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매일] <광역 논단> 선거 기호(記號) -http://m.kyilbo.com/a.html?uid=289338&sc=sc30&sc2=
기호란 과거 문맹자가 많아 글을 읽지 못하는 국민을 위해 후보자를 선택하기 위한 표식이었다. 그런데 아직 기호라고 부르고 있다. 이제 번호로 바꿔야 한다.
오는 3월9일이면 새로운 정부를 결정하는 대통령선거가 시행된다. 1945년 광복에 이어 1948년 정부가 수립되면서 초대 대통령 선거를 시작으로 74년이 지났다. 그 동안 경제 발전과 더불어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면서 국민들의 지적 수준도 세계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덕택에 선거 문화도 많이 선진화 됐다. 그러나 21세기인 지금까지 광복 후 정부수립 당시 모습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첫 대통령 선거 당시 유권자 대부분이 글을 읽지 못해 투표용지에 정당을 상징하는 작대기를 그어 그 숫자 만큼을 기호로 표시했다. 이 때문에 담벼락에 붙어 있는 선거 벽보에는 후보자 사진과 함께 시커먼 작대기 기호가 눈에 확 들어오곤 했었다.
당시를 살아 온 장년들은 아직도 그때의 선거 모습이 아련히 기억난다. 출마자가 적을 때는 한 줄로 단출했지만 많을 때는 작대기를 아래위 2층으로 빽빽하게 그은 모습이 이채로웠다. 그리고 선거 유세 때는 두 손을 들고 손가락을 펴서 소리치며 자기의 기호를 알리며 다녔다.
1번은 아라비아 숫자 대신 작대기 한 개를 긋고 기호 1번, 2번은 작대기 두개를 긋고 기호 2번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아라비아 숫자인 번호를 쓰고도 번호라고 하지 않고 아직 기호라고 부르는 우스꽝스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누구하나 이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지 않고 지금까지 해 왔으니 그대로 기호로 답습하고 있다. 이렇게 하다 보니 기호(記號)라는 사전적 의미를 떠나 선거라는 것을 암시하는 단어가 되어 선거의 상징으로 굳어져 국가 선거 외에 사설 모임이나 학교 선거는 물론 우리나라 모든 선거에 관행적으로 이렇게 번호를 기호라고 잘못 부르고 있다. 최근 태어난 젊은 세대들은 기호에 대한 의미도 모르고 선거에서는 기호라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을 뿐이다.
이대로 두면 앞으로 10년, 20년, 100년 후에도 의미도 없는 기호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을까. 정확히 말해 기호가 없어진지 오래고 지금은 번호가 맞다고 본다.
이제 세계최고의 교육수준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은 문맹자가 없어진 지금 아라비아 숫자나 한글을 모르는 국민이 있을까. 해방직후 보다 우리의 모습은 하늘과 땅 차이로 발전하여 세계 제일의 인터넷을 자랑하고 있어 이제 그에 걸 맞는 선거로 문화 바꿔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한번 시작하면 누군가가 문제의식을 갖고 강력하게 실행 하지 않으면 개선의지도 없고 아무 생각 없이 그 관행을 계속하는 버릇이 있다. 올 해 선거부터는 해방 후 어두웠던 시절 흔적인 기호는 역사 속으로 떠나 보내고 인터넷 칼라 디지털 새 시대에 걸맞게 새로운 기분으로 후보자의 번호로 바꿔 보면 어떨까.
또 몇 가지, 엄청난 세금 낭비만 되고 보지도 않고 바로 쓰레기 통으로 보내 버리는 가정으로 보내는 후보자 소개 홍보물도 없애는 것이 맞지 않을까. 국회의원 선거 같은 후보자가 많을 때는 홍보물량도 엄청나다. 선거기간 여러 매체를 통해 신물 나도록 보고 들은 후보자들의 정보면 충분하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국가에서 인터넷 정보나 TV를 이용한 홍보로 대처하고 흉물처럼 곳곳 마다 벽에 붙여지는 선거 벽보와 골목을 누비며 씨끄럽게 떠드는 확성기 홍보도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코로나 시대에 군중을 모아 놓고 세 과시 하는 선거유세도 개선해야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