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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미사일과 하나의 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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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석 | 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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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초 동북아와 중동의 국제정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두 차례의 미사일 발사사건이 일주일 간격으로 연이어 발생했다. 하나는 7월 5일 강행된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시험발사이고, 다른 하나는 7월 12일 대규모 공습으로 시작된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이다. 북한이 발사한 일곱 발의 미사일은 발사 직후 폭발하거나 동해상의 공해지역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헤즈볼라에게 잡혀간 자국 병사 두 명을 내놓으라며 시작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은 민간인 대량학살과 지상군 추가투입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통상적인 군사실험으로 간주할 수도 있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관련 국가들의 즉각적인 반발과 신속한 제재조치에 직면한 반면, 레바논 남부를 초토화시킨 이스라엘의 불법침략은 국제적인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중단되기는커녕 미국의 묵인 아래 오히려 점차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사건의 성격과 여파가 뒤바뀐 이런 기현상이 냉전체제 붕괴 이후 유일무이한 초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는 미국의 패권주의적 세계전략과 그 지역적 관철에 따른 결과라는 것은 이제 많은 사람들의 상식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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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15 16:11 l ⓒ 진정석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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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의 언어와 문학의 위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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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수 |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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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형형한 호랑이 눈을 부릅뜬 채 한시도 몸과 머리를 쉬지 않고 살아온 여든 어름의 늙은 아버지가 있다. 일찍 아비를 여의고 눈앞이 캄캄한 세월을 죽을 각오로 살아냈다. 사범학교를 나와 교직에 있으면서도 농사만 짓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야무지게 스무 마지기 논농사와 3천평 밭농사를 일궜다. 새벽 3시면 어김없이 깜깜한 논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가혹한 운명을 무릎 꿇리며 한세상을 살아왔다. 자식이 기대에 못 미치자 선을 긋고 단호하게 눈을 거두어버리고는 그만이었다. 그리고 그이 옆에서는 지아비와 자식밖에 모르는 한없이 순종적인 어머니가 그림자처럼 평생을 함께했다.
어느날 서울에 사는 아들은 노모로부터 아버지가 자꾸 정신을 놓는 것 같아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왔다는 전화를 받는다. 소설 화자인 아들은 검사결과가 나오는 날을 하루 앞두고 직장생활 20년 만에 처음으로 월차를 낸 뒤 시골집으로 향한다. 정지아(鄭智我)의 단편 〈봄빛〉(《문예중앙》 2006년 여름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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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15 16:07 l ⓒ 정홍수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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