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이 승천한 자리에 뱀이 똬리를 틀었다.
( 2012년도 금광산악회 송년 산행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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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 가는 임진년(2012년) 한 해를 보내면서 즐거운 마음이 드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룬 것도 별로 없고 세월의 나잇살만 먹어가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
내게 묻노니, 오늘밤은 어떠한 밤인가.
어린 아이들의 기쁨은 크겠지만 사실 해(年)를 더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해(年)를
줄이는 것이니 늙어가는 회포가 적지 않으리라.
마치 천리만리 먼 곳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처럼 슬프고 애잔하다.
그것은 신이 우리에게 공평하게 보내준 선물, 바로 시간 때문이리라.
보내고 싶지 않다고 매달려도 제멋대로 떠나가고,
와 달라고 초대하지 않아도 어느새 찾아오는 것을 뉘라서 말릴 수 있겠는가.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면 또 한 해가 가고 임진년 승천하는 흑룡의 자리엔
계사년 뱀이 똬리를 틀고 앉아있겠지!
돌이켜보면 금광산악회의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임진년 한 해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1월 6일) 전남 무안-청계구간의 눈 덮인 영산기맥을 걸으며 2012년 올해의
시발 산행으로 첫 산행을 시작했었다.
1-2월은 날씨도 추웠지만 눈도 많이 내려 대체로 따뜻한 남도의 산을 찾았다.
(2월 3일) 눈 내린 진도 남망산에서 모신 시산제는 금광산악회의 한해 산행을
무사 무탈하게 보내게 해주십사 하는 소원을 담아 조정님매씨가 40만원의
거금을 들여 제물을 준비해주었다.
이날 128만원의 시산제 성금을 모았다,
길도 없이 발목까지 빠지는 눈 쌓인 순창 회문山의 눈길 산행은 오래 동안
추억으로 간직되고 있을 것이다.
두 달 동안 고성 연화山, 거제 계룡산, 고성 구절산, 완주 서래峰을 다녀왔다.
금광산악회는 매주 금요일에 1년 51주 중 총 48회의 산행을 마쳤다.
설과 추석명절을 제외하고 단 한번 우천관계로 산행을 취소했었다.
년 1,688명의 회원이 참여했으니 매회 36명의 회원이 참여한 셈이다.
년 265만원을 발전기금으로 쓰라고 회원들이 자진해서 기부해주었고,
맛있는 하산酒를 준비하라고 155만의 성금을 내주기도 했다.
벌이 꽃을 찾아다니며 꿀을 모으듯 금광은 올해 89만원의 흑자를 남겼다.
3-4월이 되면서 지리산에서 산수유 꽃 소식이 들려왔고,
광양의 매화, 영취산 진달래, 진해 벚꽃 소식이 우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었다.
비오는 날의 금오도 비렁길은 퍽 인상적이었다.
여수 금오도 함구미선착장에서 두포港까지 비를 맞으며 아찔한 해안절벽을
걸었던 짜릿한 매력도 일품이었다.
진주 보잠산, 서산 팔봉산, 대전 계룡산, 진해 웅산, 하동 성제峰도 다녀왔다.
엊저녁 / 고이 간직한 해를 / 밤사이 잃어버렸다
하늘 바다도 회색빛깔 / 비오는 날 / 비 맞으며 걷는 길
샛노란 마른억새 / 대나무 초록 잎도 / 비를 맞고 있다.
회색 마법의 성이여! / 미역널방 신선대 / 아찔한 해안벼랑길
동백 숲길에 / 떨어진 꽃잎은 초라해도 / 빗속을 걷는 여인 매혹적이다
돌담 안 초분(草墳)에도 / 비는 내리고 저기-저 / 주인도 이 길 걸었을까?
갈매기도 울지 않는 / 꿈꾸는 두포港 /
함구미에서 걸어 십 여리 길
사슴이 뛰어놀았던 / 황장봉산(黃腸封山)의 숲 / 거무섬(島)
삶은 버거워도 / 생업으로 걸어야 했던 / 매력적인 벼랑길
머피의 법칙일까? / 금요산행일 또- /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자작 詩: “금오도 비렁길”에서)
날씨가 더워지면서 소주를 찾던 회원들이 시원한 막걸리와 맥주를 찾았다.
하기야 산행을 마치고 나서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은 술이 아니라 꿀맛이다.
진달래가 진 뒤에는 철쭉이 대신피고 이름 모를 산꽃들이 시샘하듯 피어났다.
사실 꽃은 봄에 피는 꽃보다 여름에 피는 꽃이 종류가 더 많다고 한다.
신록이 우거지고 백화가 만발하는 여름동안,
우리는 진안 마이산, 태안 노을 길, 남해 망운山, 산청 석대山, 영주 소백산,
진도 동석山, 부산 이기대길, 대구 팔공산, 장흥 억불山, 태안 솔향기길,
함양 월봉山을 다녀왔고 지리산 뱀사골에서 피서도 즐겼다.
무더운 여름철이 찾아왔다.
우리는 시원한 계곡과 해수욕장을 찾아서 피서산행을 주로 했다.
內변산 고사포해수욕장에서 하루는 이방인처럼 뜨거운 태양아래서 햇살과
푸른 바다 사이를 물개처럼 들락거렸다.
그동안 4년여 산악회 총무 직을 수행해오던 이정례총무가 개인사정이 있어
7월 말로 총무 직을 그만 두었다.
어려운 산악회 살림을 꾸려오느라 고생이 많았는데 무척 아쉬웠다.
남덕유산 산행 때는 빗속에 길을 잃은 회원 두 사람을 2시간여 초조하게 기다리며
애 태우던 생각도 나고,
비닐하우스를 빌려 돼지 머리고기를 먹던 생각도---
효성산악회임원들이 방문산행을 하고 30만원의 발전기금을 희사해 준 일도 생각난다,
홍금자회원이 올 때마다 감이나, 귤, 바나나를 상자로 사오는 마음 씀씀이도,
김정래회원이 40만원의 큰 액수를 발전기금으로 내 준 일도 생각났다.
궂은일 마다 않고 솔선하는 임호남회원 김금자총무의 모습도 선하다.
이 기간에 남덕유산 삿갓峰, 함양 영취산, 전주 천반山, 덕유산 신풍령-송계계곡,
완주 연석山, 영동 천태山 등을 다녀왔다.
마산 저도를 찾았으며 비치로드를 걸으면서 아름다운 섬의 풍광 속에 매료되었다.
햇살 좋은날 / 이 길을 걸어보라 /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섬을 품은 바다로부터 / 불어오는 입김이 / 한결 싱그럽구나,
새록새록 잠들어 있는 너 / 강보에 누운 채 / 배냇짓 하고 있느냐
바다와 산이 / 서로 어우러진 공간이 / 산책길로 변했구나,
아기 속살보다 더 부드러운 / 비치로드 / 이십 여리 길을 걸어서
전망대, 사각정자. 바다구경 길 따라 / 용두山에 오르니 /
후포마을이 꿈꾸듯 졸고 있구나,
어부에 소망 담아 / 줄지어 피어있는 수련이 / 짙푸른 바다로 아름다워라
원전, 거제, 고성의 우리 안에 / 누어있는 돼지 한 마리 / 풍요의 상징이련가
사랑하는 사람끼리 건너면 / 사랑 이루어진다는 다리에서
빨간 장미 백송이로 프러포즈 해 볼까 (자작 詩: “저도(猪島)”에서)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지만 또한 상실의 계절이다.
오곡이 익어가고 백과를 거둬들이는 소득의 즐거움도 있지만,
온산은 단풍으로 빨갛게 물들어 가고 나무는 추운 겨울을 준비하느라 온 몸으로
제 살 붙이인 나뭇잎을 털어낸다.
10월 3주차에는 동해 두타산을 다녀오는 1박2일의 행사가 있었다.
이상향(理想鄕) 무릉도원이라는 무릉계곡의 환상적인 신비로움에 감탄을 자아냈고,
경포앞바다, 정동진의 쉼 없이 밀려오는 파도, 동해안의 긴 수평선이 아른거린다.
사우나에서 한 회원이 넘어져 속초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던 일도 있었다.
산행버스 최 병남사장이 50만원이 넘는 경제적 지원도 해주었다.
영주 소백산 산행 때는 49명의 회원이 참여했고,
섬 산행은 인기가 있어서 통영 비진도 선야峰 산행 때도 47명의 회원이 참여했다.
12월은 금광에게는 잔인한 달이었다.
4주 내내 목요일까지 멀쩡하던 날이 산행일 만 되면 비가오더니 마지막 송년 산행
때는 폭설까지 내려 산행路가 통제되기도 했다.
동짓날에는 담양 수북면 참살이 식당에서 회원 모두에게 동지팥죽을 대접했다.
기용준, 김종수고문님, 최경자부회장님, 강금순매씨, 나규동회원님 생각납니다.
송년 산행은 순창 강천산에서 마쳤다.
대흥회관에서 오리주물럭으로 송년파티를 하고 한 해를 마무리했다.
1년간 산행준비를 하고 회원 안전관리를 위해 수고해 준 산행이사님 고맙고,
항상 존재감이 없다는 부회장님 이번에 회장으로 영전해 보시지요.
진안 덕태산, 홍성 오서산, 완주 선야峰, 무주 적상산, 합천 남산제일봉, 함양 오봉산,
논산 바랑-월성峰, 고흥 마복산, 남원 덕음-달峰, 남원 교룡山을 다녀왔다.
폭염과 혹한.
2012년의 날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우리 사회도 이처럼 극단으로 치달아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세대간, 계층 간, 이념적으로 지역갈등은 골이 깊어졌다.
폭염이 있는 해가 혹한이 이어지듯 극단에 있는 사람이 또 다른 극단의 사람을
만들어낸다.
날씨는 우리 힘으로 조정할 수 없지만 우리 사회엔 온화한 5월의 날씨가
계속되게 할 수는 있다.
금광도 내년에는 더 가족적이고, 발전적이고, 희망 찬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전주시 완산구 노송洞 주민센터에 중년남자의 전화가 걸려왔다.
“얼굴 없는 천사의 비(碑) 옆을 봐주세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 단 두 마디 뿐 이었다.
이 비는 전주시가 천사의 뜻을 기리고 기부문화가 확산되도록 2010년 1월
주민센터 뒤편 화단에 세웠다.
상자 안에는 5,030만 4,600원이 들어있었다.
지금까지 이 천사가 13년 동안 14차례에 걸쳐 이곳에 맡긴 돈은
2억 9,775만 720원이나 된다.
이 겨울이 아무리 춥고 어렵더라도 “얼굴 없는 천사”가 존재하는 한
우리사회는 결코 외롭지 않다는 것이다.
(2012년 12월 31일 자정에)
첫댓글 한 해를 정리하면서 기억할 것과 잊어버릴 것을 찾아보고
희망찬 새해를 맞아 더욱 발전할 것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