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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산책 스크랩 우리詩 8월호와 치자꽃
최재경 추천 0 조회 50 11.08.15 05:4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울릉도와 독도엘 다녀와 보니, ‘우리詩’ 8월호가 배달되어 있다. 무더운 여름 책을 껴안고 여독을 풀면서 하루 종일 뒹굴었다. ‘시인 집중 조명’은 이무원 시인 편으로 대담, 신작시, 자선 대표시, 나의 삶 나의 시, 시인론, 작품론, 연보를 실었다. ‘나의 문청시절’은 이영춘 시인, 기획연재 ‘시에서 길을 찾다’는 두 번째로 유안진 시인을 박해림이 맡았고, 특별 연재 역시 두 번째로 하종오 시인의 향토시를 다루었다.

 

 ‘이달의 우리詩’ 신작시 28인선은 홍해리 최준 서량 이보숙 노현숙 윤석주 김금용 김종미 김윤하 우원호 마경덕 이경숙 김현식 이성웅 정종현 한인철 김황음 이언지 임승환 조광자 김학중 박미선 신형주 전흥규 최해돈 한문수 박순옥 조재형의 시 각각 2편씩을 실었고, 신작 소시집은 정순영의 시 5편, 기획연재 ‘시, 시인 그리고 사람’ 역시 두 번째로 양주동 편을 박영원 시인이 썼다.

 

 우리시문학상 신인상 작품을 발표했는데, 이환과 이혜영이 영광을 안았고, 우리시 추천 당선작품도 발표했는데, 홍해리 시인에 의해 서상택이 추천을 받았다. 또 기획연재 ‘시로 쓰는 사계’는 정호 시인이 맡아 썼고, 영미시 산책은 백정국 교수 번역으로 로버트 윌리엄 서비스의 ‘동정심’을 소개했다. 그 중 흥미롭게 읽은 7편을 골라 향긋한 치자꽃과 함께 올린다.

 

  

 

♧ 가벼워지기 - 이무원

 

채우려 하지 말기

있는 것 중 덜어내기

 

다 비운다는 것은 거짓말

애써 덜어내 가벼워지기

 

쌓을 때마다 무거워지는 높이

높이만큼 쌓이는 고통

 

기쁜 눈물로 덜어내기

감사기도로 줄여가기

 

날개가 생기도록 가벼워지기

민들레 꽃씨만큼 가벼워지기

 

  

 

♧ 강촌 연가 1 - 이영춘

--물이 되어

 

목숨 끊어질 정도로 절박했던

사랑도 아픔도 그리움도

숯불 아궁이의 숯불처럼

잠들고

서른일곱에 이 세상 하직하겠다던

젊은 날의 고뇌도 갈등도

깊은 물속에 침잠되어

물이 되고

 

오늘은 그 물길 따라

그냥 떠내려가고 있다

늘 올라가기만을 꿈꾸던 길에서

이제는 내려가는 법도 배워야겠다

 

  

 

♧ 뜰 - 홍해리

 

토란잎 옆 호박꽃 옆 더덕꽃 피고

고추 옆 들깨 옆 원추리꽃 피고

대나무 옆 차나무 옆 매발톱꽃 피고

처녀치마 옆 둥굴레 옆 돌나물꽃 피고

반하 옆 달개비 옆 접시꽃 피고

백일홍 옆 구기자 옆 좀나팔꽃 피고

달맞이꽃 피고, 둥근잎나팔꽃 피고

머위 옆 산나리 옆 미끈유월 지나가고

하수오 옆 수세미오이 옆 여주꽃 피고

매화나무 한창 푸르게 한산하고

쓰름매미 깽깽매미 미끌미끌 울어 쌓고

나 홀로 뜰뜰하게 기우는 한여름의 뜰.

 

  

 

♧ 기다림의 끈 - 김금용

 

기다림에는 빛이 있다

어둠 속에서도 눈을 뜨는 간절함이 있다

기다림에는 껴안고 견뎌내는 사랑이 있으며

기다림에는 바람과 햇볕만 받아 마시고도

세력을 뻗치는 생명이 있으며

새가 찾아와 꽃을 일으키는 설렘이 있다

기다림에는 두려움을 걷어내는

팔순 할머니의 오랜 예지가 있다

 

산비탈 작은 나무뿌리가

집채만한 바위를 갈라놓는 이유다

 

  

 

♧ 앙코르 와트 - 조광자

 

당신이 들려주고 싶은 노래

당신이 보여주고 싶은 노래

늘, 그렇게

목이 말랐다

들을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는, 먼 이국의 사원과

사원을 지키는 나무의 이력과

내 전생의 이데아였을 신들의 궁전을 지키는, 무섭게

짓눌린 돌탑의 고행

조금씩, 조금씩 야금거린 이끼 낀 희미한 미소가 남아 있는 곳

시간 너머의 왕국을 찾아

여러 생이 꿈꾸고 간 천 년의 흔적을 지우는 일

스펑나무의 외로운 침묵이 구렁이로 환생하는 날

춤추는 환각 속을 무너져 내리는

보이지 않는 불가사의의 힘

 

어느 행성들 사이를 유랑하는 그들의 전생을 엿보는 일

만큼이나 멀고, 느리게 다가오는,

눈을 감아야만 들리는 거대한 침묵의 함성

 

 

 

♧ 가뿐한 길 - 정순영

 

가세 그려.

곤때 빤질한 공책과 몽당연필을 버리고

이제는 느긋한 팔자걸음의

호주머니 뒤집은 빈털터리 장돌뱅이로

가세 그려.

가는 길이 황홀하게 노을에 젖어

세상에 그 많은 지성이

눈 아래 한 눈에 몰려오고

세상에 한없는 감성이

물바람 되어 가슴에 실려 오네.

가세 그려.

그냥 가세 그려.

 

  

 

♧ 독거獨居 - 서상택

--마라톤 2

 

꿈꾸듯

꿈같은 길을 달린다

 

함께 출발했지만

흐르는 물과 바람 길 위에

하나둘 낙화가 되어 떠내려가고

       

외로워도 좋다

나는 길 위에서 멈춰 서지 않을 거다

텅 빈 길

한 그루 나무로 남을 때까지

달리고 또 달릴 거다

 

내게 부끄럽지 않은

나에게로 돌아가는

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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