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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백성호
관심
#궁궁통1
강원용 목사는
1988년 무렵
노태우 대통령으로부터
총리직을 제안받았습니다.
강 목사는
그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말입니다.
강원용 목사는 총리직을 제안받았으나 거절했다. 대신 정치권에서 조언을 요구하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중앙포토
“우리나라는 예부터
민심은 천심이라고 여겼다.
국민의 마음은
곧 하늘의 마음이다.”
이어서
강 목사는
세 가지 유형으로
백성의 타입을
나누었습니다.
“첫째는
권력가라면 무조건 따르는
사람이다.
둘째는
사사건건 반대하고 불평하는
사람들이다.
셋째는
잘하는 건 칭찬하고,
잘못하는 건 비판하는
백성이다.”
강 목사는
셋째 유형의 백성을
‘호민’이라고 불렀습니다.
“셋째 유형이
제대로 된 백성이다.
이들의 지지를 받으면
못할 일이 없다.
대신
그들이 등을 돌리면
별짓을 다 해도 안 된다.”
#궁궁통2
강원용 목사는
우리 사회의
존경받는 지도자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에게
조언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강 목사는 되풀이해서
이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그 말에 그들(역대 대통령)은
감명을 받았다.
그렇지만 실천을 하진 않았다.
결국
호민 계층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기들끼리
소위 코드 맞는 사람들끼리만
정치를 했다.
거기에 무슨 존경이 가며
국민이 따르겠는가.”
강 목사가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은
16년 전이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왼쪽에서 넷째)을 비롯한 시민사회 대표들이 2003년 2월 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반전·반핵과 평화를 위한 성명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김성훈 중앙대 교수·김지길 목사·송월주 스님·김추기경·강원용 목사·서영훈 적십자사총재·강문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박청수 원불교 교무·박영숙 환경정책연구소장·박명광 경희대 교수. 중앙포토
그런데
16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그다지 없어 보입니다.
그 뒤에도
정권은 수차례 바뀌었지만
호민을 외면하고
코드를 앞세운
끼리끼리 정치를 하는 모습은
여전합니다.
그러니
강 목사의 염려와 해법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형국입니다.
#궁궁통3
강 목사는
사회를 향해서도,
신앙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마다치 않았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 기독교 신자들의
기도에 대해서도
뼈아픈 지적을 했습니다.
“기독교 신자들이
기도에 대해서
도무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때 보면
무당 샤머니즘처럼
복을 달라고 빈다.
기독교의 기도는
그런 게 아니다.”
지금이나 그때나
쉽지 않은 일입니다.
기독교 목사가
기독교 내부를 향해서
뼈아픈 소리를 쏟아내는 일
말입니다.
그런데
강 목사는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교단 내의 자기 입장보다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훨씬 더 중시했기 때문입니다.
1982년에 동국대불교대학장을 맡고 있던 지관 스님(왼쪽)과 경동교회 강원용 목사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지관 스님은 후에 조계종 총무원장이 됐다. 중앙포토
강 목사는
프랑스 시골 마을
테제에 있는
초교파 수도공동체
테제마을에서 경험한
기도를 언급했습니다.
“거기서는 기도가
‘오~주여, 내게 오시옵소서’다.
그런 거다.
그러니까 지금 오시는 걸
받아들이고,
그에 대해 응답을 하는 거다.
그게
나와 하나님 사이의 기도다.
요란스럽게 소리 지르고
징징 울고 하는 건 아니다.”
이어서
강 목사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기도에 대해
말했습니다.
“우리의 기도는
이래야 하지 않나.
어떻게 하면
내가 저 사람들을 위해서
살 수 있습니까.
내가 저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이렇게 기도해야
하지 않겠나.”
#궁궁통4
강원용 목사는
과학과 종교를 이분법적으로
가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과학적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취합니다.
과학의 울타리가
신의 울타리 안에 있음을 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이 무한대의 우주에서
신은 과연
어디에 있는 걸까.
이 물음에
강 목사는 답했습니다.
인간사의
일거수일투족을
일일이 지켜보며
간섭하는 방식이
아닐지도 모른다며 말입니다.
“어떤 노인(신)이 한 별에 앉아서
‘이놈이 저것 하고 있구나’
‘누구는 밥을 먹고 있구나’
하는 식으로 볼 수는 없다.
탁자 위의 꽃을 보면
어떤 에너지가 있다.
거기서 생명이 나오고,
거기서 아름다움이 나온다.
근원적인 하나의 사랑도
그런 에너지다.
그 속에
생명이 있고,
진리가 있고,
빛이 있다.”
2004년 고건 당시 총리와 종교계 지도자들이 사회적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수환 추기경, 송보경 서울여대 교수, 이세중 변호사, 강원용 목사, 고건 총리, 김상하 대한상의 명예회장. 맨 오른쪽이 송월주 스님이다. 중앙포토
요한복음에서는
그걸 ‘로고스’라고 부르고,
구약에서는
그걸 ‘말씀’이라고 부릅니다.
“결국 그러한
하나의 근원적인 힘,
우주 전체가 거기서 탄생되어진
그 파워가,
그 에너지가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
예수 그리스도다.
그러니 그의 안에서
우리가 하나님의 모습을 본다.”
강 목사는 그걸
‘맨 포 아더스(Man for others)’라고
불렀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에너지.
그게 바로 사랑이다.
그래서
성경은 온통
사랑 이야기다.”
강원용 목사는
큰사람이었습니다.
예수의 메시지를 볼 때도
크게 보고,
크게 묵상하고,
크게 풀어냈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큰 인물이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큰 소리,
큰 메시지,
큰 마음,
큰 정치가
참 그립습니다.
에디터
관심
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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