님의 손을 붙잡고 한 발 한발 걸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