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수대첩을 이끌었던 고구려 영양왕 때의 명장 을지문덕. 신화 속의 인물이 아닌 실존했던 인물이었고 그의 지략과 용맹으로 고구려는 진을 통일한 수 양제의 130만 대군을 전의를 상실케 하고 회군하게 만들었다. 16만의 소수의 병력으로 대군을 몰고 온 수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시간을 지연시켜 거대한 대군의 군량미를 바닥나게 해야 했으며, 보급로를 차단시켜 진군 속도를 늦추는 것이 고구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덧붙여 을지문덕은 수 양제의 마음을 조급하게 하는 심리전을 최대한 활용하여 더 이상 공격하지 못하도록 고도의 작전을 펼친다. 전의를 상실하고 강을 건너 복귀하는 수 병력들에게 단 한 번의 일격을 통해 모조리 수장시키는 작전인 '살수'는 고구려의 존망이 달려 있었던 작전이었다.
상류 지역에 커다란 둑을 만들고 동물의 가죽을 덧대어 물이 새지 않도록 오래 전부터 준비한 을지문덕의 지략은 과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작전이었다. 병법에도 나와 있지 않는 하늘의 지혜였다.
수를 완전히 격퇴한 영양왕은 수많은 장수에게 상을 주는 한편 을지문덕에게는 왕녀를 배필로 주고자 하였다. 그러나 을지문덕은 어떤 상도 마다하고 심지어 벼슬마저 내놓은 후 산으로 들어갔다.
건무를 비롯한 장수들이 모두 문덕을 배웅하려 했지만 그는 표표히 말을 달려 북으로 향했다.
살수에 이른 그는 거기서 무릎을 꿇고 전장에서 생명을 잃은 수나라 병사들의 고혼을 위해 3일간 통곡한 후 낭림산으로 들어갔다 한다. (275쪽)
2권으로 되어 있는 살수는 이렇게 결말을 맺는다. 아름다운 결말이다. 공을 바라지 않고 과감히 떠나버리는 장수의 뒷 모습이 이순신 장군을 연상케 한다.