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여자마라톤은 에티오피아가 주도!
2010년은 에티오피아가 세계 여자마라톤계를 압도적으로 평정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1990년대 이후 파투마 로바(Fatuma Roba), 게테 와미(Gete Wami), 베르한 아데레(Berhane Adere)를 비롯하여 수많은 에티오피아 여자 마라토너들이 배출되었다. 하지만 이들이 정말 뛰어난 선수임에는 틀림없지만 하나의 흐름이나 에티오피아 붐을 형성하기에는 "2%"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2010년은 이야기가 다르다.
매우 예리한 분석가라면 지난 10년간 여자 마라톤계에서 상승기류를 탄 에티오피아 세력을 감지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해도 2010년 에티오피아 여자 마라토너들의 '쓰나미'는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 2시간 26분 이내의 기록을 수립한 에티오피아 여자마라토너들의 수를 보면 1 - 2 - 1 - 2 - 1 - 1 - 3 - 2 - 6 - 8명이었는데 2010년에 18명으로 치솟았다.
실제 올해 35명의 sub-2:26 마라톤 기록 수립자중 절반 이상이 에티오피아 선수들이다. 그 분포를 보면 에티오피아 18, 케냐 6, 러시아 3, 일본과 중국이 각 2명, 프랑스, 스웨덴, 뉴질랜드, 포르투갈이 각 1명씩이다.
그들의 연령분포를 보면 이런 현상이 2010년에 국한된 일시적인 성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7명의 비(非)에티오피아 선수들의 평균연령이 30세인 것에 비해 18명의 에티오피아 선수들의 평균연령이 24세에 불과하다. 물론 장거리 달리기에서 40세 이후까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선수들의 수를 보면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당분간 마라톤계에 존재감을 나타낼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2000년대 초중반 세계 최강으로 불렸던 일본 여자마라톤의 경우 나이든 '슈퍼 파워'인 노구치 미즈키, 다카하시 나오코, 토사 레이코, 시부이 요코 등의 후계자를 찾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아직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는 없다.
케냐의 경우 케서린 은데레바(Catherine Ndereba), 텔가 로루페(Tegla Loroupe), 마르가레트 오카요(Margaret Okayo)에 필적한 선수들이 배출되고 있지는 않지만 점점 향상되고 있다. 올해 뉴욕마라톤 우승자 에드나 키플라가트(Edna Kiplagat), 프랑크푸르트 마라톤 우승자인 캐롤라인 키렐(Caroline Kilel) 등이 수년내에 선배들에 필적할 기록을 수립할 지도 모르겠다.
쇼부코바는 여성판 게브르셀라시에!?
현재 러시아는 트랙에서 마라톤으로 전향한 리디아 쇼부코바(Lidiya Shobukhova)와 잉가 아비토바(Inga Abitova) 두명의 걸출한 마라토너의 덕택으로 정상을 구가하고 있다. 특히 현재 4번의 마라톤에서 거의 완벽한 성적을 내고 있는 쇼부코바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2009년 런던마라톤 3위(2:24), 시카고 마라톤 1위(2:25), 2010년에는 런던마라톤(2:22)과 시카고 마라톤(2:20) 두 대회를 모두 석권했다.
쇼부코바의 특별한 재능은 40km이후에 뛰어난 스피드를 활용하는 놀라운 능력에서 잘 나타난다. 보통 마라톤의 종반에 속도저하를 최소화하는 데 진력하지만 쇼부코바는 오히려 속도를 올리는 능력을 과시한다. 이런 능력은 어떤 마라톤에서도 육체적, 정신적인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
1977년 11월 우크라이나에서 출생한 쇼부코바는 3000m, 5000m가 주종목이었다. 28세이던 06년 세계실내선수권, 유럽선수권 50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북경올림픽에서도 6위에 입상했다. 자기 최고기록인 14분 23초 75는 지금도 세계역대 4위기록이다. 31세가 되어 런던마라톤에 도전하면서 트랙도 10000m까지 늘려 30분29초36을 수립했다. 하지만 2009년 8월 세계육상선수권에서 19위로 끝나면서 완전히 마라톤으로 전향하여 트랙의 스피드를 살려 마라톤에 전념하고 있다. 세계기록 보유자인 폴라 래드클리프(영국)에 이어 그의 출현은 남자 게브르셀라시에의 마라톤 전향에 필적할 수 있다고 회자되고 있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나 2012년 런던올림픽 등의 선수권대회에서의 결과를 예측할 때 대형대회에서의 기록이나 순위만을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일부 선수는 선수권대회에서 유난히 강한 경우도 있다. 남자의 경우 이런 전형적인 선수가 케냐의 에릭 와이나이나(Eric Wainaina)선수이다. 그는 딱 한 번 sub-2:10의 기록을 수립했지만 올림픽에서는 동메달(96년)과 은메달(2000년)을 획득한 바 있다.
국내 여자부는 sub-2:30도 힘든 상황
2010년 sub-2:30의 기록은 서울국제에서 김성은(삼성전자) 선수가 수립한 여자부 5위 성적인 2:29:27가 유일하다. 대구국제에서는 이은정(삼성전자)이 2:32:22의 기록으로 여자부 5위에 입상했으나 성적은 저조한 편이다. 대부분의 대형대회에는 시상 정원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저변이 좁다. 춘천마라톤은 김선정(한국수자원공사, 2:43:39)을 비롯 3명이 완주했으나 완주자가 시상정원 6명의 절반에 그쳤다. 서울중앙마라톤은 김은정(SH공사)이 2:44:25로 우승했으나 2명만 완주했다. 동아경주마라톤에서는 우승자 정윤희(대구은행, 2:32:09)외 4명이 완주했다. 이로 인해 육상경기연맹은 여자 엘리트선수가 sub-3를 기록하지 못하면 순위는 인정하되 상금을 주지않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자부 지영준 선수가 우승했으나 여자부는 저조했다. 이선영(26·SH공사)이 2:39:37로 9위에 머물렀고, 임경희(28·수원시청)는 25km 지점까지 달린 후 레이스를 포기했다.
2010년 전국체전에서 처음 도입된 여자부 마라톤에서는 정형선(옥천군청)이 2:39:50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여자마라톤에서 출전선수 47명 가운데 21명 만이 결승선을 통과해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